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이다.
올레12코스는 무릉에서 용수포구 까지로 17.5km이며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넘어가는 구간인,
수월봉과 엉알길이 있는 제법 기대되는 구간이다.
버스를 타고 어제 마무리했던 무릉외갓집에서 내리니
좀체 조합이 어려운 부녀팀를 만나 경계없이 자연의 일부처럼 얘기를 나누며 평화로운 무릉리 마을을 기분좋게 걷는다.
철새들이 추운 겨울을 나는 곳이라는 신도리의 도원연못을 지나 녹남봉을 오르니 가마솥 모양이라 가매창이라 부르는 분화구가 있다하여 백록담을 연상했는데 그저 귤나무만 심어져있다.
녹남봉전망대에서 같은 호텔에 묵고있는, 역방향으로 우리와 반대로 걷고있는 청년팀을 만나 맛집리스트를 넘기며 잠시 쉬어간다.
녹남봉을 내려와 폐교를 개조한 한경도예실습장에 12코스 중간스탬프함이 있는데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광활한 마늘밭, 노오란 꽃이 펴버린 브로콜리, 둥그스럼 탐스런 양배추밭, 그러나 대세는 마늘밭을 지나니 신도바당올레가 나온다.
용암이 만든 크고 작은 네개의 도구리가 있다.
도구리란 나무나 돌의 속을 둥그렇게 파낸 돼지나 소의 먹이통을 말하는데 자연이 만든 도구리에는 파도에 쓸려온 물고기나 문어가 산단다.
이곳 신도포구에는 운이 좋으면 돌고래도 볼수 있다는데 그런 행운은 없었고 여행이 삶이 사랑이 수월한 수월봉 오르는 길로 접어든다.
지리적으로 성산일출봉과 대척점에 있다.
제주 서부지역을 조망할수 있는 슬픈 전설이 있는 녹고대에 오르니 가슴이 확 트인다.
차귀도 누운섬 당산봉을 비롯하여 광활한 고산평야와 산방산 한라산이 두루 보인다.
쉬어가지 않을수없는 압도적인 풍광이라 한라봉으로 만든 주스와 젤리를 사먹으며
아름답고 신비스런 엉알 절벽과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는 젊은 커플들을 부러운듯 바라본다.
다크투어할때도 그랬지만 수월봉 해안도로로 내려가면 갱도진지가 수없이 있다.
제주도 내 370여개의 오름 중에 120여곳에 군사시설을 만들었다하니 지독스런 일본×들이다.
수월봉 아래 깎아지른 절벽,
낭떠러지 아래라는 뜻의 엉알길은 다양한 지층을 볼수있는 지질학습장이다.
일억팔천만년 전에 이뤄졌다고 했던가.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어있어 가히 비경이라 할만하다.
엉알길에서 탐색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오징어를 널어 말리는 고산포구를 지나 당산봉에 이른다.
높이 148m로 45만년전 뜨거운 마그마가 찬물과 폭발적으로 반응하여 만들어진 수성화산체라고 하는데 당오름 이라고도 부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경면 신창풍력단지가 참 멋지다.
정자에서 쉬어가다 올레길 아닌 오름만 찾아 걷는다는 인천에서 왔다는 청년을 만났다.
우연찮게 청년고민에 관한 얘기를 나누게되고 같이 내려오다보니
석양이 아름답고 수월봉에서 본 차귀도의 모습과 다르며 에머랄드빛 바닷물이 기가 막히다는 생이기정바당길을 대화에 집중하느라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슬며시 남편에게 토스하고 나서야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조망권이 좋은 평온한 길을 오롯이 행복감에 취해 걷는다.
가을이면 억새가 많아 더 멋질듯하다.
어느덧 끝지점 용수포구다.
용수포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카톨릭신부인 김대건이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귀국하던 길에 표류하다 도착한 포구로 최초로 미사가 이뤄진 기념성당이 있다.
인천청년과 서로 덕담을 나누고 헤어져 동네 구경만 겨우 하다가 숙소로 복귀,
푸짐한 부시리회에 맥주까지 마시고 잠이 들다.
36496걸음, 24.82km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 잠시 끊고 갑니다~
첫댓글 하루에 3만보가 넘는 발품을 팔아 몸은 힘들겠지만 제주의 푸르른 자연을 벗 삼아 걷노라면 힘든줄 모를테지요. 제주에서 돌고래를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된다는 우스게 소리가 있답니다.
형언할길없는 멋진여행
5년째 부부합심 올레길 꿈만같네요.
36.496걸음에 용수포구에 聖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뵙다니,
감개무량이 전해오네요.
마치 함께 걷는 듯, 언니의 세심한 기록과 열정이 부럽습니다~ 읽다보니 제주도 가고 싶네요.
3만보가 휠씬 넘는 걸음. 우왕~^^😲🤩😀
함께걷는듯 제주의 바다와 풍경이 훤하게
그려집니다. 올레길과 오름을 살아있를동안
일부라도 갈볼수있을까라는 물음에 ~???
대단한 걷기 마니아인 이한씨 다시 박수를
보냅니다.글 올려주심 감사합니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를 곁삼아 괴나리 봇짐지고 타박타박 유유한 유랑길마냥, 세속을 잠시 재우고 자연을 벗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짓고 누리시는 이한 언니의 풍요로운 삶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