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루카 12,51)
평화의 임금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는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언뜻 보기에 낯선 이 말씀에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다"라는 말을 떠올려 봅니다.
거리의 소란을 그냥 소음으로 여기면 짜증이 납니다. 그런데 그것이 누군가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는 간절한 호소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예수님께서 지르러 오신 불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침묵을 강요당하던 이들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정화의 불꽃이었을 것입니다. 진실이 드러날 때 세상은 시끄러워지고, 거짓된 평화에 안주하려던 이들과의 갈등과 분열 역시 불가피해집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갈등 없는 고요함이 아니라, 그 소란 속에서도 한 사람의 존엄이 온전히 회복되는 하느님 나라일 것입니다.
오늘도 제가 머무는 학교는 시끄럽습나다. 아이들의 거친 말투, 선생님들의 불평, 학부모의 항의 전화 등. 그러나 이것을 소음으로 여기지 않고 '나를 존중해 달라"는 뜨거운 호소로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 안에 담긴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거룩한 소동과 분열 속에 현존하 시는 주님을 따르려는 저에게 주신 숙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한재호 루카 신부》
갈등은 지워버려야 할 문젯거리가 아니라 참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