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 (류근)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함석 간판 아래 쪼그려 앉아
빗물로 동그라미 그리는 여자와
어디로도 함부로 팔려 가지 않는 여자와
애인 생겨도 전화번호 바꾸지 않는 여자와
나이롱 커튼 같은 헝겊으로 원피스 차려입은 여자와
현실도 미래도 종말도 아무런 희망 아닌 여자와
외항선 타고 밀항한 남자 따위 기다리지 않는 여자와
가끔은 목욕 바구니 들고 조조영화 보러 가는 여자와
비 오는 날 가면 문 닫아 걸고
밤새 말없이 술 마셔주는 여자와
유행가라곤 심수봉밖에 모르는 여자와
취해도 울지 않는 여자와
왜냐고 묻지 않는 여자와
아,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저문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사랑 같은 거 믿지 않는 여자와
그러나 꽃이 피면 꽃 피었다고
낮술 마시는 여자와
독하게 눈 맞아서
저물도록 몸 버려야지
돌아오지 말아야지
*반가 사유란 뜻
반가사유상은 둥근 의자에 걸터앉아 오른쪽 발을 올려서 왼쪽 무릎 위에 얹고 있는 반가(半跏)의 형식과 오른손을 들어 손 끝을 턱에 댐으로써 마치 ‘생각하는 로댕의 모습처럼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사유(思惟)의 형식을 지니고 있는 데서 비롯된 명칭이다. 다만 우리나라국에서는 미륵신앙에 근거하여 조성 되었으므로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첫댓글 오래된 영화를 보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