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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 그림책’의 시리즈로 출간된 이 책은 일노래 즉 노동요로 불렸던 <징금타령>을 바탕으로 그림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노래의 주인공인 ‘징금이’애 대해서는 민물에 사는 민물새우인 ‘징거미’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책의 뒷부분에 적시된 노래 원문에 의하면, 징금이는 화자에게 석냥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그려져 있다. 아마도 어려운 형편에도 해마다 세금을 바쳐야만 했던 민중들은 징금이라는 존재를 소환하여, 갖가지 이유로 돈을 앗아가는 대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권정생이 ‘징금타령은 풍자시로서 최고봉의 걸작’이라고 평가했다고 하는데, 민요 원문에서 지니고 있던 온갖 것들을 팔아 ‘석냥’을 갚아야만 하는 민중들의 처지를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노래에서 화자는 머리와 눈은 물론 각종 내장과 손과 발까지 사람의 신체를 다 팔아서라도 ‘석냥’을 갚겠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신체들은 생활에서 사용될 각종 일상용품에 비견되어 제시되고 있다. 예컨대 ‘혓바닥’은 신발로, ‘손’은 갈꾸리로, ‘발모가지’는 괭이로 비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요의 분류 가운데 노동요로 불리던 <징금타령>은 한 사람이 앞소리로 메기면, 다른 사람이 뒷소리로 ‘네돈 석냥 갚아주마’라는 후렴으로 받아 부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또 다른 신체를 익숙한 생활 도구에 견주어 그 규모가 확장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참고한 자료는 임동권의 <한국민요집2>에서 가져온 것이다. 신체와 각종 내장까지 몽땅 팔아서 ‘석냥’을 마련해 징금이에게 바치고 나서야, 겨우 ‘다 갚았습니다.’라고 종결짓는 내용은 당시 민중들에게 부과되었던 가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이해된다. 언젠가 본 듯한 작품의 내용을 그림책을 통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전통 민요의 가치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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