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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바쁘게 살고 있지만,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나무와 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도로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나무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져 평소에는 그저 무심하게 지켜보지만, 도심에 오랫동안 심어져 있던 가로수들은 주로 은행나무를 비롯해 종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지역적 특색이 있는 나무들을 선택하거나, 자연 환경이나 시각적인 면모를 고려해서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을 가로수로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평소에는 도심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들을 관찰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농학박사로 오랫동안 식물을 연구해 온 저자가 서울의 궁궐에 있는 ‘우리 나무’들에 대해서 사진과 함께, 해당 나무의 특징들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아마도 궁궐을 대상으로 한 것은 그곳에 심어진 나무들은 잘 보존되고, 다양한 종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궁궐의 나무들을 선정한 이유를 ‘우선 우리와 가까이 있어야 하고 개발이라는 이름이 아무리 거세어도 항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으며, 한 곳에 가능한 많은 우리 나무가 모여 있는 곳’으로 적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록 일제 강점기에 그 원형을 대부분 잃었으나’, 그 이후 ‘복원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나무를 심’어 지금은 궁궐에서 ‘우리 나라의 숲을 대표할 수 있는 나무의 대부분을 궁궐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서울의 5대 궁궐, 즉 경복궁과 창덕궁을 비롯하여 창경궁과 종묘 그리고 덕수궁을 돌아보며 그곳에 있는 나무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돌아본 궁궐에 있는 나무들은 ‘참나무 무리를 포함하여 모두 98종의 나무들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고, 보충해설이 들어간 비슷한 나무까지 포함하면 약 250여 종’이 되는 셈이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사진과 함께 전문용어가 아닌 이해하기 쉬운 용어들로 설명을 하고 있기에, 이 책에 소개된 나무들의 경우 독자들도 주변에서 찾아 그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궁궐의 나무들을 살펴 보면서, ‘일제 강점기에 고의적으로 궁궐의 격을 떨어뜨리기 위하여 일본 원산의 나무를 심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광복 후에도 아무런 검증 없이 심어진 나무들이 적지 않기에, 이러한 것들은 ‘가까운 시기에 반드시 제거되어야 나무’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는 궁궐의 나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여기에 소개된 나무들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기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나 역시 이 책을 읽는 동안 길을 걸으면서 주변의 나무들을 꼼꼼하게 관찰하면서, 나무에 관한 나의 지식을 넓혀갈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지금도 주위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나무를 소개하는 표찰이 붙어있다면 자세히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니까 나 자신이 식물들과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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