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28일 흙날 아침 8시 법원앞 주차장에서 모여 스컹크 운전의 카니발 1대로 출발하였습니다.
나는 멀미를 한다는 이유로 앞자리에 앉고 그 뒤에 현승이와 준이, 준이 엄마, 맨뒤에
시현엄마, 승희엄마, 현승엄마가 함께 탔습니다.
조금 늦었던 준이 엄마, 차에 타자 마자 차안에서 먹을 것들을 풀어놓습니다.
원두커피, 과일 썰은 것, 과자, 빵 등등. 모두들 이렇게 준비하느라 더뎌졌구나 한마디씩 합니다.
수월하게 잘 올라가다가 영동고속도로 진입하면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도착예정시간이 늦어지면서 애들이 배가 고픈지 칭얼 칭얼. 준이 엄마는 어쩔 줄 몰라 하시고...
원주 ‘무위당 기념 사업회’
1시 반쯤 원주 중앙동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를 내내 기다리고 있던 ‘무위당 기념사업회’의 이상훈 사무국장님을 만났습니다.
원래 가기로 예정했던 장일순 선생님의 제자가 운영하는 식당은 단체손님을 받느라 경황이 없다 하시며
원주의 노인생협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후원을 받아서 모든 식재료들을 좋은 것을 씀에도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모든 일을 관장하고 계셨습니다.
‘협동조합의 성지’라는 별명처럼 전국에서 유일하게 활동하는 노인생협이라고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중앙동 상가의 중심에 위치한 ‘밝음신협’ 4층의 ‘무위당 기념관’까지 걸어갔습니다.
‘무위당 기념관’에서 장일순선생님의 짧은 동영상을 함께 본 후 김영주 회장님의 장일순 선생님 일대기를
들었습니다. 김영주회장님은 무위당 선생님 생전에 드러나지 않게 여러 실무들을 관장하셨던 분이라고 합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신사이십니다.
2시간 가까이 설명을 들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
“ 그분이 참 희한한 분이야.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그 말이 옳든 그르든 끝까지 들어주는거야.
두시간 세시간 몇시간이건 그 사람이 나 말 마쳤소 할 때까지 들어주는 거라.”
한알학교 느티나무 음악회
6시쯤 한알학교에 도착하였습니다.
학교 교사 정면에 자리잡은 신령스런 느티나무의 무성한 가지와 잎들을 지붕삼아 음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잠시 식당으로 가서 저녁밥모심을 하였습니다.
작년에 왔을때보다 주방도 식당도 한층 넓어지고 훤해졌습니다.
학교의 밥선생님이 담근 맛깔스런 김치와
학교의 학부모들이 각자 집에서 마련해온 갖가지 반찬과 먹거리들을 모아놓고
부페식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반찬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게 보기만 해도 느껴졌습니다.
길놀이
기
원
사회자님
워낙 능숙하게 사회를 보아서 아나운서를 섭외했나 했어요.
아닌게 아니라 아프리카TV를 진행한 분이래요.
한알학교를 좋아해서 자청해서 사회를 맡으셨답니다.
학부모공연
'얼굴 찌부리지 말아요' 율동
참 귀엽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학부모 눈에는 학부모만 보입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다보니 연습할 틈이 없어서
그전의 음악회 때에는 무대에 못 올랐대요.
이번에는 맘먹고 모여서 준비하셨답니다.
학생들의 '난타'
느티나무와 지는 해와 잘 어울렸던 '대금연주'
마을 어르신들의 중창공연.
'서울탱고'
'내 마음 별과 같이'
트로트 같지 않은 우아하고도 인생의 경륜이 느껴지는 트로트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 두달동안 한알학교의 음악샘 부부가 반주와 지휘를 맡고
맹연습을 하셨대요.
옷도 근사하게 맞추시고요.
샘들과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진 '난타'
학교 밴드동아리 '애플파이'의 멋진 연주와 노래
초대가수 '사이' 자유로움, 엉뚱함, 발산...
음악회를 마친 후, 뒤풀이 마당이 열렸습니다.
