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주목 산길이 안개 속에 어렴풋이 정상을 오르고 있다.
그 길을 걷는 일은 삶의 가파른 안간힘처럼 들숨, 날숨이 거칠다.
안개와 비에 산길은 젖어있다. 디딤돌도 떨어진 낙엽들도 자칫 잘못 밟으면 미끄러질 것 같아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다.
흐르는 듯 고인 듯 안개는 살아서 산을 온통 감싸고 있다.
가끔 옅어지는가 하면 주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어지다가 제풀에 흩어진다.
산길을 오를수록 문득문득 보이는 고사목들.
기이한 검은 자태가 안개속에 숨었다 나타났다 몽환으로 이끈다 .
살아서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고사목은 그렇게 산비탈에 꿋꿋이 서서 의연하다
아직은 가을빛이 물들지 않아 활엽수들의 잎은 연한 노랑으로 흐릿하게 흔들린다,
저 먼저 붉어진 단풍나무의 빨강색이 안개 속에서도 놀랄만큼 선연하다.
얼마나 살아내고 버텨내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억겁의 세월을 온갖 풍상을 다 겪고 난 후, 생을 끝냈나 했지만
생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전언(傳言)하듯, 강고한 기운,
비책은 읽어낼 수가 없다.
옆으로 뻗은 가지들은 자신의 숙명을 이해 못한 채 회색빛 공간에
한없이 빗금만 긋고 있다
단순한 검은 선으로 묵직하게 그려진 생의 잔해가
몸서리치도록 아름답고 엄숙하다.
첫댓글 다음 생이 있다면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전 다음 생이 있다면 새로 태어나고 싶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