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불개(過而不改) - 2022년을 보내며
교수신문은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과이불개'(過而不改)'를 50.9%의 득표율로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뽑았다고 밝혔다.
'과이불개'(過而不改)‘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서 처음 등장하며,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是謂過矣)'<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 >라고 했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 어디 지도층뿐인가. 그 지도층이 ‘갑’이라면 또 을(乙)은 어떤가? 또 병(丙)은? 정(丁)은? …….
혹시 나도 그중 어느 부류에 해당하지 않나 돌아보게 된다.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중 기본 중의 기본인 ‘잘못’에 대한 태도는 너무 잘못되어 있다. ‘잘못’은 잘하지 못한 일. 또는 옳지 못하게 한 일‘을 의미한다. 잘하지 못한 일은 더 잘할 수 있도록 연마하고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며, 옳지 못한 일을 했다면 당연히 옳지 못한 것에 대하여 인정을 하고 책임을 지며 옳게 바로 잡는 것이 지당한 사리다. 어린 시절부터 보고 배우고 익혀온 바다. 만약 누구라도 이에 어긋나면 사람도 아니라며 상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잘못을 하고도 부끄러워하며 반성하고 고치기에 힘쓰기는커녕 오히려 뻔뻔하게 ‘내가 뭘 어쨌다고?’하는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으로 알고 사람의 처신을 기대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나 할까. 더 문제인 것은 배운 것이 많은 사람, 머릿속에 지식이 많이 들어있는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 권력이 있는 사람 등 소위 지도자인 사람들의 다수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가관인 것은 이런 모습들이 횡앵함에 따라 점점 이런 부류들이 늘어나고 있고 당연시 여기며 부러워하며 따라서 흉내내기까지 하는 모습들을 보면 기가 막힌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잘못에 대한 태도다. 그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기합리화와 적당한 수사와 변술로 정당화시키는 모습과 태도들을 보면서 한심스러움에 한숨이 절로 난다.
자신을 정당화,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있겠지만 그래도 더 배운 사람, 사리분별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지도층에 있는 사람이라면 잘못을 인정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용기가 되고 배움이 되고 상식이 되는 사회와 문화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쉽고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교수신문의 지적을 마음속에 새기게 된다.
'과이불개 시위과의(是謂過矣)'(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내 잘못은 무엇인가?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가? 를 통절하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인정해야 하고 그것을 고쳐 바로잡아야 한다.
‘그 사람의 잘못을 보고 그의 어짐을 알게 된다(觀過斯知仁矣)’(논어 이인편(里仁篇))는 말이 생각난다.
한해를 마치려면서 ‘나의 사람됨’, ‘나의 인격(人格)’, ‘나의 존엄’을 생각하며 <과이불개(過而不改)>한 것들을 눈을 부릅뜨고 살피게 된다.
첫댓글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마음자세 갖으렵니다. 새해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