우리도 막걸리와 한알의 학부모님들이 마련한 안주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지요.
한창 자리가 무르익는데 음악샘으로 계신 신성호 목사님이 함께 자리를 해주셨습니다.
전남 신안에서 목회활동을 하셨고 일부님과 친분이 깊다면서 우리를 반갑게 대해주셨습니다.
음악회를 마친 빈자리에 한알의 댄스동아리 학생들이 멋진 춤을 선보였습니다.
어른들이 지켜보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끼를 발산하며 지치지도 않고 역동적으로 춤을 추더군요. 저런 멋진 공연을 음악회에 왜 올리지 않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그에 대한 음악샘의 대답은
“ 우리는 음악회를 단지 끼를 발산하는 자리로 만족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을 어르신들, 지역의 여러분들을 모시면서 정성스럽게 준비하려 했거든요.
음악회에 얼마나 마음을 모았는지는 연습이 증명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겠다는 이들 모두 음악회에 올린 것이 아니구요.
오디션이라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걸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정성스러이 준비해야 함을
아이들에게 느끼게 하려 하였습니다.”
김용우 대표교사님도 오셔서 식사대접을 함께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하시더군요. 이상훈 사무국장님에게 일부러 부탁을 하신거랍니다.
그렇게 신경 안 써주셔도 되는데 하는 저의 말에
"선생님(무위당)은 생전에 손님이 오면 먹을 것, 잘 것을 잘 챙기고
인사를 잘 하는 것이 손님맞이의 바탕이다라고 이르셨습니다."라는 대답이...
현승이도 준이도 즐겁게 놀아서
엄마들도 모처럼 홀가분한 시간을 가졌을 것입니다.
일요일
마을회관에서 하룻밤을 사랑어린식구들 모두 함께 보냈습니다.
보일러가 얼마나 빵빵한지 나중에는 침낭도 모두 걷어차고 땀흘리며 잤답니다.ㅎㅎ
마을 뒷산을 함께 오르내린 후
학교에서 아침밥모심을 했습니다.
밥과 반찬을 모두 준비해주셔서 우리가 밑반찬 가져온 것 말고도
풍성한 아침을 했습니다.
식사후 학부모님들과 잠깐의 담소를 가졌습니다.
중등 대안학교 부모님들을 볼 때 마다
'뿌리 깊은 나무' 같다는 느낌을 전부터 가졌었는데
이 곳의 학부모님들도 역시였습니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구분이 잘 안되고
하나로 보였습니다.
편안하고 안정되어 보이는 저 포스는 어디에서 올까?
말씀을 들어보면 '공동육아어린이집' 부터의 내공과
새로운 삶에 대한 염원이 느껴졌습니다.
우리를 환대해주신 여러분들과 인사를 하고
학교를 나왔습니다.
작년에도 들렀던 여주 신륵사를 들르고
순천으로 출발했습니다.
순천으로 오는 길에
현승이와 준이의
'중국에 승리하기 위한 우리의 전술'이라는 장장 여러시간에 걸친
설전을 들었습니다.
스컹크의 종결어
" 얘들아, 정말 좋은 방법있다. 너희 둘을 중국에 헬리콥터로 내려놓는거야.
아마 너희들의 수다라면
중국사람들 확실히 쓰러질거다!"ㅎㅎ
올때는 뻥 뚫린 길을 세시간 반만에 도착했습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이들 정말 고마울뿐입니다.
특히 아줌마들 틈에서 섬김과 유머의 자세로 지내주신 스컹크.
고맙습니다.
첫댓글 어제 오후에 올린 글을 실수로 삭제해버렸어요. 때문에 막내이모의 댓글도 삭제되었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따로 저장을 안해놔서 내용도 조금 달라졌어요.ㅠㅠ
네 맞아요 푸른솔 글이 사라져서 한 참 찾았어요. 글 쓰시고 정리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한 마디 한 마디 잊지 않으시고 너무 예쁜글 감사해요. 그리고 스컹크님 그 날 넘 고생 많으셨어요. 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