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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진 허균은 조선시대의 문인으로서,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결국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인물이다. 그가 남긴 산문 ‘호민론(豪民論)’은 소설의 주제와 상통하는 바가 있기에, 다양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홍길동전>을 허균의 작품으로 규정할 수가 있었다고 하겠다. 신분제의 엄격한 틀에서 주어진 상황에 순종하는 사람들을 항민(恒民)이라 칭하고, 올바르지 못한 일에 분노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들을 원민(怨民)으고 구분하였다. 여기에 올바르지 못한 현실을 바꾸고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호민(湖民)이라고 규정했는데, 정실부인이 아닌 첩의 아들로 태어나 결국 집을 떠나 활빈당을 조직하여 세상을 바꾸고자 한 홍길동의 모습이 이에 해당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허균이 남긴 산문들을 가려 뽑아 번역하여 수록하고, 책의 말미에는 한문으로된 원문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도와 지역 차별로 인해 좋은 인재들이 버려지는 현실을 비판한 ‘유재론(遺才論)’이나, 작은 이익에 매달리는 속좁은 자들의 행태를 꾸짖는 ‘소인론(小人論)’과 같은 산문은 이 책의 4부 ‘논설(論說)’ 항목에 배치되어 있다. 이와 함께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하는 편지글은 1부의 ‘척독(尺牘)’에 수록되어 있으며, 전란 중에 죽은 아내를 추억하는 내용이나 지인들과 스승과 얽힌 사연을 풀어놓은 글들은 ‘앉아서 유목하기’라는 2부에 함께 묶여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산문들은 비교적 짧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찬찬히 읽으면서 뛰어난 문인으로서 허균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겠다.
수록된 글 가운데 중국의 문인 도잠(도연명)과 이백(이태백) 그리고 소식(소동파)를 자신의 벗으로 여겨 서재의 이름을 지었다는 내용의 ‘사우재기(四友齋記)’를 읽으면서, 중국의 유명한 문인들과 자신을 나란히 하면서 그들을 벗으로 여긴다는 허균의 활발한 기상을 엿볼 수가 있었다. 이와 함께 글쓰기와 학문에 대해 논한 3부의 ‘독서론’, 그리고 책을 읽은 감상과 꿈을 풀이하는 것에 대한 생각 등을 펼쳐놓는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마지막 5부의 ‘기타’ 항목에 배치되어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산문을 통해서 문인으로서 허균의 능력은 물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생각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원문을 책의 뒷부분에 함께 수록하고 있어, 연구자들도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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