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생일을 새니 거의 새해를 맞이 한 후 생일 이였는데 달력을 보니 크리스마스 뒷 날이다. 들썩들썩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괜히 설레이는 이브까지 합치면 3일 내내 기쁘고 행복 할 것 같아 은근히 기대가 됐다..
이브가 쉬는 놀토 인데 전날 무섭게 내리는 눈 덕분에 금요일엔 오전 근무 만 하고 오후는 덤으로 쉬었다. 룰루랄라~ 이래저래 공짜로 생긴 반차까지 오지고 좋아서 주체하지 못 한 몸둥이를 일으켜 세우고 무작정 눈 밭으로 나가 보기로 신랑과 합의를 한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보온병을 챙기고 완전무장을 하며 맛집을 목표로 나섰다. 얼마 만 인가? 실컷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밀가루 뿌리 듯 휘몰아 치는 눈에 우산을 받쳐들고 흠뻑 취하도록 원없이 걸어 보았다. 추울 것 같지만 전혀 춥지 않고 상쾌 하기까지 한다. 장깁을 껴도 손끝은 시려운 법인데 신기 할 정도로 손도 시리지 않는다. 눈다운 눈을 밟을 일이 없어 두 해가 되도록 잘 신어 보지 못한 패딩 부츠가 이번엔 제대로 할 일을 했다.
와ᆢ너무 기분 좋은 걸음이다. 그렇게 샤베트 같은 눈길을 뽀드륵 사르르 밟고 또 밟고 도착했다.
눈 내리는 창문 넘어 소주병과 함께 모락모락 김 오르는 국밥을 마주 하는 낡은 책장 속의 삽화 한 장면이 우리 부부가 되었다.
돌아 올 땐 루돌프가 끄는 썰매 대신 사뿐사뿐 부드럽게 앵기는 눈을 달고 버스를 탔다.
단디 차려입고 또 이튼날도 눈 속을 걷는다.
크리스 마스 이브이니 분위기를 찾아 세담이 외식을 꿈꾼다. 도심 한복판에 숯불에 돼지 갈비 굽는 냄새가 하얀 눈을 데리고 코끝에 내려 앉는다. 둘이서 셋이서 넷이서 이브의 밤을 즐기려고 제법 모여든 인파가 자유로운 여행지를 오는 듯 한다. 짧지 않은 산책을 돌다가 그 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다.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준 우리 부부의 애착식당이다.
반짝반짝 알록달록 꼬마전구들이 이브의 밤을 더욱 멋지게 밝히고 온통 새 하얀 눈밭 풍경이 동심으로 바래다 줬다.
슬그머니 날 찍어둔다. 이젠 손사래 따위는 하지 않는다.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이뻐서 찍는단다. 부창부수 맞다.
굽느라 수고 해 준 신랑에게 술안주 몇점을 선심쓰듯 내밀어 주고 또 다시 내일을 기대하며 창밖을 보았다. 따뜻하게 밀려오는 훈기는 행복해서 일까? 숯불의 잔열 때문일까? 어깨에 걸쳐 놓았던 외투를 살짝 추스려도 본다.
와~크리스마스 아침이다.
눈 없는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오늘은 정말 크리스마스 답다. 장식용 트리 처럼 진짜 나뭇가지 위에 솜뭉치가 아닌 보석처럼 반짝이는 하얀 눈이 소복히 내려 앉아 있다. 무등산 능선이 설산이 되어 한폭의 그림으로 걸려있다. 먼저 옷가지를 주섬주섬 입은 신랑이 나가자고 환하게 웃어준다. 이왕 안길 생일 선물인데 폼만은 제법 멋지게 시작하고 싶은 모양이다.
벌써 가요? 12월 들어 설 때 부터 생각 해 보라고 했었다. 엉덩이를 깨워 나긋나긋 채비를 한다. 또 룰루랄라ᆢ
아스발트가 다 가려진 소복히 쌓여 있는 눈 길은 자칭 여왕이 걸어 가는 화이트 카펫이 되었고 기세등등하게 호의무사가 된 신랑의 손을 꼭 잡고 나간다.
본품 보다는 케이스에 더 눈이 동그랗게 되고 사은 품에 더 신이 났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신랑이 산타가 되어 주었다.
이틀 반나절을 자칭 여왕이 되어 지내다 보니 정작 생일 날엔 명분이 흐려졌다. 여러날 맛있게 식사도 했고 선물도 다 받았으며 아침에 달달한 축하편지도 받았다.
