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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란 다른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전하는 물건을 가리킨다. 물건을 주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아주 작은 뜻이란 의미로 ‘촌지(寸志)’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고, 주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 ‘인정(人情)을 베푼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촌지’나 ‘인정’이란 표현이 대가를 바라고 다른 사람에게 금품을 전하는 ‘뇌물’과 동의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러한 문화가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어, 이제는 이른바 ‘청탁금지법’이 제정되어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물건의 액수를 제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도에 지나친 물건이라면 선물이 아닌 뇌물로 의심받을 수 있겠지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전하는 선물의 가치는 당사자들에게는 소중한 의미를 지니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가 무엇보다 우선시되고 있는 현재에도, 심지어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조차도 ‘현금만한 선물이 없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SNS나 개인 메시지를 통해서 특정 제품과 교환할 수 있는 전자 상품권 형태의 기프티콘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가고 있다. 선물을 주고받는 방식마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목도하고 있다고 하겠다.
조선시대의 기록을 토대로 <선물의 문화사>를 탐구한 이 책은, 서로 주고받았던 선물의 종류와 그 의미를 탐색하는 내용이다. ‘조선을 이끈 19가지의 선물’이라는 부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남겼던 기록을 토대로 당시 사람들이 선물을 통해서 느꼈던 바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선물이란 하나의 물건으로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한 사람의 삶 속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화폐 경제가 발달하지 않았던 근대 이전에는 일상에서 소용되는 물건을 물물교환이나 직접적인 제작으로 충당하였고, 이러한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증여의 형태가 아니면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기록을 통해서 나타나는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선물은 경제를 보완하는 기능과 두 사람 사이의 정서적 특별함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사회적 상징을 함축’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선물을 받았으면 어떤 형태로든지 갚아야 하는 것이 것이 사람 사는 도리’이며, 비록 주고받은 물건들이 ‘자본의 크기로 보면 차이가 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정성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선물에서 강조되는 호혜성의 원리’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 가운데 구체적인 품목으로 제시되는 선물에 나타난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선물의 구체적인 품목은 특정 물건이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당대의 문화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시절과 벗하고 싶은 마음의 징표’로 꼽은 1장에서는 ‘달력’과 ‘단오부채’와 ‘지팡이’ 등의 일상에서 필요한 물건은 물론 일종의 유언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분재기’와 먼 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꺾어주었던 ‘버드나무’까지 모두 5종류의 선물과 그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대부의 품격을 두루 살핀 가치’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매화’와 ‘종이’와 함께 앵무조개의 껍질로 만든 ‘앵무배’와 ‘도검’ 그리고 선비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벼루’ 등 5종류의 선물과 그것의 문화사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3장에서는 ‘의복에 담아 보내는 멋과 바람’이라는 제목으로, 가죽을 손질해서 만든 ‘갖옷’과 먼 길을 떠나는데 반드시 준비해야할 ‘짚신’ 그리고 여성들의 ‘화장품’과 선비들의 ‘안경’ 등 4종의 선물 목록에 제시되어 있다.
이와 함께 ‘맛 좋고 귀한 것을 나누고 싶은 인심’이라는 제목의 4장에서는 ‘차’와 ‘청어’와 ‘청심환’ 그리고 ‘귤’과 ‘술’ 등 주로 먹거리에 해당하는 품목들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선물의 품목들의 소개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물건들이 왜 선물로서 가치가 있었고 당대의 문화에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 떠지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상대에게 건네는 물건이야말로 선물로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차니)
*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리뷰입니다.(2025.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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