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가 생선을 먹는 방법

[푸른늑대의정령]

어부가 생선을 먹는 방법

#1.

2002년 8월 마지막 토요일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식사 후 출근길에 나섰다. 밖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툭 하면 오는 비, 그런 비겠지 했다.

그런데 아파트를 벗어나 큰길에 나서자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스팔트 길 전체가 물바다였다.

그래서 평소 다니던 길과 반대편으로 핸들을 꺾었다. 약간 언덕진 곳이기에 갈 만 했다. 그러나 웬 걸, 그 길 역시 물바다와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방향을 바꿔서 평소 다니던 길로 물을 헤치고 나아갔다. 빗소리 때문에 차안의 라디오 방송도 들리지 않았다. 길은 이미 세찬 물살을 이루어 천방지축으로 흐르고 있었다. 앞 차들이 줄줄이 멈춰서는 바람에 나도 한 걸음도 진행하지 못한 채 몇 십분을 그렇게 찻속에 갇혔다.

그리하여 평소 4~5분이면 충분한 출근을 그날은 근 한 시간만에야 했다.

하루에 1000 mm가 넘는, ‘루사’라는 태풍과 함께 강릉 지방에 내린 그 비는 그날 자정쯤 기적처럼 멈췄다.

다들 오봉댐이 밤새 터진다고 전전긍긍했다.

강릉 시민의 식수원인 이곳이 터지면 시내 아파트 6층까지는 다 물에 휩쓸릴거라 했지만 댐 범람 30cm를 남기고 비가 멈췄다.

그날 저녁 양양 물치의 한 촌가에서 소의 안부가 걱정이 되어서 외양간에 나왔던 할아버지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다.

할아버지의 시신은 ‘이튿날’ ‘울산’의 한 방파제에서 낚시꾼에 의해 발견되었다.

#2.

양양 동산항(銅山港)은 내가 배낚시를 즐겨가는 곳이다.

년전에는 근동이와 옥주등이 와서 낚시를 해서 회국수를 말아먹고 도저히 들고 갈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고기를 낚아주기도 한 곳이다.

불볼락, 조피볼락이 주 대상 어종이다.

거기에서 한번은 사고가 났다.

저녁 시간이 되어도 배가 돌아오지 않고 휴대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배를 몰고 찾아나서니 38선으로 유명한 기사문 앞 바다에서 배를 발견했다.

배는 시동이 걸린 채로 그물과 함께 이물을 바다 속으로

처박고 그 자리에서 맴을 돌고 있었다.

어부가 혼자서 그물 작업을 하다가 바다에 빠진 것이었다. 그날 밤이 새도록 배에 불을 밝히고 온 바다를 누비고, 다음 날은 머구리를 동원하여 바닷속까지 뒤졌지만,

사나흘의 수색에도 종내 그 실종어부를 찾을 수 없었다.

나와도 면식이 있는 그 어부는 칠팔년이 지나도 아직 물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3.

캐나다 여행 때

일요일 아침 한인 교회에서 생긴 일

토론토 외곽의 제법 규모가 큰 교회에서 4,5살 쯤 되는 아이가 예배중에 화재 비상벨을 눌렀다.

다들 그것이 아이의 실수인줄 알았으니 그냥 넘어가려했다. 소방서에 양해를 구하고.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수 분도 안되어서 소방차와 경찰차가 왱왱 거리며 떼지어 도착했다.

경찰과 소방관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돌아가도 좋다고 했으나, 그건 어림없는 소리였다.

모두 교회 밖 마당으로 나가라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큰일 날 사태였다.

안전 장비를 갖춘 소방관이 교회안팍이며 이층, 그리고 지하실 까지 일일이 다 ‘화재 없음’을 확인한 후, 교인들의 입장을 허락했다.

있지도 않은 화재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관리 소홀로 인한 과실에 대한 벌금 딱지를 끊어 목사에게 건네고야 소방차가 갔다.

#4.

일본 구마모도(熊本)를 여행할 때

온천으로 유명한 구마모도의 벳부(別府)에 갔을 때

기껏해야 40km 정도 서행하던 버스가 멈춰 섰다.

난 버스 앞자리에 타고 있어서 그 장면을 다 바라볼 수 있었다. 공사중이어서 극히 서행하라고 빨간 깃발 들린 로봇이 팔을 꺼덕거리고 있었다.

공사라고 해봐야 작은 도랑 같은 하수구를 정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작업을 하는 인부들의 복장이 가관이었다.

군화 같은 신발에 노란 안전모에 야광이 되는 작업복에 장갑까지 끼고 고글 같은 보안경도 하고.

