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온라인 몰에 주목하는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은 뒷전.
부제 : 상품조차 주문할 수 없어, 빈 매대가 대부분.
국내 화장품 기업인 ‘이니스프리’가 지속적으로 로드샵보다 온라인 몰의 비중을 높여 가는 가운데, 가맹점주들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9년, 이니스프리는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체계(THAAD)’에 대한 중국 시장의 반발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여파를 줄이기 위해 이니스프리는 지속적으로 중국과 국내의 로드샵 수를 줄이고, 온라인 몰의 비중을 높였다.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니스프리의 가맹점 수는 2019년에 920개에서 2020년에 657개로 28%가량 감소했고, 매출액은 2019년에 약 5천 512억 원에서 2020년에 약 3천 485억 원으로 36%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매출액은 복구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감소해, 이니스프리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불화만 커졌다.
이벤트나 마케팅도 없이 빈 매대만...새로운 상품을 주문하는 것도 제한됐다.
2017년부터 경기도 성남시에서 이니스프리 가맹점을 운영하기 시작한 최모씨는 매장 운영에 많은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최모씨는 “로드샵에서 발주할 수 있는 품목이 점차 줄어들거나 단종되고 있다."고 말하며, "이를 사전에 통보하지도 않아, POS(금전등록기)에서 상품을 주문할 때가 되어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벤트를 위한 품목, 예를 들어 현수막이나 포스터, 샘플 화장품, 사은품, 인기 상품이나 신규 상품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하며 고충을 토했다.
또한 최모씨는 이런 이유로 비어있는 매대를 보며 “비어있는 매대를 채우기 위한 상품을 출시하지도 않고 새로운 상품을 주문하는 것에도 제한이 있기에, 이대로 방치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모씨는 "손님들이 들어와서 비어있는 매대를 보고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이냐고 묻기도 한다."라고 말하 안타까움을 전했다.
실제 최모씨의 매장 매대이다. 매대의 상당 부분이 비어있다.
로드샵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상품, 온갖 이벤트와 사은품까지...명백한 로드샵 죽이기.
이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가맹점주들은 온라인 판매처에 매출을 빼앗기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온라인 몰이나 쿠팡 등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로드샵보다 다양하고 저렴한 상품을 표시하고 있으며, 많은 이벤트와 사은품을 증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시로 아래의 사진과 같이 '블랙티 유스 인헨싱 앰플' 등을 포함한 이니스프리의 상품들은 로드샵보다 온라인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다양한 이벤트나 사은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왼쪽부터 로드샵, 이니스프리 온라인몰, 쿠팡에서 판매중인 '블랙티 유스 인헨싱 앰플'이다. 로드샵은 단품만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니스프리 온라인 몰이나 쿠팡은 살짝 높은 가격대에 다양한 사은품 증정과 이벤트를 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로드샵을 직접 방문해 상품을 구매하려고 해도 원하는 상품의 재고가 모자라거나 심지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처는 재고가 모자란 경우가 드물기에, 소비자들이 로드샵 보다 온라인 판매처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모씨는 "로드샵은 온라인 몰에서 구매하기 이전에 상품을 체험해보는 곳이 되었다."라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위기의 이니스프리, 온라인 판매처에 치중하는 것이 문제인가?
이니스프리가 온라인 판매처에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한 후, 이니스프리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갈등이 지속됐다. 이니스프리 가맹점주협의회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들며 “이니스프리 본사는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가맹점을 등한시하고, ’가맹본부의 준수사항‘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가맹점주협의회는 해당 법률 중, 특히 "가맹계약기간중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안에서 자기의 직영점을 설치하거나 가맹점사업자와 유사한 업종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의 금지"라는 내용은 이니스프리가 쿠팡 등의 온라인 판매처에 자사의 제품을 입품하는 것에 대한 위법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니스프리 가맹점주협의회는 이니스프리 본사에 대해 “로드샵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거나, 가맹점주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지해달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모씨는 “이 가맹점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은 폐업하게 되면 경력이 단절된다.”라고 말하며, 본사에 대해 "늘 상생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피해를 보는 것은 가맹점뿐이었다."라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물론 이니스프리가 위기의 상황이며, 이를 극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이니스프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 판매처에 납품하는 것을 선택했다. 또한 이니스프리는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달 29일, 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 간에 가맹사업에 대한 협의회의가 진행됐고 그 결과, 가맹점에 제공되는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이즈 업 상품과 판촉에 대한 추가 지원을 약속했으며, 온라인 결제시 로드샵에게 주어지는 금액의 비율을 높였다.
기업이 이익을 취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며, 더욱 좋은 유통망에 더 많은 물품을 공급하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률로 정해진 가맹점과 가맹본부간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지위로 상호보완적으로 균형적인 발전을 이뤄야할 관계이다. 이니스프리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찾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