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더미처럼 쌓여 가는 배달쓰레기
플라스틱 폐기물 15.5% 급증
개인 넘어 사회적 노력 필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음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방안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점차 처리 불가능한 폐기물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뚜렷한 방안이 없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답답한 실정이다.
플라스틱 환경오염 문제는 예전부터 국제적으로 다양한 조약과 협약이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전 세계적인 현안이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848t이다. 전년 동기 734t보다 15.5% 늘었다.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가 급증한 탓에 포장 용기인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덤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 풀린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상반기 포장‧배달업계와의 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20%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급증하는 배달 수요량을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코로나19와 더불어 심각한 플라스틱 문제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다회용기 사용 지원에 대한 배달의민족 답변. [자료 제공=녹색연합]
지난 10월 녹색연합은 배달의민족의 플라스틱 쓰레기 감소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쓰레기 발생 실태의 심각성과 다르게 대책은 매우 안이했고, 여전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은 매우 부족했다"며 실효성 없는 대책들뿐이라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의 이러한 입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서 쓰레기는 더욱 늘어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다.
물론 호평을 받고 있는 방안도 있다. 환경부는 먹는샘물 용기의 자원순환 촉진을 위해 4일부터 ‘상표띠 없는 먹는샘물’과 병마개에 상표띠가 부착된 먹는샘물의 생산·판매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한 해 먹는샘물의 생산량이 약 44억 개인 것을 감안했을 때, 상표띠를 제거한다면 최대 2461t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고, 병마개에 라벨을 부착한다 하더라도 1175t을 감소시킬 수 있다.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개인의 노력을 넘어 기업들의 노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개인의 영역에서는 한계점이 확실하기 때문에 사회가 나서서 실질적인 방안을 구축해야 될 시점이다.
녹색연합 설문조사 '배달쓰레기를 버릴 때 시민들의 마음' [자료 제공=녹색연합]
녹색연합 설문조사 '배달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책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자료 제공=녹색연합]
녹색연합에서 코로나19 이후 포장·배달의 이용도 현황 및 배달폐기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시민 4명 중 3명꼴로 배달폐기물 버릴 때 죄책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감염 우려로 식당 이용의 제한, 모바일 플랫폼의 활성화, 편리성이라는 이유로 배달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시민들은 한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용기가 갖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배달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배달앱 회사와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 39%는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32%는 다회용기를 지원해 시민들이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모(23)씨는 "일회용품의 심각성을 언론에서도 많이 접했고, 스스로도 느껴 줄이고자 노력하지만 아직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상태"라며 "거주 중인 원룸 쓰레기장에는 아직도 올바르게 분리배출하지 않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 사용량을 줄이는 것과 더불어 올바른 폐기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최모(25)씨 역시 "아무래도 나가서 먹는 건 걱정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달 수요가 늘었다고 느낀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플라스틱 대체재의 신속한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평가했다.
문모(23)씨는 "현실적으로 배달 음식의 편리함과 안전함을 대체해 줄 방안이 없는 것 같아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신모(23)씨는 "2단계가 아닐 때도 위생적으로 불안해서 일회용을 자주 사용하게 된 것 같다", 박모(23)씨는 "플라스틱이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대체재가 없는 시점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심각성을 우리 사회가 모두 인지하고 있지만 비상시국인 만큼 배달 수요 자체를 줄이기는 어렵다. 정부 역시 관계 기업들과 자발적 협약을 통해 개선하려고 하지만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별다른 개선 효과는 보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발생하는 플라스틱 문제를 개개인의 가맹사업자에게 넘기거나 일회용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정부의 더욱 강력한 규정 조정과 관계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 태도가 필요하다.
신하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