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동에 산 적 있다 절취선 같은 골목 따라가면 노인이 돋보기안경으로 거스름돈 꺼내주던 구멍가게가 나왔다 초코파이 한 상자 어김없이 한 봉지씩 우물거리는 밤 별들도 그 부스러기였다 네가 갈래? 내가 갈까? 자매끼리 서로 떠넘기다 마지못해 사러갔던 그 가게, 초코파이만큼은 늘 채워져 있었다 날마다 야금야금 갉아먹는 열다섯, 빈 봉지 털어보듯 용돈도 털려갔다 속을 채우고 담아도 늘 고팠던 그때의 정은 오직 초코파이
오리온자리를 찾아본다
그 자리 뜯어보면
열 두 개의 촉촉한 정이 있다
개기월식, 그 '레드문'에서 '초콜릿 듬뿍 묻힌 초코파이'를 읽는 유쾌한 시. 한 입 베어 문 그 때, 평화동 좁은 골목의 가게에서 용돈을 털어 초코파이를 사먹었던 열다섯 무렵의 가난했던 자매를 소환해내는 시인을 보라. 특히 "한 봉지씩 우물거리는 밤 별들도 그 부스러기였다" 라고 하여 이미지 계열체를 만들어낸다. "오리온자리"도 오리온제과와 연결되는 것은 불문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