유카리나무 물리치료실 10 -성인 작업실 (외 1편)
송유미
아- 나비들 마른 나뭇잎 속에 숨어있다가 떠나는 가을
등 굽은 뇌졸중 환자들이랑 마구 뒤섞인 화투패 두다가 아네
화투 한 장 넘기는 장력에도 기적이 스며있다는 거
끔찍한 자식사랑도 우물쭈물하다가 떠나는 배 같은 거여서
아무도 면회 청하는 이 없는
요양원 물리치료작업실에서 둥글레 상처럼 모여앉아
이해용 수저와 젓가락으로 물리치료사 선생들
재촉받으며 종일 밥 먹는 작업을 하네 아 힘들어
한 숟가락 뜨는데 1시간이라니 고작 젓가락질뿐인데
겨자씨 한 알로 성을 쌓는 겁의 시간이 필요하다니
푸른빛 강 건너
나의 젊은 삶이야 밥 한 끼는 식은 죽 먹기겠지만
푸른빛 강 건너 이편 저녁 불빛들은 배가 고프다
바위 심장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
목숨 걸고 열 손가락마다 달빛을 매다네 이런 사연을
바람은 아는지 산 무덤 곁에 앉혀놓고
슬픈 피리를 분다 찰나에 열두 번씩
산다화 편지
생의 마지막 편지는 언제 쓴다지
생의 마지막 인사는 언제 한다지
생의 마지막 사랑은 언제 온다지
생의 처음 올 첫사랑처럼
아기의 첫발자국으로 올까
여기는 보랏빛 향기 만발한 들판
흔들리면서
나는 안다
생의 마지막이란
늘 원처럼
등근 바람 소리에
동네 이발소 네온처럼 돌고 있다
내 찌그러진 귓바퀴 저어가는 곤륜 마차 타고
그대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