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는 오히려 강점이었다." 원종웅 사이클 선수 이야기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강원도 대표 지적장애인 사이클 선수이자, 오는 6월 열리는 '프랑스 INAS 지적장애인 월드컵'에 사이클 국가대표로 발탁된 원종웅(28)씨를 만나봤다. 그는 2015년부터 각종 국내 사이클 대회에서 1위를 휩쓸었고, 2018년 프랑스 INAS 지적장애인 월드컵에 '유일한 한국 대표'로 출전해 1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2월 열린 '제20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선 크로스컨트리 4km 클래식 IDD(동호인부)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동계 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지적장애 고등학생이 국내 최정상급 선수가 되기까지.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훈련 과정을 지켜봤다.
국내 최정상급 기량의 보유자, 그러나 사이클 입문은 '우연'
원종웅 선수가 자전거를 처음 접할 당시엔 선수 생활에 큰 뜻이 없었다. 시작은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합기도를 가르쳐주던 관장님이 자전거 동호회인이었고, 동호회 활동이 담긴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된 원 선수는 자전거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지난 12일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전거 동호회) 사진을 보고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다이어트를 위한 부분도 있었다. 아버지 원모(55)씨는 "자전거 입문 전에는 지금보다 살이 찐 상태였다. 선수 생각은 없었고,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도로 훈련이 임박한 지난 14일 오전, 춘천시 동물복지센터 앞 주차장에서 자전거 상태를 점검 중인 원종웅 선수(좌), 자전거에 새겨진 태극기와 그의 영문이름(우). 원 선수는 월요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훈련에 매진한다. 실내 훈련을 하는 날은 약 70km 정도의 거리를 실내 자전거로 소화하며, 도로 훈련이 잡힌 날에는 약 70km에서 많게는 약 100km의 거리를 달린다.
첫 대회 출전부터 남달랐던 '고집'과 '끈기'
2015년 참가한 '배후령 힐클라임 대회'는 원종웅 선수가 처음으로 출전한 사이클 대회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열린 대회가 아니라 비장애 동호회인을 대상으로 열린 대회인 만큼, 걱정도 많았다. 당시 원 선수와 경기를 함께할 수 없었기에 미리 정상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 원씨는 "대회 도중 종웅이에게 넘어졌다는 전화가 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뒷바퀴 펑크로 인한 낙차로 전신에 찰과상을 입게 된 것이었다. 당시에는 원 선수의 표현 능력이 지금보다 부족해, 아버지 원씨는 현장에 있던 교통 통제 경찰관에게 상태를 물었고,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라는 답변이 들려왔다. 다시 원 선수에게 전화를 바꿨을 땐, "끝까지 타고 올라가겠다."는 말이 돌아왔다. 결국 그는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지고 온몸에 찰과상을 입은 채로 대회를 완주했다. 원 선수는 "넘어졌을 때 왠지는 몰라도 끝까지 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중간에 기권하면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 같았다."고 당시의 감정을 설명했다.
춘천시 동물복지센터에서 출발, 이후 춘천댐 삼거리까지의 코스를 반복하는 도로 훈련 도중, 자전거 대열의 선두에서 바람을 막으며 질주하는 원 선수(파란색 옷)와 그 뒤를 따르는 비장애인 경륜 선수들(좌). 대열의 선두는 공기 저항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가장 심한 위치다. 인터벌 훈련 도중 대열에서 나와 독주 중인 모습(우).
'꾸준한 노력'이 가능했던 이유, 지적장애가 강점으로 작용하다
원종웅 선수의 끈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2015년 전국장애인사이클선수권 대회 겸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선 3.5km 트랙 부문 2위에 올랐고, 다음 해 열린 '강원도 생활체육대회'에선 1km 독주, 2km 개인출발 부문 모두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이후 2018부터 2022년까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휩쓸었다. 원 선수의 뛰어난 성적은 지적장애의 특징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 탓이 컸다.
아버지 원씨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시키면 반드시 해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며, "자전거 입문 전에는 이렇게 승부욕이 강한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2020년 부터 원 선수의 자전거 지도를 맡아, 올해로 함께한지 4년 차가 된 강원도장애인체육회 소속 공민우(43)지도자 역시 "지적장애가 선수 생활에 있어서는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즉시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서 "비장애인 선수들은 훈련 중에 꾀도 부리고 신체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그러나 종웅이는 꾀부리는 걸 본 적도 없고, 두려움도 없더라.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훈련을 하니,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선수 생활에 있어, 지적장애는 '장애'가 아닌 '승부욕'과 '꾸준한 노력'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원 선수 본인도 "무엇이든 한 번 하겠다고 결심하면 끝까지 하는 성격이다."라고 본인의 강점을 소개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이력에는 사이클 대회뿐 아니라 '바리스타 기능대회'와 '동계체전 크로스컨트리' 수상 경력 등 다양한 도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원 선수는 자전거를 탈 수 없는 동계시즌에도 몸 관리를 하기 위해 2020년부터 크로스컨트리 종목을 연마하고 있다.
