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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가되는 보들레르의 삶과 문학세계를 다루고 있다. ‘유추와 상상력의 시인’이라는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전까지 프랑스 문단을 지배했던 낭만주의를 거부하면서 그는 내면의 목소리를 토해내는 시적 경향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제도와 당대의 문학적 권위에 도전하는 그의 작품들로 인해서 주목을 받았으며, 시집 <악의 꽃>은 출간 이후 검열에 걸려 출판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어쩌면 <악의 꽃>이라는 제목부터 당대의 상식적인 인식에 반하는 표현이며, 어두운 현실의 모습을 형상화하고자 한 시인의 의도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는 저자가 보들레르의 삶을 소개하면서, 그의 대표작인 <악의 꽃>을 중심으로 문학세계를 정리하고 있다. 보들레르는 환속한 사제인 아버지와 그보다 34살이 어린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그의 나이 6살 때 아버지가 죽고, 가족회의를 거쳐 어머니는 오픽 대령과 재혼을 하였다. 새아버지의 권위적인 태도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학창시절부터 그는 ‘걸핏하면 규율을 어기는 불량학생’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보들레르가 기존 문단에 맞서는 작품들을 창작했던 것도 이러한 그의 성향에서 비롯되었다고 이해된다.
이 책에서는 첫 번째 항목에서는 보들레르의 ‘생애와 작품’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두 번째의 ‘성찰과 모색’이라는 항목에서는 시인으로서의 보들레르의 작품 세계를 당대의 문학적 경향에 비추어 소개하고 있다. 이어지는 항목에서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시집 ‘<악의 꽃>의 연혁과 구성’에 대해서 서술하면서, 이 시집을 프랑스 ‘상징주의와 현대시의 첫 작품’으로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집에 수록된 작품의 ‘제목 풀이’와 함께, 검열과 재판으로 이어진 ‘<악의 꽃>의 여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부도덕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시집에 수록된 6편의 작품이 검열에 의해 출판금지가 되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여러 차례에 걸쳐 새로운 체제로 <악의 꽃>을 출판했다고 한다. 그의 사후에 증보판이 발행되기도 했으며, 정작 프랑스에서는 1949년에서야 <악의 꽃>에 대한 출판금지 조치가 해제되었다고 한다.
프랑스문학 전공자로서 저자는 ‘<악의 꽃>의 시론과 미학’이라는 항목을 통해서, 그의 작품 세계를 ‘상응의 시’와 ‘도시의 시’로 구분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여기에 ‘<악의 꽃>의 어휘 구조’라는 항목을 설정하여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보들레르의 ‘영향과 계보의 확산’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영향을 받았던 상징주의 시인들의 면모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부록으로 보들레르의 ‘연보 및 연구자료’의 목록을 소개하였고, 이 책에 수록된 ‘인용 시 찾아보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전에 읽었던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작품의 내용만이 아니라 표현 기법이나 시의 형식에서도 이전과는 명확히 구별되는 면모를 보였던 보들레르의 삶과 작품세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 얻은 수확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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