퇴근 후에는 성숙한 여인네 처럼 다시 평상으로 되돌아 가려고 했다. 그런데 식탁에 꽃다발이 나를 본다. "여보~경원이 왔다갔어요? 뭐에요? 와~모야~응~~ 누가 줬어요?" 속사포 처럼 틈을 주지 않고 쏟아냈다.
"아니~내 각시 생일이라 시내 나가서 사왔구만 뭔소린가~ 언제는 꽃 한번도 안사준다고 하도 그래서 추워 죽것구만 사온께 ᆢ해줘도 안믿네~"
헛웃음을 하며 멍하니 바라본다. "진짜다고요? 에에에"
어림없다는 근거 없는 표정을 지으며 샀다는 증명을 들으려고 냅다 "얼마줬어요?" 하며 얼척없다 피익 웃고 마는 신랑 앞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아닌데 ᆢ 의도하던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할 수 없이 카드 영수증을 찾아 보여주는데ᆢ 헉~ 진짜다. 시종일관 당신이 꽃인디 먼 꽃을 사다준단가 하며 사주지 않았던 꽃 선물을 받은 것이다.
꽃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세상에서 제일 기쁜 모습을 남겨 주고 싶었다.
아들이 사주는 수제 케익에 용돈도 받고 저녁 식사 까지 받고 나니 3일 동안의 자칭 여왕의 생일이 끝이났다. 올 생일은 정말로 오늘 만큼은 제일 행복하라던 말 처럼 지나갔다. 소중한 이들로부터 선물과 축하도 펄펄 내렸고 하얀 세상의 설경까지 자연이 내게 주는 선물임에 틀림없었다. 이쯤이면 자칭 여왕의 생일 맞지요?
첫댓글그림 같은 3일간의 축제. 여왕 맞습니다. 풍경, 색채, 공간의 숨결들이 마치 뿌연 안갯속처럼 아름답습니다. 샤벳트 눈길을 둘이 걷고, 창밖 눈을 보며 국밥을 먹고 예쁜 꽃다발까지...꽃보다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세담. 산타 남편, 루돌프 썰매보다 더욱 안전한 눈꽃 달린 버스...세상은 온통 감사함 뿐이겠어요. 행복한 여왕님의 생일을 또 축하합니다. .
백설같이 희고 고운 세담 님의 생일을 하늘 님도 온 세상에 백설 뿌려 축하를 해 주셨군요. 동화 속 같아요. 속속들이 섬세한 사랑을 펼치시는 남편과 짝짝꿍되어 오밀조밀 살아가시는 사랑요정 세담 님, 참 보기드문 본보기가 되는 부부이십니다. 저희도 따라 흉내내며 살아볼까~ 싶어집니다. 기쁘고도 아름답고 기분좋은 편지, 고맙습니다.
첫댓글 그림 같은 3일간의 축제. 여왕 맞습니다. 풍경, 색채, 공간의 숨결들이 마치 뿌연 안갯속처럼 아름답습니다. 샤벳트 눈길을 둘이 걷고, 창밖 눈을 보며 국밥을 먹고 예쁜 꽃다발까지...꽃보다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세담. 산타 남편, 루돌프 썰매보다 더욱 안전한 눈꽃 달린 버스...세상은 온통 감사함 뿐이겠어요. 행복한 여왕님의 생일을 또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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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기쁜 편지 오리지날 표본입니다.^^
행복,행복 그 자체네요.
이 보다 더 좋을순 없는 생일 축하로군요.
행복은 좋은 시간들이 순간
순간 모여서 만들어 진대요.
앞으로 하하에서도 더 좋은
시간 만들어서 더 행복하세요~
백설같이 희고 고운 세담 님의 생일을 하늘 님도 온 세상에 백설 뿌려 축하를 해 주셨군요.
동화 속 같아요. 속속들이 섬세한 사랑을 펼치시는 남편과 짝짝꿍되어 오밀조밀 살아가시는 사랑요정 세담 님, 참 보기드문 본보기가 되는 부부이십니다. 저희도 따라 흉내내며
살아볼까~ 싶어집니다. 기쁘고도 아름답고 기분좋은 편지, 고맙습니다.
아름답고 기쁜 편지^^ 맞네요!!
사랑스런 여왕님 맞고요^^ 😃 😼 ☺️
생일빵을 3일간이나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