나는, 닭을 잡는데 소 잡는 연장을 쓴다고, 역시 왜놈은 쫌팽이라 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다시 얼마 뒤,

호주를 몇 번 여행하면서 내 인식은 확연히 바뀌어졌다.

놀이터에서 혹은 공원에서 세발 자전거를 타거나 놀이기구에서 노는 아이들은 한결 같이 플라스틱 안전모를 쓰고, 무릎 보호대를 하고 놀았다.

그걸 귀찮다고 벗어던진 아이는 보지를 못했다.

아, 안전은 이렇게 아이때부터 몸에 배어야하는 거구나 싶었다.

중장비가 작업하는 동안에는 반경 몇 미터이내에는 완전 통제되고 있었고, 일반 작업자들도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구경만 하고 있어야 했다.

지진 대비 훈련을 하느라 안전모를 쓰고 책상 밑으로 숨어들어가는 일본 아이들의 모습에서 감명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도 대피하지 않는 민방위 훈련,

아무도 열심히 하지 않는 예비군 훈련, 동원 훈련,

연평도 쪽으로 포가 날아와도, 그것이 엄포라고 대피하지도 않는 주민,

방염복(防焰服)은 커녕 보안경(保眼鏡) 조차 없이 용접을 하는 사람,

구마모도의 하수구 정비 작업하던 인부를 비웃던 나 같은 사람,

그런 사람들의 앞날엔 안전한 미래란 없다.

내가 구태어 #1.과 #2.의 장면을 써 놓은 것은 지금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월호의 구조 작업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함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상당히 절망적이다.

아직 선체 수색이 다 끝나지 않아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거의 틀림 없이 사고 초기부터 시신의 유출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시신은 하룻밤에 양양에서 울산에 간 그 할아버지의 시신 처럼 맹골 수로의 그 빠른 물살에 어디까지 흘러갔을지도 모를 일이고, 또 #2.에서 처럼 수색한다고 시신이 다 찾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지금에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이번 입하 조금(小潮期 소조기)에 남은 선실을 다 수색하고 바로 선체 인양작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선체 인양은 조기에 착수해야했으나, 물살로 인한 어려움에, 에어포켓에 대한 어이없는 기대에, 이래 저래 준비 조차 못하고 세월만 흘러 이제 시신은 하루 하루 부패가 심해지고 있다.

해양 생물에 의한 훼손도 심해질 것이다.

선체 인양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더 이상의 시신의 부패 훼손을 막고 시신 인양의 종식(終息)을 선언하여 이 초상집 같은 국가적 침울에서 빨리 벗어나야한다는 것이다.

선체 인양과 함께 시신을 다 수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침몰 초기에 발버둥 치며 물속으로 나온 친구들도 어지간히 있을 것임을 감안하면 시신의 실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배의 인양과 함께 시신 수색도 중단해야 한다.

요행히 물 위로 떠오르거나 흑산도나 제주도의 해변에서,

아니면 중국의 모래톱에서, 그런 곳에서라도 발견이 된다면 그것도 천운인 것을.

천안함 때도 시신을 다 찾지 못하고 유품으로 장례를 치른 군인들이 있었다.

이번의 경우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상황은 더욱 딱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진도에 진을 치고 있을 수만도 없지 않은가?

박근혜 대통령도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도 잘 써야할 것이다.

기본이 제대로 작동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3.에서와 같은 기본이 충실한 공무원이 가득해야 할 것이다.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라 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마치 작은 생선을 굽듯해야 한다고 했다.

작은 생선은 굽거나 졸일 때 마구 다루면 부서지고, 관심을 소홀히 하면 타버리기 때문에 관심과 신중함이 필요하단 뜻이다.

백성을 이와 같이 대해야 성공한 치자(治者)가 될 수 있다.

어부는 생선을 먹을 때 한 면(面)을 다 먹고 나서 중간 가시를 들어 낸 후 나머지를 먹는다.

한쪽을 다 먹고 뒤집어서 나머지를 먹지 않는 것은, 마치

생선을 뒤집 듯 배가 뒤집어지는 상황을 상상도 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마치 뒤집혀 평형수 대신 죽어가는 고래처럼 에어를 뿜어대던 저 세월호

처럼.

甲午 立夏節 豊江

[현욱]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파리를 손으로 휘휘 저으면 그 파리는 다시 날아 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김하리]

그러게 말입니다. 점검, 또 점검을 했다면 이번 세월호처럼 큰 난리는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비교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구름밭]

좋은 글 읽음에 늘 감사합니다. 높으신 필력에 고개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