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부러지고 정많은 명숙언니는 나와 같은 조인게 든든한가보다. 반찬봉사 준비 위원이기도 한 내가 한가지라도 거들어 주는 것도 좋겠다 싶어 2조 장보기는 통째로 내가 사가지고 간다고 자진했다. 위원장님과 총무님께도 무겁고 힘든 품목이니깐.
과분하게도 반듯한 상차림 한번 보여준 적 없지만 몇차례 맛 본 식혜와 두어가지 반찬 만으로 명숙언니는 내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나도 한때는 내 나름대로 어렵지않게 뚝딱 음식을 도전해 보고 만들었다 그래서 호기롭게 여기저기 자랑삼아 쉽게 내 음식들을 내밀었었다. 그런데 갈수록 맛집의 등장과 여러 사람들의 고급진 입맛을 의식하며 슬슬 뒷걸음이 되더니 더나아가 괜히 맛보였다가 먹지 않고 버려질수도 있겠구나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면 사정에 따라 다이어트 중일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싶어 내미는 손도 마음도 자꾸만 좁아져 왔었다.
4월의 반찬 메뉴 중 우리 2조는 알배추로 겉저리를 하기로 했다.
"현경이 있으니까 우리조가 겉저리 할께요.~" 쪼끔 어려운 듯 하니 우리조가 가져간다는 당찬 명숙이 언니의 딱잘라 말하는 야무진 소리에 아무런 대책없이 받아들였다. 액젓과 고추가루로만 배추 겉저리가 맛이 있을까나? 혼자서 의문이 가득할때 쯤 업질러진 물처럼 한쪽에선 이튼날이면 겉저린 물생겨 맛이 없어진다와 그 양념물에 밥비벼도 맛있고 양이 많지는 않으니 괜찮다는 걸로 애매모호한 알배추 겉저리가 통과 되어버렸다.
어떡하지ᆢ?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리식구 입맛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 입맛대로 담아본 솜씨가 전부인데 그 맛으로 하하반찬봉사 대표 음식중 하나로 나간다고? 아ᆢ시간이 갈수록 걱정이 태산이 된다.
알배추로 겉절이는 생각보다 맛내기가 쉽지 않을거 같다. 새김치를 만드는게 ᆢ 그렇다면 고추를 갈고 배추를 절여야 한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봉사시간 2시간에 김치를 절인다는건 말이 안되니 아침 일찍 봉사장소인 무진교회를 가서 배추를 절여 놓을까? 그런다음 푸른꿈 도서관에 가자니 아침 시간에 너무 빠듯 할 것 같다. 그런다쳐도 다른 하하님들이 괜히 미안해 할 것도 같았다. 여러 상황들을 의견 교환도 없이 혼자서 거의 반 조리 음식 처럼 준비 해 놓고 완성시키는게 반찬봉사에 어울리는 일일까?
이생각 저생각 날마다 생각이 머문다.
그럼 고추양념은 어디서 갈아야 하지? 가정용 다지기나 믹서기는 너무 번거롭고 곱게 갈리지 않을거 같다. 그렇다면 고추도 갈아서 가져가야 하는데ᆢ 조원들이 함께 의논하고 손을 거들 때 진정한 뿌듯함이 있을텐데 알아서 배추를 절이고 고추양념도 알아서 갈아 온다는게 맞는 일 일지 일이 커지고 있다. 끙끙.. 간도 양념도 잘 되어야 하는데ᆢ
번뜩 하늘에 번개가 치듯 2주 전 쯤 일부러 고추 갈아 놓은게 생각이 난다. 여기에 젓갈을 넣고 나머지 부족한 맛은 우리 조원들과 버무려 가면서 맛보며 팀에서 완성하면 되잖아. 하며 천사의 음성이 들린다.
그렇다면 전날 배추를 절여 물기를 빼고 담아가자로 정리가 되어졌다. 회장님과 긴급 통화도 필수다. 바쁘다바뻐.
"너가 고생 하겠다.~ 그래~고맙지~" 시종일관 믿음의 목소리로 응해준다.
