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이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시에 대한 느낌 나누기>>
-이 시는 제목처럼 <그대에게 가고 싶은 마음>이 절절하게 <시 전체>에 녹아있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다 느낄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시입니다.
-<처음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시작해서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아침 햇살처럼 다가가고 싶은 마음>,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렬하여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이 그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점은 '백석의 나타샤를 향한 마음 때문에 눈이 내린다.' 라는 것과는 반대로 눈이 그친다고 설정하여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가에 뜨는 별조차도 내 그리움으로 여겨 달라는, ‘그대와 하나 되어 우리라고 이름 지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온다면 들에 쌓인 눈까지도 이불처럼’ 생각될 것이라는,
-그렇게 이 시의 화자처럼 모두가 그리운 임을 생각하는 마음처럼, 그대에게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 <새날>도 밝아 올 것이고 <세상>이 열려, 우리가 꿈꾸고 세워야 할 신천지라는 좋은 나라로 온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확장시켜 백석 시에서 흰 당나귀를 일본 강점기에 힘없는 조선 나라를 상징한다고 했던 것처럼 이 시를 더 큰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도록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리움에 목말라 하며 그대에게 가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어떤 그 누구보다 더 행복한 것이 아니냐고 확신에 찬 어조로 시인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간절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은,
-정말 이 시인은 진정한 참사랑을 하는 듯합니다. 뿐만이 아니고 플라톤의 이상 국가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건설하고 싶어 그 길을 제시 하는 듯하기도 -문 향-
안도현 시인
1961년 경북 예천에서 출생.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 신문 신춘문예 당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그리운 여우><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바닷가 우체국><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등 1996년 제1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제13회 소월시문학상 2005년 이수문학상 전주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