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에서 ~ 박만엽
- 유년 시절 장마가 끝난 후
중랑천에 수영하러 갔다가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물 안에서 살려달라고 수도 없이 소리쳤지만,
눈이 마주친 친구들은 내 목소리가 안 들리는 듯
단지 손을 다정히 흔들어 보였다. -
온몸은 바닷속에 잠겨
고기밥이 되어 없어질지라도
임의 체온이 느껴지는 오른손만이라도
넘실거리는 파도에 젖을까 봐
뭍을 향해 그리움을 뻗고 있나 보다
허공을 날던 갈매기조차 애처로워 보였는지
그리움에 기다리다 지친 손에 앉아
손톱이라도 깎아주는지 쪼아대며
매니큐어를 칠하듯 하얀 흔적을 남긴다
그토록 애타던 기다림이었건만
뭇사람들은 그 손이 왜 뭍을 향해 뻗고 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도 오른손을 치켜든 채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댄다
뭍에서는 돌아올 날만 기다리다가
온몸은 이미 묻혀 퇴비가 되어버렸지만
임의 손을 잡아보려고 왼손만이라도
바다를 향해 뻗고 있는 것일까
- 사람들아, 저 사람을 구해야 해.
그는 수영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야.
우리에게 태양을 건져 올려 밝은 빛을 주기 위해
온몸을 바닷속에 담그고 열을 식히고 있어.
저 오른손을 잡아서 그를 살려내는 일이
바로 우리의 꿈을 낚는 일이야. -
사람들은 그 절박한 외침을 못 들었는지
수평선 너머로 저녁놀과 함께
하나, 둘 제 갈 길로 사라진다
바다와 뭍에 묻혀있는 두 손은
달이 뜨자 스스로 긴 그림자를 만들어
서로 손을 굳게 잡는다.
#호미곶에서 #박만엽 #뉘앙스 #정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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