아침일찍 홀가분한 마음으로 배추를 사러 나가는 길. 두번 걸음 안하려면 위원장님과 통화는 필수다. 한번 더 확인을 하고 각자 오늘 수고하라는 결의에 찬 통화다. 서너포기 씩 만 사봐서 한박스 알배추라면 꽉꽉 채워져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가게 아주머니께 몇포기나 되냐구 묻지도 않았다.
기대를 가득안고 박스를 여는데 헉 이바지 함처럼 반듯하니 줄마춰 방향 맞춰 신문지가 포대기가 되어 12포기가 보기좋게 담아있다. 우리 반찬봉사 집이 15섯 집에 목사님도 ᆢ 절여 놓으면 반으로 줄텐데 ᆢ 난감하다. 부족하다고 더 사오는 것도ᆢ 배추만 더 있다고 해결되는 상황은 아니다. 고추양념의 양이 또 문제ᆢ 다른 일감도 많은 언니께 겉저리 문제로 신경쓰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고추가루와 액젓으로도 담을 수 있고 지금이 맛있을 쪽파김치를 담아 반반씩 담아 보면 어떨지 위원장님과 또 연락을 취했다. 올것이 왔다는 듯 '그래~안그래도 좀 부족하지 않을까? 그럼 현경이가 알아서 조금 더 하겠지? '
했었다며 파김치를 곁들여 보자로 급 정리가 되었다. "너~너무 애쓴다" 달달한 응원의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는다.
여기서 곧 일년이 되어가는 반찬봉사를 하는 동안 큰 테두리 안에서 진두지휘하는 아란언니의 노고와 수고로움을 살짝 이나마 맛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나 결코 나설 수 없는 일을 보람과 기쁨으로 책임져 주는 아란언니께 큰 박수를 보낸다.
김치국을 너무 빨리 마시나?
명숙언니의 '세상에 현경이 보소 내 이럴줄 ~~~~ㅋㅋㅋ' 웃는 모습이며 간 봐 본다 앞치마 두르고 두건 쓴 하하님들이 스쳐간다. 오며가며 김치 맛을 보며 오물거리는 하하님들의 입 모습이 막 터지고 있는 요란스런 철쭉꽃 처럼 꼭 닮아있다.
절여 놓은 배추를 바구니에 건져 물기를 빼는 동안에도 양이 영 마음에 안든다. 턱없이 부족하면 어쩌지ᆢ 너무 적은데ᆢ 파김치가 있으니ᆢ 애써 위로하는데 내일 배추 챙겨 오기까지 무겁겠다며 걱정해 주는 아란언니 톡이 울린다. 담아 놓은 두봉지 배추 사진을 보내며 걱정에 함께 절여 놓은 내 아쉬운 심정을 따라 실어 보냈다.
이튼날 드디어 한마음으로 파를 다듬고 배추김치를 버무릴 시간이 왔다. 입맛이 다 다르겠지만 이구동성 진짜 맛있다며 추가 양념을 논하지 않고 두 김치가 완성이다.
명숙 언니가 확성기로 알린다. 일단 눈을 크게 뜨고 눈썹을 높이 세우며 엄지척을 하고 "진짜~맛있어~" 기분 살리는 오버 리액션이 명숙언니의 트레드 마크다. 입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라간다. 베시시~~~~~~ 웃음이 절로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오메~~세담씨가 이렇게 만나게 잘해요.~~뭐시여~" 엉덩이 때찌때찌하며 환한 미소로 너무 맛있다고 칭찬 해 주시는 우리사모님. 야들야들 미소와 함께 잔손 대신 거들어 주던 수정씨도 "딱 좋아요~" 하며 맛있다고 하니 "현경이 머든 맛있게 잘 해~" 은현언니가 지나가는 행인으로 툭 받아 던진다. "캭~언니~~~~" 기살려 주기 달인인 수미가 옥타브 높여 눈을 반짝거린다. 고개 끄덕임으로 확신을 주는 소언언니와 영희언니 가 있고 연신 "엄마가 양념해 줬지~" 날 취조 한 춘희언니도 생각난다. 후덜덜 대장님 아란언니까지 통과하고 소문만 듣고 아직 맛보지 않았다며 자진신고 한 물가에 있는 정선언니와 불가에서 제육볶음 하느라 정신 없었던 영주언니까지 재미난 일이었고 함께 하니 행복한 일이었다.