(바리스타 기능 대회, 크로스 컨트리 사진 추가 예정)
힘들었던 순간, 당연히 없진 않았다.
물론 어려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 지도자는 "비장애인 선수에 비해 '몸의 기억'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며 원 선수의 특징을 설명했다. 더불어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동계시즌 동안 세 달 정도 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코너를 들어가는 기술이나, 안전하게 라인을 타는 기술 등이 잊혀진다."고 원 선수의 약점에 대해 말했다. 그럼에도 "다시 지도하면 될 때까지 훈련해 회복한다. 종웅이의 기량은 말 그대로,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자전거 대열 후미의 원 선수(파란색 옷, 좌). 자전거 입문 초반에는 대열에서 이탈하는 일도 잦았으나, 현재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훈련 당시 자전거 대열을 따라가는 자동차 계기판의 바늘은 항상 40km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우).
좋은 성적을 계속 유지해야한다는 부담도 스트레스였다. 원 선수는 "연습을 안 하면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연습해서 1등을 빼앗길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운동만이 살 길이다."라며 성적 유지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부담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떨쳐내는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전거를 타면서 바람이 온몸을 스치면, 스트레스도 같이 날아가는 기분이다."라고 답하며, 자전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버지 원씨도 "(가족들이 원 선수에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하기 싫으면 언제든 그만둬도 된다고 말한다."라고 밝혔다. 꾸준함의 밑바탕에는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겸손을 꾸준함으로, 노력을 유연함으로. 원종웅 선수의 조력자들
원종웅 선수는 "대회에서 1위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냐"는 질문에, 부모님과 코치님(공민우 지도자)을 꼽으며, "부모님과 코치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뷰 결과 부모님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조력자, 공 지도자는 노력에 유연함을 더해주는 조력자였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겸손하라." 자전거 선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원 선수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아버지 원씨의 조언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원씨는 원 선수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에 "자전거 잘 타는 사람은 얼마든지 많으니, 나서지 말고 겸손하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원 선수를 위한 가족의 특별한 배려나 노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족의 역할보다는 선수 본인이 잘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자세를 낮췄다. 식단관리부터 훈련까지 원 선수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가족이 할 일은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어서 "신경 쓸 일이 하나 있다면 이동 관련 문제다. 자전거와 장비가 함께 움직여야 하기에, 대회가 있으면 같이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자신보다는 공 지도자의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종웅이가 한 가지에 집착하는 모습이 잦아서 코치님(공 지도자)께 SNS메시지나 전화를 자주 할 때가 있다. 코치님도 귀찮을 수 있는데, 언제나 친절하게 답해주시기에 특히 감사하다."며 그 이유를 전했다.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있는 아버지 원씨(좌)와 트렁크에 실려있는 대회용 자전거 바퀴(우)
"항상 스트레칭을 열심히 한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는 도중에 쥐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훈련에 대해 묻자, 원 선수가 내놓은 답변이다. 이러한 습관은 공 지도자의 당부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공 지도자는 "종웅이는 비장애인 선수들처럼 아픈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다. 몸 상태가 안 좋아도 일단 훈련을 먼저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며, "결국 부상 위협을 줄이기 위해선 몸이 항상 유연하게 풀려있어야 하므로 스트레칭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운동을 오래 하다 보니 해이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엔 항상 열심히인 종웅이를 보고 오히려 배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 선수의 '롱 런' 비결에는 부모님의 조언과 공 지도자의 당부가 있었다.
도로훈련 직전, 클릿 슈즈(페달과 고정이 가능한 자전거 전용 신발)을 착용 중인 원 선수와 공민우 지도자의 모습(좌), 훈련 도중 원 선수 헬멧에 부착된 블루투스 통신 장비의 상태를 확인 중인 공 지도자(우).
"이번에 나가는 프랑스 대회에서도 챔피언이 되고싶다. 그리고..."
최종 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원 선수의 답변이다. 그리고 뒤이어 "국내 대회뿐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오는 6월 2일, 그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INAS 지적장애인 월드컵'을 위해 출국한다. 그러나 원 선수가 앞서 밝힌 포부처럼,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원종웅 선수, 우리 사회는?
장애인 체육계의 제도적 문제점은 월요일 추가 통화 및 조사를 통해 추가 예정입니다. 더불어 과거 대회 출천 사진 등도 입수하는 대로 함께 추가하겠습니다.
첫댓글 =내용 좋음.
=지난 00년부터 00년째 지도를 맡고 있는 공 지도자
=훈련 시간은 보통 1주일에 00일, 한번 하면 몇km 정도? 훈련은 어디서?
=지적장애 몇등급인지, 언제 받았는지 정도는 조심스레 물어보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