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인 다음날이다.
역시나 항상 문제인 발가락 상태가 말이 아니다.
같은 호텔에 묵고있는 올레꾼 청년들을 로비에서 만나 서로 발 상태를 얘기하다 물집 잡히지 않게한다는 테이프를 준다.
황급히 발가락마다 감고 파스까지 붙히고 출발!
오늘은 가고싶은섬 이라는 어플을 깔고 모바일로 미리 예매했던 가파도를 가는 날이다.
4월8일부터 청보리축제를 개최 예정이라 그런지 표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운좋게 8시40분 첫배를 예매했다.
마라도도 가는 운진항에서 10분 거리의 10-1코스인 가파도는 제주섬과 마라도 사이의 섬으로
보리밭 지평선이 수평선과 맞닿으며 초록물결과 푸른 파도가 어우러지는 풍광을 자랑한다.
구릉이나 단애는 없고 전체적 모양은 가오리 형태다.
뿔소라 껍데기로 담 전체를 장식한 포토존에서 사진들을 찍느라 긴 줄이 서있다.
예쁜 벽화가 눈길을 끌고 돌하르방, 전망대의 막힘없는 시야, 정겨운 가파도초교, 끝없는 청보리 유채꽃밭, 그 유명한 짬뽕집 등등 섬 속의 섬 가파도에서의 2시간은 힐링 그 자체라 할수있다.
(가파도에서 바라본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형제섬이 보인다.)
입도 2시간만 허용돼있어 11시도 안되어 가파도를 나와 시간을 아끼려 햄버거 하나씩을 사들고 서둘러 13코스를 향해 버스를 올랐다.
오전은 가파도에서 오후부턴 중산간 숲길의 시작인 13코스로 용수포구에서 저지마을까지인 16km로 비교적 짧다.
그래서 반나절만에 한코스를 끝내려했는데 계획대로 되어주질 않는다.
제대로 걷지못해 속도가 느리고 의욕이 급격히 저하되어 한코스도 못걸을것같다.
어제 종료한 용수리에서도 스탬프만 찍었을뿐 아름답다는 석양도, 내륙의 풍요한 밭의 전경도 눈에 다 담지 못했다.
그래도 힘을 내어 용수교차로에서부터 시작,
간간히 있는 휴경지를 아까워하며 고목숲길을 지나 고사리가 많다는 고사리숲길까지 걷는다.
그러나 발바닥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서 그만 숲길에 주저 앉고만다.
양말을 벗고보니 테이프를 감아서 물집은 없으나 도저히 걸을수 없는 상태다.
또한 감흥 없이 걷고 싶진 않아 있는 힘을 다 내어 중간스탬프를 찍는 낙천리아홉마을에서 오늘을 접기로한다.
겨우겨우 들어선 마을은 한눈에 봐도 평화로워 보였다.
1000개의 이야기가 있는 의자마을은 하늘에서 1000가지 기쁨을 내려주었다하여 붙혀졌고
마을 주민들의 합심으로 마을을 가꿔 대한민국농어촌마을 대상에 빛나는 전국대표농촌마을로 성장했다.
13코스 중간지점으로 조금만 더 가면 가고팠던 저지오름이 있건만 눈물을 머금고 종료,
숙소로 돌아왔다.
그래도 24117보, 18.23km다.
돌아가야할 다섯째날이다.
어젯밤 적극적인 처치 덕분인지 조금 나아진 발 상태지만 그렇다고 편해진것은 아니어서 걷기는 힘들어 14-1코스인 오설록에서 휴식 차원에서 놀기로했다.
오설록으로 가는 길에 있는 저지마을에서 내려 유명한 제주쑥떡을 사들고
오설록에 내리니 화사한 벚꽃, 끝없이 펼쳐진 녹차밭이 보는것만으로도 안구정화가 된다.
녹차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니스프리마켓을 둘러보며 가장 한가한 한때를 보낸다.
4시 비행기라 시간이 애매해 동문시장엘 들렀다.
천혜향과 옥돔도 사고 시장구경을 두루 하고 시간 맞춰 공항도착.
이로서 다섯번째 올레길 걷기를 마쳤다.
가장 긴 4박5일이었지만 가장 적게 걸었던 이번 여행은 대체적으로 슴슴했다.
1일1코스라 무난할듯 싶었지만 그놈의 발가락 악화때문에 항상 걷기 3일째가 되면 어김없이 탈이 난다.
착실한 리프레시와 충분한 수면을 취했건만 고질적인 발의 취약함을 이겨내지 못했다.
다행히 테이프의 도움으로 물집 잡힌것은 예방했고 진통소염 역할의 파스 사용은 더 늘려야할것같다.
주황과 파란색의 올레리본을 좇아 눈이 시리도록 어여쁜 푸른바다와 초록의 밭작물 그리고 정겨운 골목골목의 제주인의 삶을 엿본 다섯번째 올레길.
이제 내년을 기약하며 눈을 감고 제주의 숨결을 느껴본다.
첫댓글 기나긴 올레이야기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흥이 사라지기전에 써얄것같아 부지런히 썼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도 읽어보면 새록새록 생각이 나리라싶어 좀 무리했답니다.
언니의 올레 이야기 참 재미납니다~
가파도도 청보리밭도 가보고 싶네요.
사진까지 곁들여져 눈요기까지
시켜주시니 감사해요~~♡
작년에 갔던 가파도, 바람에
출렁이던 청보리밭과 유채꽃밭이 생각나네요.
올레길 힘찬 발걸음으로
누비셨을 언니 너무 멋져요.❤️
올레 전문 기행글을 읽었네요^^
수차례 기록인듯 유연합니다
제주 매년 겨울 여름 가지만
걷기보다는 맛집美食중점이라
2만4.117보 18.23km
대장정 모험이 부럽네요.
제주의 아름다움과 언니의 도전정신
대단하시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갤러리 청보리사진을 보다가,,
다시 읽어봐도 물흐르듯 기억에 남을 기행문이네요
발가락 아픈추억은 잊고 내년을 기약하다니, 걷는 감흥을 참으로 즐기는 아무나할수없는 취미에
놀랍니다, 돌담을보니 팀로빈슨
쇼생크탈출 현무암밑에 양철도시락이 있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