잘 알고 있다. 더 수고하고 더 애썼음을 알아주고 보듬어 주는 넉넉한 품의 말이다는 것을. 이래저래 자칭 성공적인 이번달 반찬봉사는 보람과 기쁨이 두배가 되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첫댓글반찬봉사. 정말 쉽지 않은 일일텐데 하하님들 대단하십니다. 재료 구입에서 더 맛있게 만들어보려는 정성.메뉴 하나에도 온갖 손맛, 사랑의 맛이 느껴옵니다. 세담 씨 솜씨 좋은 건 이미 알아요. 난 알아요~^^ 주변 하하 요리사들의 반응. 표정이 실감나도록 드러나는 세담이 표현에 끄덕끄덕, 맞아요. 맞장구~~
메뉴에 올리고 싶었지만 배추절이는 시간이 안되서 망설였는데 세담이가 배추 절이는 공정을 집에서 정성스럽게 해와서 생김치 메뉴가 가능했다. 배추양을 정하고 시장에 가서 직접 구입하고 절여져 턱없이 줄어든 양에 놀라고 부족한 양을 파김치로 보충 하며 물어보고 상의하는 진지함에 감사하고 칭찬해 주고싶다. 요리 솜씨는 말 할것도 없고 그 열정에 훗날 나를 대신하는 메인 쉐프감으로 마음속으로 낙점했다. 대단한 세담이의 수고로 배추와 파 생김치는 성공. 나날이 하하님들의 활기와 열의가 더 해가는 반찬봉사 참여와 발전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반찬봉사. 정말 쉽지 않은 일일텐데 하하님들 대단하십니다. 재료 구입에서 더 맛있게 만들어보려는 정성.메뉴 하나에도 온갖 손맛, 사랑의 맛이 느껴옵니다. 세담 씨 솜씨 좋은 건 이미 알아요. 난 알아요~^^ 주변 하하 요리사들의 반응. 표정이 실감나도록 드러나는 세담이 표현에 끄덕끄덕, 맞아요. 맞장구~~
이토록 며칠을 고민한 끝에 만들어젔으니 세담표 김치가 맛있었지~~빈말이 아니여.💯💯💯💯💯
오구오구^^ 정말 수고했어요♡
훌륭하십니다. 정성에 마리아
미안한마음까지드네요.제마음이따뜻해집니다.여성미물씬 우아한자태에
재밌는 글솜씨에 감탄합니다
믿음직함에고맙습니다.
음식솜씨도 글솜씨도 역시 짱입니다^^ 김치맛도 그 정갈함도 딱! 언니 닮았어요.
선암사에서 다시 먹은 식혜도 최고의 솜씨였어요^^ 👍👍
메뉴에 올리고 싶었지만 배추절이는 시간이 안되서
망설였는데 세담이가 배추 절이는 공정을 집에서 정성스럽게 해와서 생김치 메뉴가 가능했다.
배추양을 정하고 시장에
가서 직접 구입하고 절여져
턱없이 줄어든 양에 놀라고
부족한 양을 파김치로 보충
하며 물어보고 상의하는
진지함에 감사하고 칭찬해
주고싶다.
요리 솜씨는 말 할것도 없고 그 열정에 훗날 나를
대신하는 메인 쉐프감으로
마음속으로 낙점했다.
대단한 세담이의 수고로
배추와 파 생김치는 성공.
나날이 하하님들의 활기와 열의가 더 해가는 반찬봉사
참여와 발전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맵씨에 마음씨에 말씨에 솜씨까지 갖추신 세담 님,
직접 김치 담그시는 모습, 어찌 사랑하지않을 수가 있으리까.
세담 님의 깔끔 맛 좋은 살림 솜씨, 정말 닮고 싶어요.
김치 완성된 과정 들으니 정말로 애쓰셨네요. 수고에 깊은
감사드려요.
겉저리 한가지 완성하는데도 이리 많은 정성을 들이니 맛이 없을수가 없지요.
뭐든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훤히 보입니다.
대충 얼렁뚱땅 넘어가는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참 좋아보입니다~
수고했어요.
겉저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그날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도록 세밀하고 생동감있게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언니의 재능이 음식솜씨와 더불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