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딸꾹질
김종태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가슴에 그림 선 긋고
문신 점 꾹꾹 찍어 놓고
방사선 치료하러 가던 날
어인 일인지
딸꾹질, 멈추질 않았다
시간은 다가오고 증세 여전하니
난감해하는 방사선사
일단 시도라도 해보자며
치료기 정위치에 자세 잡고 누웠는데
십여 분 지나도록
딸꾹질,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도 신기해
주섬주섬 옷 챙겨입고
대기실 얼른 돌아 나오니
울먹이며 기도하는
아내의 어깨 위에
하나님, 딸꾹질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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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유일한 백제 노래는 <정읍사>다. 이 노래와 관련된 배경 설화는 다음과 같다. 전라북도 정읍에 한 부부가 살았다. 남편은 행상을 나가서 오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아내는 높은 산에 올라가 달을 바라보며 남편이 무사하기를 기원했다. 전해지는 내용에 따르면 아내는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
<정읍사>의 아내와 이 시의 아내는 둘 다 남편을 지극히 걱정하고 사랑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애처로운 둘의 모습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그런즉 이 시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기도가 기적을 불러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랑의 힘이 가지는 ‘진실’이다. 그들 곁에 계시던 하나님은 마치 그녀의 간절함에 놀라 화자를 대신해 딸꾹질을 시작한듯하다. 시를 읽으며 ‘아내의 기도’와 ‘무조건적인 사랑’은 어딘가 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울먹이며 기도하는 이 막무가내의 사랑을 하나님도 모른척할 수만은 없었으리라. -신상조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