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한 봄날이 오니 마치 열병이 도지듯 제주가 그리워진다.
올레길......
올레길은 21개 코스로 섬 코스 3개와 알파코스 2개를 합쳐 총 26개 코스이다.
2019년 공항 앞 17코스 부터 시작하여 21코스를 거쳐 10코스까지 4년에 걸쳐 걸었다.
이제 11코스부터 16코스까지 6코스가 남았고 내년 정도에 한번 더 와야 완성이 될듯 싶다.
완주의 기쁨을 한라산에서 마무리 할 계획인데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다.
매년 그랬듯이 갑자기 실행에 옮겨버린 제주 올레길.
일정을 무시하고, 하하수업을 포기하고서 도착한 제주는 고맙게도 화사한 벚꽃이 맞아준다.
날씨는 또 얼마나 좋은지.
이제는 설레임과 기대 대신 얼마나 많은 위안과 평온과 충만된 행복이 채워질지 차분히 기다리는 마음이다.
지난해에 종료했던 모슬포항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 151번 급행버스에 오른다.
창밖의 여유롭고 낯익은 풍경에 일일이 잘 있었니 인사를 건네다보니 1시간 20분 만에 모슬포의 운진항 도착이다.
규모가 큰 항구이어선지 특유의 갯내음이 강하다.
오밀조밀 게스트하우스 대신 4일간의 호텔 연박을 택해 짐을 풀고 부둣가로 나간다.
이곳의 노을은 무척 아름답다고하나 어쩐지 못볼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산이물공원까지 걷다가 아들이 대학 다닐때 자전거투어를 하던 중 갔었다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다.
몸 상태는 최상이고 기분도 최고여서 무난한 11코스가 예상된다.
17.5km 대략 5~6시간 소요예정이다.
하모체육공원에서 시작하여 산이물과 서산사를지나 모슬봉 오르는 길은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길 답게 묘지 일색이다.
모슬봉 일대 절반이 공동묘지일듯싶다.
묘지투어라더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체적으로 제주 묘지의 특징은 봉분이 크며 현무암 돌담이 둘러져있고 비석이 세워져있어 묘지의 완성도가 높아보인다.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것을 기억하라' 는 메멘토모리의 교훈을 떠올리게 하는 구간이다.
모슬봉 구간을 잠깐 올랐는데 중간스탬프를 찍는 정상이다.
진짜 정상은 군부대 주둔지여서 산 중턱에 쉼터를 마련,
산방산과 한라산을 조망할수 있도록 했으나 시야가 좋지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모슬봉을 내려오니 이곳 대정읍은 마늘밭 일색이다.ㅡ
멀리에 모슬봉이 보인다.
마늘 생산량이 제주도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온통 마늘밭이다.
간간히 양파와 비트를 캐서 일렬로 늘어놓은 보기좋은 광경도 보인다.
드넓은 난드르를 지나니 다산의 조카딸이자 황사영백서사건으로 순교한 황사영의 아내인 정난주마리아성지가 나온다.
단지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 하나로 제주도에 유배 온 최초의 천주교 신자였으며
아들과 생이별을 택할수밖에 없는 비련의 역사를 지닌 그녀의 묘역이 이곳 11코스 중간인 대정읍에 있다.
제주도 속에서 기억될 역사적인 인물들의 발자취는 정난주 이외에도
백성들과 천주교간의 마찰이 극에 이른 1901년 신축 민란인 이재수의 난을 일으킨 이재수의 묘역과 출정식을 치룬 터도 이곳에 있다.
또한 1948년 4.3사건을 주도한 인물인 김달삼(본명은 이승진) 등 제주의 근현대사에 커다란 파란을 일으킨 민란의 주역 등.
그러나 제주 역사에서 큰 영향을 준 3人보다는 잠시 유배생활을 했던 추사 김정희의 기념관이 더 크고 많이 알려져있음은 무슨 연유일까.
뭔지 모르는 암울한 기분인채 말없이 걷다보니 신평곶자왈의 시작이다.
아름다운숲 전국대회에서 숲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곳이다.
곶자왈이란 나무 덩굴 암석 등이 서로 뒤섞여 수풀처럼 무성히 자라난 숲을 의미한다.
곶은 숲을, 자왈은 나무나 덩굴 따위가 엉클어진 형태를 말한다.
올레길 시작인 첫해에 걸었던 동북리 곶자왈만큼 좁고 어둡고 무서운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길고 양치식물이 가득한 신비스런 길이다.
어둑한 돌길을 걷다보니 띠밭을 가르키는 새맛이 나온다.
띠는 초가지붕을 이는 재료라고 한다.
어둡고 척박한 이곳에서도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을 정개왓광장에서 엿볼수있다.
곶자왈을 벗어나 무릉리 소재 구남물에서 300년이 넘은 고목과 연못의 청둥오리를 보며 물도 마시고 쉬어간다.
다시 걷기 시작하여 얼마 가지않아 11코스 끝지점인 무릉외갓집이다.
무릉외갓집은 무릉2리의 51개 농가가 함께 설립한 마을기업이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음료와 요깃거리 기념품 특산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오늘 걸은 11코스는 올레길을 잇기위해 억지로 만든 구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볼거리가 많지않아 지루하고 평이 좋지않지만 첫날이라 나름대로 신나서 걸었다.
제주는 시선이 가는곳마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1일 1코스만 걷기로 맘먹어서 한코스만 걸었더니 전혀 힘들지않고 슴슴히 걸었던 11코스.
오늘 걸음수는 34816걸음,
26.15km로 양호하다.
첫댓글 좋은 계절에 제주를 다녀오셨네요~
날씨도 함께 응원해줬구요^^
올레길 완주. 저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오늘 힐링하고 오셔서 그런지 혈색도 좋아보이셨어요.~~^^
갑자기 실행에 옮겨버리는 추진력 참 부럽습니다;
초록 천지 마늘밭은 언니 마음 처럼 확트인게 너무 여유로워 지네요.~
1일이니 이틀도 있고 셋째날도 펀지가 있겠네요?
또 부쳐 주시면 잘 받아 보겠습니다.
우리 하하의 산, 길의 선구자이신 이한 언니.
언니의 따스한 마음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올레길 여행기.
이 곳 저 곳 발길 하실 때마다 하하 님들애게 전하고픈 얘기들 눈여겨 품어 담으신 이한 언니의 사랑에 깊이깊이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저도 언니처럼 남편과 함께 여유롭게 제주 올레길 꼭 가보고 싶네요. 아직 10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테니 그때까지 체력준비 잘 해놔야 겠어요.
언니의 크고 깊은 눈에 담겼을 풍경들을 글을 통해 보네요.. 요즘 4.3 관련 글이 많은 시즌이다보니, 푸르게 펼쳐진 마늘밭조차 예사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매년 이맘 때쯤이면 올레길에 나서는 언니를 보며 늘
나도 해봐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마음대로 되질 않아요 하지만 올레길 다녀와서 올려 놓은 글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목표를갖고꾸준하게 올렛길을 걷는
그 열정에 감동합니다 .완주가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저도 기대가됩니다~
이한씨!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