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폐하의 깊은 뜻은* (외 1편)
정대구
폐하의 목소리에선
서리가 묻어 나온다
차게 빛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검을 던지는
폐하의 명중률!
빈 노래와 흔들림으로 내려앉는다
주저주저 따위
방황과 회의, 과도한 군살을
폐하는 허락하지 않는다
천만 개의 혀를 가진 나무는
천만 개의 혀를 내려놓고
묵묵히 뼈로써 말할 뿐이다
폐하는 실수 따위를 용서하지 않는다
죽음까지도 용납하지 않는다
함부로 주검을 파묻을 만큼
겨울 폐하는 물렁물렁하지 않다
폐하의 칼끝에 귀를 베이고
폐하의 발밑에 나 무릎 꿇어 엎드려
귀 대이고 듣는다
아하, 아아, 땅속 깊이 고래고래 지심地心을 끌어 올리는
파란 숨소리
불을 뿜어 봄을 피우는
시랑의 뜨거운 피를
* 시집 곰할머님 고맙습니다에 게재한 「겨울 폐하」를 대폭 개작했음
엎드리다
해가 지나갈수록 여름도 타고
겨울도 타아
지난여름 더위에 엎드려
두 손 들고 더위 먹었지
(-피서한답시고 옷 벗어부치고
집 안에 가만히 엎드려 지냈지)
이 겨울 강추위에 포로 되어
집 안에 갇혀 옷 껴입고 몸 잔뜩 웅크려
꼼짝 못 하고 엎드려 강제로
몸에 감기 들여 먹었지
(콜록콜록 콜록콜록)
감기 들었지
20240106정대구 : 1972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나의 친구 우철동씨』 『겨울기도』 외 10권. 시선집 『쌀을
씻으며』 수필집 『녹색평화』 논문집 『김삿갓 연구』 『김수영
연구』 등제1회 명지문학상, 도천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
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