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리터 쓰레기 봉투 정리하는데 1시간 걸려”
[현장르포] 쓰레기 집하장 지키미 근무 현장에서 살펴본 쓰레기 배출수거의 문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배달상품 증가에 따른 쓰레기 배출량이 늘어난 가운데 집하장 지킴이들이 열악한 환경과 시민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로 불편을 겪고 있어, 쓰레기 수거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춘천시 교동 한 쓰레기 집하장에는 각종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다. 지킴이들은 오후5시30분쯤 출근하자마자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봉투를 열어, 잘못 버려진 쓰레기를 다시 분리하기 시작했다. 쓰레기 선별장에서 진행되는 분리 작업을 지킴이들이 1차로 작업하는 셈이다. 버려진 일반 쓰레기봉투를 열면 플라스틱이나 캔이 섞여 있고,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도 함께 들어있다.
지킴이들은 밤 9시30분까지 하루 4시간을 일하며, 야외 집하장에서 꼬박 시간을 보낸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쉬는 것마저 고역이다. 이들의 일터에는 간이의자 하나가 놓여있는 것이 전부다. 의자에 앉아서 쉬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길가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춘천 교동의 한 집하장에서 지킴이가 의자에 앉아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춘천 교동의 한 쓰레기 집하장 지킴이 신모(80)씨는 “겨울이 되면 추워서 일하는 것이 힘들다”며 “춥다고 해서 옷을 두껍게 껴입으면 움직이기 힘들어서 일하기 불편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겨울철 작업시 추위도 문제지만 신씨는 화장실 이용이 가장 불편하다. “주위에 마땅히 갈 만한 화장실이 없어서, 근처 상가에 부탁해 겨우 해결하곤 한다”는 것이다. 신씨는 시청에 이런 문제를 여러 번 제기했지만, 매번 “알겠다”고 하고 별다른 대처는 없었다.
이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 또 다른 집하장 지킴이 A씨는 일하는 환경이 불편하긴 하지만, 쉴 곳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쓰레기만 잘 분리해서 버려도 일이 힘들지 않다”며 “그렇게 되면 쉴 곳이 마련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주로 하는 일이 잘못 버려진 쓰레기를 다시 가려내 5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에 다시 담는 것인데 이 잘못 버려진 쓰레기가 자신의 구역에서 50리터짜리 봉투로 하루 평균 1개 이상은 나오고, 많을 때는 3개 이상 나오기도 한다. “50리터짜리 봉투 하나를 정리하는 데 1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A씨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꼬박 정리해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특히 요새는 배달음식 소비가 늘면서,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이 많이 나온다. A씨는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은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며 “재활용으로 버리려면, 깨끗하게 씻어서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열에 일곱은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 그는 쓰레기를 버리러 오는 사람들에게 매번 이야기해도 바뀌는 것이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집하장에 직접 쓴 쓰레기 분리 문구를 붙여두기도 했다.
집하장 지킴이 A씨가 주민들에게 분리배출을 잘 해달라고 당부하기 위해 써 붙여 놓은 문구
춘천시 교동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22)씨는 “본가와 춘천의 분리수거 방법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며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집하장 지킴이분들이 알려주셨는데, 정확히 기억하기가 힘드니 쓰레기 집하장 앞에라도 쓰레기 분리수거 설명문을 제대로 게시해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하장 앞에는 분리수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지 않다. 현수막에 간단한 설명이 붙어있지만, 이마저도 오래돼서 글씨가 지워져 있는 상태다.
분리수거 함이 따로 마련돼 있는 아파트와 달리, 자취방이 많은 대학가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일일이 알아서 구분해서 버려야 한다. 이들 대학생들의 자취방들이 밀집한 주택가에 특히 정확한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의 게시, 홍보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집하장 지킴이 A씨도 "지킴이로 일하기 전, 시청에서 분리수거 교육을 받는다"며 "그때 나눠주는 안내문을 시민들에게도 배포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A씨가 '집하장 지킴이 교육'에서 받은 쓰레기 분리수거 안내문
지킴이들이 쓰레기 분류 작업을 하며 애를 먹는 것은 음식물이 남아 있는 플라스틱 용기의 처리뿐만이 아니다. 배달 박스에 붙어있는 테이프나 택배 운송장의 처리도 골치다. 이런 박스를 볼 때마다 지킴이들은 직접 장갑을 벗고, 테이프와 운송장을 제거해야 한다. 지킴이 신씨는 "밖에서 언 손으로 테이프를 떼려면 힘이 많이 든다"며 "운송장의 경우엔 개인정보가 노출될 위험도 있기 때문에 꼭 제거하고 버려달라"고 당부했다.
또, 생활폐기물 중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담기 어려운 대형 폐기물 쓰레기에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지킴이들이 애를 먹는 경우다. 대형 폐기물을 버릴 때는 주민센터 등에서 스티커를 구매해, 붙인 뒤 배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이 쓰레기를 불법으로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킴이 A씨는 "전에 누군가 쓰레기장에 나무 책상을 버려뒀는데, 스티커 없이 버려져 있었다"며 "그럴 경우 처치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대로 집하장에 둘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수거 차량이 쓰레기를 실어가긴 했지만, 엄연한 불법행위다.
집하장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CCTV를 일일이 확인해 잘못 버리는 주민들을 가려내고 추적하는 일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킴이들은 분리수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강화와 분리수거 시스템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분리수거 시스템의 개선에는 지킴이들의 작업 환경 개선도 포함된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집하장 지킴이의 노동 시간을 1시간 앞당겨 일찍 일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기존에 5시30분에 출근하던 것을 4시 정도로 바꾸는 것이다. 집하장 지킴이 A씨는 “1시간만 빨리 나와서 일해도 추운 게 덜 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집하장 지킴이 사업은 춘천시의 노인공공일자리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며,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적절한 수준의 근무 환경을 조성, 유지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이다. 지역 환경 개선과 주민 복지의 두 가치가 만나는 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과 시 차원의 근무 환경 및 분리수거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의주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