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옥추제(上屋抽梯)(백윤철)
上:위 상 屋:집 옥 抽:뽑을 추 梯:사다리 제
출전 : 삼십육계 28번째 계책
이를 직역하면 “지붕 위에 올라가게 한 뒤에 사다리를 치워 버린다.”라는 말로, 적을 유인하여 사지에 빠뜨리거나 상대방을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함으로써 주도권을 잡는다는 뜻이다. 적에게 고의로 약점을 노출시켜 우리 세력권 안으로 유인하여 앞뒤를 차단하는 계책이다. 혹은, 아군 병사들을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사지(死地)에 몰아넣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만드는 계책이다.
후한(後漢) 시대 유표(劉表)의 맏아들 유기(劉琦)는 계모의 미움을 받았다. 제갈량에게 자신을 지킬 방법을 물었으나, 남의 집안일이라 응하지 않았다. 제갈량을 청해 높은 누각에 올라가 주연을 베푼 유기는 오르내리는 사다리를 치워 버리게 하고는 방법을 일러 달라고 했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제갈량은 하는 수 없이 몸을 피하라고 일러 주자 유기는 곧 외지로 파견해줄 것을 자청해 화를 면했다. 상옥추제계(上屋抽梯計)라고도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병법 가운데 하나인 삼십육계 가운데 하나이다. 곧, 적에게 작은 이득을 주어 아군의 깊숙한 곳으로 유인한 뒤에 원군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차단함으로써 적을 사지에 빠뜨리는 계책이다.
중국 고대의 병법서인 손자(孫子)의 ‘구지(九地)’편에도 “장수가 병사들을 이끌고 싸울 때에는 마치 높은 곳에 올라가게 한 뒤에 사다리를 치우는 것과 같이 하여야 한다(帥與之期, 如登高而去其梯).”고 하였다.
이 고사성어의 전거가 되는 이야기는 삼국지의 ‘제갈량전에도 실려 있다. 후한(後漢) 시대 말기에 유표(劉表)의 맏아들 유기(劉琦)는 계모의 미움을 받았다. 그는 제갈량에게 자신의 안전을 지킬 방법을 물었으나, 제갈량은 남의 집안 일이라 하여 응하지 않았다.
어느 날, 유기는 제갈량을 청하여 높은 누각에 올라가 주연을 베푼 뒤에 몰래 사람을 시켜 누각으로 오르내리는 사다리를 치워 버리게 하였다. 그러고는 제갈량에게 이제 위로 올라갈 수도 없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없게 되었으니 방법을 일러 달라고 하였다. 오도가도 못하게 된 제갈량은 하는 수 없이 중이(重耳)의 예를 들며 몸을 피하라고 일러 주었다. 유기는 곧 외지로 파견해줄 것을 자청하여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여기서 유래하여 상옥추제는 적을 유인하여 사지에 몰아넣거나 상대방을 곤경에 처하게 함으로써 주도권을 잡는 계책을 의미한다. 또한 배수진(背水陣)이나 파부침주(破釜沈舟)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퇴로를 끊음으로써 사력을 다해 싸우게 하는 일을 비유하는 성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위험한 높은 곳에 사람을 올려놓고(上樓) 사다리를 없애 버린다면(擔梯) 올라간 사람은 속았다고 분통을 터뜨릴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나쁘게 이용하지 않고 지붕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 절박감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게 하는 길잡이도 될 수 있다. 또 반대로 높은 곳에 많은 것을 숨겨 놓고 아래에서 올라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면 위의 사람들은 욕심이 많다고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남조 송(宋) 나라의 문학가 유의경(劉義慶)이 쓴 일화집 ‘세설신어(世說新語)’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동진(東晋)의 8대 왕 간문제(簡文帝) 때의 일이다. 정치가이자 장군인 환온(桓溫)이란 사람이 촉(蜀)을 평정한 뒤로 더욱 세가 막강해지자 왕이 견제하기 위해 학식이 뛰어난 은호(殷浩)에 중책을 맡겼다. 둘은 죽마고우였으나 왕의 의도대로 사사건건 대립하는 정적이 됐다. 은호가 호족을 막기 위해 출병했다가 말에서 떨어져 참패하자 환온이 규탄상소를 올려 귀양가게 되었다. 은호가 왕을 원망하며 말했다. “사람을 백 척 다락에 올라가게 해놓고 사다리를 치워버리는구나(上人箸百尺樓上儋梯將去/ 상인착백척루상 담제장거).” 우리 속담을 모은 ‘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같은 뜻으로 등루거제(登樓去梯)라 사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역한 사회적 분위기는 무엇보다 이 성어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사어로 만든 ‘세습귀족’에 대해 젊은 층이 더 실감케 한다. 개발시대에 손쉽게 부를 일궜거나 권력을 잡은 이들이 그것을 자식에게만 물려주고 다른 사람이 넘겨 볼까봐 사다리를 걷어찬 것이다. 대졸 실업자가 부지기수인데도 대기업 취업 문턱은 높아지기만 하고 공무원연금 개혁도 하세월이다. 세대 간 갈등이 더 심화되기 전에 튼튼한 사다리를 놓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정권을 갖은 사람도 재벌들도 사다리를 두어 많은 사람들이 높이 올라 가는 것을 차단해서, 한국사회는 양극되어 있다. 어쩌면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고, 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사다리를 없애버리를 사회가 되어서 어쩌면 공정사회는 공염불일 수도 있다.
기성세대로소 우리 후손들에게는 멋진 사다리를 넘겨 주어서 모두가 잘 사는 그런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如海의 마음이다. 추운 날 아침에 사다리를 세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