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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 양식 가운데 형식은 시가이면서 ,그 길이에 제한이 없어 다양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갈래가 바로 가사이다. 시행이 4개의 음보로 이뤄졌다는 점은 시조와 같지만, 시조가 3행으로 종결되는 반면 가사는 그 길이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하여 짧은 것은 12행으로 이뤄진 작품으로부터 긴 것은 2500행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작품들도 존재하고 있다. 각각의 시행이 4개의 음보를 기조로 하면서 그 길이가 정해지지 않았기에 가사를 ‘4음보격 연속체 시가’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4음보격 연속체라는 형식적 특성 외에 주제나 소재 그리고 내용과 구성 등에서 특별한 제약이 없다는 점도 가사가 지니고 있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잇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작품의 수효는 대략 6천여수가 넘으며, 지금도 간간이 새로운 작품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여전히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국가사문학관에서는 새롭게 창작된 가사 작품들을 공모하여 기관지에 수록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 전해지고 있는 작품들 가운데 일부만이 그 내용과 문학적 특성이 연구되어 있을 뿐, 현전하는 전체 작품의 목록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잇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자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을 위주로 가사문학의 역사적 흐름을 정리하고자 한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가사를 연구해온 저자가 비록 일부에 불과하지만, 작자와 창작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작품들만으로 역사적 전개 과정을 서술하고자 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전하는 가사문학의 목록조차 작성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는 점과 아울러, 여전히 그 내용 파악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연구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전제하면서 작자를 알 수 있는 약 370수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주제 분류와 함께 가사문학사를 서술하기 위해 시대 구분을 시도하고 있다. 작자를 알 수 없는 작품들을 포함하지 않는 문학사가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아직 제대로 연구조차 되지 않은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창작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만으로 문학사를 구성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하겠다.
가사문학사를 서술하기에 앞서 저자는 먼저 ‘가사문학의 회고와 전망’을 통해서 기존 연구사에 대해 점검하고, 이를 통해 ‘가사문학사의 시대 구분’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에 의해 마련된 가사문학사의 시대 구분은 모두 5개의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 성종 조까지의 ’발생기‘, 연산군 조부터 임진왜란 시기까지의 ’발전기, 그리고 이후 경종 조까지의 ‘흥성기’가 그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후 ‘영종 조부터 갑오경장까지의 ’전환기‘와 그 이후 현재까지의 ’변전기‘로 구분하고, 일부의 작자이지만 여전히 가사 작품들이 창작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가사의 명칭과 형식 등에 대해서 마지막 ’마무리‘ 항목에서 정리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비록 작자를 알 수 없는 작품들을 포함시키지 못했다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그래고 370수에 이르는 적지 않은 기명 작가의 작품들만으로 문학사를 전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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