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수업에 불참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듯 마음이 편치않다.
일요일에 어머님이 가시자마자 월요일 아침 일찍 서울에 와 손자를 돌보고있다.
이제 아홉살로 2학년이 되는지라 돌본다기보다 등하원과 학원 오가는 일,
그리고 스스로 잘하는 모습을 지켜만보고있다.
방학중이지만 방학의 느긋함과 여유를 알지 못한채 여늬때처럼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변화가 없어보여 측은하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휴식이 필요한데 쉬지 못하고있다.
내게 쉼이란 홀로 생각에 잠겨 산을 오르는건데 한달이 다 되가도록 못하고있다.
일이 연달아 있어서다.
서울 오기전 20여일간 시어머니의 병 수발(?)을 했다.
늘 하는 일이지만 결코 녹록치않는 하루 세끼 밥상 차리는 일,
그리고 매일 병원을 모시고 다니는 일 등이 쉽지만은 않았다.
다행히 병원이 집 앞이어서 수월했으나 한손은 지팡이 한손은 내 손을 잡고 걸으니 느림을 기다리는 일은 복장 터지는 일이었다.
두어 걸음 걷고 쉬고 서너 걸음 걷다 멈추고.
덩달아 나도 멈춰야하니 속이 터졌다.
그러다 문득 친정엄마도 지팡이를 짚고 걸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우리 엄마도 그랬었다.
우리 엄마도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느리게 걸었었다.
엄마 생각을 하자 눈물이 나고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참는데 문득 드는 생각!
그렇다!
우리 엄마가 살아 오신 것이라고 생각하자.
시어머니를 엄마라 생각하고 생전에 못다한 효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 해보자.
그러자 놀랍도록 마음이 평온해지고 시어머니가 안쓰러워졌다.
대화가 늘고 더러 말씀이 거슬려도 참을수있었다.
그렇게해서 3주 동안 그다지 힘들지않고 할수있었다.
"설을 큰아들 집에서 쇨려고 내가 아픈갑다.
너 고생만 원없이 시키고 미안하다"
당당하고 거침없는 성향인 시어머니도 쇠약해지니 어쩔수없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신다.
설날이 되자,
어머니가 계신 우리집으로 효심 깊은 아들딸들이 차례로 찾아왔다.
셋째시누이는 결혼할 아들과 예비며느리와,
셋째아들은 중고생인 아들과 딸을,
둘째네는 지난해 결혼한 사위와 딸까지 데리고 부산에서 왔다.
막냇딸은 이틀간 보내다 갔다.
너댓번의 많은 양의 상을 차리고나니 허리가 휠만도한데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이정도도 못하니... 스스로 다독이다보니 오히려 재미도 있었다.
손님이 오는것을 달가워하지 않는것은 대접할 음식이 변변치않아서다.
그렇다면 좀 힘들더라도 음식 준비를 많이 하면 되지않을까.
갈비나 잡채 튀김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생략하고 찌고 삶고 데치기만하면 되는 음식.
즉 전복은 쪄서 계란노른자로 지단을 부쳐 예쁘게 장식만하고 문어는 식초 한방울을 떨어트려 바알갛게 삶아내면되고 낙지는 탕탕이, 꼬막은 삶기만하고 생선은 한꺼번에 큰찜기에 찌고 육회는 참기름 간장으로 조물조물 무쳐 채 썬 배를 깔고 예쁘게 담아내면 된다
직접 기르거나 체취한 나물감을 골고루 갖다준 친한 언니 덕분에 다섯가지 나물과 부침개는 두가지만 했다.
그렇게 잔머리 쓰며 준비하니 힘들지않고 찾아 온 동생들을 대접할수 있었다.
힘든 내색 없이 웃으며 대하니 동생들도 기분 좋아하고 어머니도 돌봐줘서 고마운데 맛있는것도 잘 먹고 간다며 연신 고마워한다.
뭐든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와 손자를 보살피는 일도 내 몸이 건강하니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내 몸 관리는 나 자신을 위해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도 잘 챙겨야한다.
모두가 나가고 오늘 해야 할 일 중 첫번째로 아기편지 올리기 완수다.
사실은 어제 올렸어야하지만.
내일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세윤이와도 작별이다.
작별은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기도해서 섭섭해하지 않으련다.
어쩌다보니 사실 그대로만 말했을 뿐인데 어째 뒤가 캥긴다.
자랑아닌 자랑같아서.
살짝 올려야되나 어째야되나 고민좀 해야겠다.
첫댓글 언니~ 어머니 돌보시는 것도 설쇠는 것도 게다가 가족이지만 조카에 며느리, 사위까지 어쩌다 만나니 손님 치르는 일이나 매한가지로 힘드셨을텐데 거뜬히 해내시고 모두 흐뭇하게 보내드렸으니, 정말 장하십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기쁨 주셨네요^^
진짜 바쁘게 보내셨네요.
어머니가 계시니 구심점이 되어 한자리에 모였겠지만 한분 한분 들어오시는 밝은 모습들에 부럽기도 하네요.
언니 답게?준비하신 음식에 미소를 짓네요.
다소 힘들었지만 제 할 일을 다하시고
보람과 개운함을 느끼셨을꺼라 생각듭니다.
아주 훌륭한 며느님이자 세유니 할머니 멋지십니다.^^😘
이한 언니의 삶의 지혜, 다방면에서 발휘가 됩니다. 시어머니 병수발, 설 손님치레까지 무척 힘드셨을텐데도 흐뭇흡족해 하시는 마음이 제게까지 전해 옵니다. 이한 언니의 손을 거쳐 나온 음식들,
꼴깍꼴깍!! 넘 맛있겠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늦었지만 요즘뭐가바뻣는지 오늘에야
아기편지 열었어요.궁금해 전화로 소식듣고,
큰며느리노릇 톡톡히 하고 또서울로직행해
손주보고돌아오고, 몸과맘건강하니 할수있는
일입니다 . 나중에나이들면 도움주고싶어도
맘뿐일때도 있을것입니다. 몸 아끼지말고 내가도움줄수있을때가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저도 살고있어요~^^
하하에 고문님 부재는 휑 했으나,
큰며느님몫은완벽?거의자랑수준
맞네요ㅋㅋ 허리튼튼함정신유연함이
부럽구먼요. 시아부지장례때그흔한내눈물이
하루나오고안나올때, 울아부지
장례생각하며 쏟아지는 눈물로
사나흘을보낸 기억이 나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