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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부터 읽고 쓰는 것을 배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글쓰기를 매우 어렵게 생각한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에 대한 선망 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때로는 누군가의 글을 읽고, 그 사람의 문체나 취향을 배우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나 역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나와는 다른 면모를 찾아서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고미숙 선생이다. 30여년 전 같은 강의실에서 선후배로 만난 이래 한동안 같은 전공을 공부하다가, 이제는 관심 영역이나 글쓰기의 방법 등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일컬어 ‘밥벌이로서의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의 교재로 여겨지는 이 책은 저자의 글쓰기의 역정과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양생과 구도, 그리고 밥벌이로서의 글쓰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즉 저자에게 글쓰기란 ‘양생과 구도’의 과정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밥벌이’의 수단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저자에게 ‘읽고 쓴다는 것’은 ‘거룩함과 통쾌함’에 이르는 수단이기에, 제목 역시 이렇게 붙였을 것이다. 글쓰기로 다져진 저자의 오랜 역정을 잘 알고 있기에,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잘 이해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나 역시 학생들에게 글쓰기 과목을 적지 않게 가르쳐왔고, 지금도 가르치고 있다. 글쓰기에 대한 대중들의 갈망이 큰 만큼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출간되었다. 글쓰기에 대한 상식적인 방법을 안내하는 것부터 저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책까지, 그 내용과 형식이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그 많은 책들 가운데 아직까지 내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쓰기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다른 이들의 책에서는 좋은 착안점을 발견할 수는 있겠으나, 그 방식대로 글을 쓰면 저자의 아류밖에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쓴 책도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 역시 저자인 고미숙 선생의 글쓰기 방식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행하는 강의에서는 아주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에게 저자와 같은 글쓰기 방식은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저자는 그동안 다양한 방면의 연구와 독서를 통하여 익힌 지식들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그러한 수준에 도달한 독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하여 ‘거룩함과 통쾌함’을 찾으려는 독자들은,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좌절감을 맛보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너무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해당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그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 그동안 갈고 닦은 오랜 '내공'에서 그 진가가 발휘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글쓰기는 오랜 동안의 자기 숙련을 통하여,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필요하다고 이해된다. 물론 초보자들에게는 기초적인 훈련이 가능할 정도로 아주 쉽게 설명된 안내서는 필요하다. 글쓰기에 익숙치 않은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형식을 안내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정 정도의 형식이 익숙해지면,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적용시키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글쓰기의 교육이 필요한 단계는 딱 여기까지이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의 후반부에 제시된 특강에 참여하여 일정 기간 동안 훈련을 한다면 분명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쓰기를 책으로만 배우고 익히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것이 오류인지를 이해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을 반복적으로 익히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의 특강을 통하여 배우는 교재로 활용될 수 있을지언정 일반 독자들이 따라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과 같은 형식의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그 중에서 자신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이나 내용만을 취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글쓰기 방식을 찾을 것을 권유하고 싶다. 글쓰기는 왕도가 없기 때문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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