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불꽃축제 안가?'
친구에게서 카톡으로 문자가 날라 왔습니다.
아마 제가 스마트폰으로 바꾼 후 카톡을 한번 써볼려다가 할 말이 없으니까
그렇게 띄운 모양입니다.
사실 불꽃축제 몇번 가보면 그 다음부터는 불꽃축제보다는 행사 전후에 한잔하는 재미로 가게 마련입니다.
그런 장소로 추천할만한 데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한잔하고 88대로 잔디밭에 앉아 감상하는겁니다.
젯밥에 관심을 두니 똑닥이에다 DSLR을 하나 챙겨온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당췌 요즘은 삼각대 들 힘도 없어서...
용산역 계단에서 하릴없이 젊은이들 데이트 하는 걸 쳐다보며 친구를 기다립니다.
이번에는 전자랜드쪽 말고 용산역에서 한강철교쪽으로 걸어 나갑니다.
5시쯤인데도 벌써 완전군장으로 돗자리까지 챙겨온 청춘남녀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이 좁은 골목길에 가게마다 저렇게 대목 상품 팔기에 여념 없습니다.
심지어 부동산 아줌씨까지도 연신 전화로 전월세 상담하면서
각종 커피와 김밥, 프라이드 치킨을 팝니다.
우리야 뭐~~ 바쁠 일 있습니까? 우선 그럴듯한 방아간부터 찾아야지요.
그럴 듯한 춘천 닭갈비 집입니다.
유리창 너머로 보니 이 근방에 있는 집치고는 깔끔합니다.
'왜 이리 더워?~ 장사 잘 되게 문 좀 열어 놓을까~'
그런데 아직 준비가 안돼서 열면 안된답니다.
그런 소릴 들으니 제대로 된 집에 들어오긴 들어온 모양입니다.
가져온 닭갈비를 보며 '언니 여기 양념에 카레도 들어가고 고구마도 들어 갔는가?'하며 너스레를 떠니
'아아~ 아저씨 작년에도 오셨다 갔지요?'하며 맞장구 치는 폼이 보통이 아닙니다.
메뉴판에 고구마 사리까지 있는 걸 보니 맛이 기대됩니다.
심플한 양배추 샐러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스을~슬 익어가니 이제 닭갈비 맛이 납니다.
'아자씨, 닭회로 먹지 말고 야채부터 먹어~'
아~~ 오랫만에 먹어보는 고구마입니다.
둘이서 맛배기로 막국수 한그릇 시킵니다.
비주얼만큼 사리 맛이 썩 훌륭하다고 할 순 없지만 서울에서 이 정도면 괜찮은 맛입니다.
뜻하지 않게 좁은 골목쟁이에서 그럴듯한 닭갈비를 먹었습니다.
오근내 닭갈비 797 - 0131
한잔하고 나오니 인파는 아까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길목의 장작구이 통닭들이 순차적으로 알타리를 치켜 올리며 나를 유혹하지만 단호히 패스합니다.
무단횡단하지 말고 육교를 넘어서...
한강변에는 언제부터 기다리던 사람인지 텐트와 돗자리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삼각대와 카메라가 대공사격을 위한 발칸포 진지 같습니다.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번쩍!...... 꽝! 음압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원효대교를 불태웁니다.
용산역 앞으로 걸어나오니 빨간 불 켜진 곳은 재개발로 장막이 쳐져 있고
난장이 벌어졌습니다.
커다란 비닐하우스로 된 포장마차입니다.
벽에 붙여진 메뉴를 보니 무얼 먹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마른 오징어가 없답니다. 산오징어에 2천 하나!
집으로 들어오니 12시가 넘었습니다.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기타(주로 먹거거리)사진 20장, 불꽃사진 7장, 이런걸 주객이 전도 되었다고 하나요 ?
발칸포 진지에서는 무슨일이 곧 터질것 같은 비장함이 엿보입니다
그저 뭐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게 딱 맞습니다.
불꽃만 찍은 사진은 너무 보면 식상할 것 같아 주변 분위기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너무 제 개인 취향쪽으로 흐른 감이 없지 않군요.
기피 기피 반성하겠사옵니다.
전에 역전회관인가? 불고기와 낙지 요리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있는데 아직도 있을까. 용산역하니 그생각만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