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 오랫만의 여행에 들뜬 풍선처럼 설레였다. 여행의 전체적인 일정과 항공편, 숙소예약 등은 큰딸이 맡아서 하고, 현지에서의 투어 일정을 내가 정했는데.
여러가지 투어들을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투어 신청하기.
빠뜨린게 있나 필요서류들 여러 번 점검.
환전 더 저렴하게 하는 방법들 찾아보고
앱깔아서 환전 신청까지 하니, 정보의 시대에 뒤처지진 않은 것 같아 내심 뿌듯하다.
3개국을 가는 여행이라 출입국 심사도 여러 번 거쳤는데, 참 무난하게 통과됐다.
별 질문없이 여권 확인하고 통과. 간혹 Welcome! 말해주는 직원도 있고, 참 다정하다.
'엄마, 몇 년 전에도 한국인이라면 호감을 가졌지만, 요즘은 더 달라. 훨씬 더 반가워해. 일부러 더 말을 걸어와' 라는 딸의 말이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과장이 아님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아주 오래 전이긴 하지만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미국에서 살 때
아시안 여자인 나를 보고 으례 하는 질문은
'Are you Chinese?' 였다.
- 'No.' 그러면 물어본다.
'Are you Japanese?'
- 'No.' 그러면 다시 하는 질문. 어디서 왔느냐고.
- 'I'm from Korea.' 그 때 내 기준으로 코리아는
당연히 남한이라서 그렇게 답했더랬다.
그러면 돌아오는 질문
'North Korea?' (오마나!)
그 당시까지만도 북한과 연결되는 질문에는
화들짝 놀라는 마음으로.
- 'No! From South Korea.' 대답하면,
'Hmm....' 더 이상 나라에 관한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들이 잘 모르는 나라이므로...
그냥 날씨 이야기. 부근 갈만한 곳 이야기로 대화를 대충 마무리를 짓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입국심사에서 한국여권(passport)의 파워는 세계 2위라던가...?
예전에는 방문의 목적이 뭐냐. 얼마동안 머무르냐. 숙소는? 나라의 국력이 약할 수록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많은 질문이 있었던 걸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다정한 눈길로 가볍게 패스.
그리고 어딜가나 첫질문이 Are you Korean? 이다. 관광객 숫자만 봐도 우리나라보다 인구 수로 엄청 압도할 아시아 국가들이 있음에도, 한국인이냐고 먼저 물어보는 (옷차림이나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국가별의 차이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특히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인들은 더 잘 구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한국인이냐고 제일 먼저 물어봐주는 그 질문에 기분이 참 좋다.
스페인의 대표 간식거리 츄러스를 사먹으러 들어간 가게. 제법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마음 속으로 메뉴를 고르고, 설탕 뿌려달라고 영어로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내 차례. 스페인에 왔으니 인사로 '올라!( Hola:안녕하세요)' 하자마자,
'Are you Korean?' 묻는다.
- 'Yes~, 1 Original , please.' 하고 설탕 뿌려달라고 할랬더니, 먼저 묻는다. '설탕 마니마니?'
ㅋ내가 더 당황스럽다.
- 'Yes, please.' 하며 츄러스를 받고
나의 '그라샤스(고맙습니다)'에 한국말로 '안녕히 가세요'라고 응답한다. '또 오세요~' 도 덧붙여서.
한인들이 많이 오는 가게에서는
종업원들이 간단한 한국말은 알아듣고 말하는게 장사의 기본이겠지만,
일반 주거지 근처의 식당에서도 한국인이냐고 물어보고 그렇다고 대답하면 기초적인 한국말과
우리나라에 관한 자신들이 알고있는 제법 수준있는 정보거리들을 말해준다.
그게 호감의 표시임은 몇 마디 대화면 느낄 수 있다.
가벼운 농담부터 오징어 게임 , BTS, 김치, 불닭볶음면, 한국라면 등 얘깃거리는 다양하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K드라마를 재밌게 보기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그러다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어 온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고, 딸 친구들 중에도 우리나라 대학에서 한국에 관해 배우려고 들어온 여러국적의 젊은이들이 있다.(학교 선택하는 데 조언도 해주었다는.)
요즘 대세는 '더 글로리'란다.^^
K문화 덕분임을 실감하는데. 새삼 이렇게 K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한 故김대중대통령님의 혜안이 놀랍다. 훌륭한 지도자는 몇 십 년 앞을 보고 준비를 한다. 문화에서도 기술발전에서도.
야경투어 중 보았던 전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바르셀로나 대성당 위에 보이는 커다란 삼성 갤S23 광고와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응원메세지!
(오래된 아름다운 대성당과 대형 광고판의 부조화가 느껴졌지만, 성당보수공사를 지원하고 그 대신에 광고판을 올린 거라니 이해해 주는 걸로.)
동네에서 누가 우리집 아이 이름만을 언급해 주어도 마음이 뿌듯한데 하물며 이 유럽에서.
급 샘솟는 애국심이랄까^^
리스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 이스탄불에서 환승해 탄 인천행 비행기. 거의 마지막에 탑승을 한 까닭에, 좌석에 앉으려니 내 자리는 창가 자리인데 이미 그 옆에 승객들이 앉아있었다.
나의 'Excuse me .익스큐즈 미'에 앉아있던 분들이 일어나 비켜준다.
'Thank you.땡큐' 하며 들어가 앉는데. 뭐라고 얼핏 우리말 같은 ... 잘못 들었나...?
앉아서 옆승객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눈을 마주하며 미소인사 하려는데, 그 유럽아가씨가 미소 지으며 '죄송해요(늦게 일어나서 미안하다는 의미였던 듯)'란다. 한국말로. 당황스런 기분좋음.
나도 모르게 '어머, 한국말 잘하시네요.' 한국말로 건넨다.
'아니예요~ 별로 못해요' (손사레치며)
이 자연스러운 화법은 뭐지?
- '정말 잘 하시는데요.'
- '아니예요~ 그렇지 않아요^^' 얼굴도 예쁜 유럽 아가씨가 넘 한국스러운 대화법이 자연스럽다.
'어디서 오는 거냐'고 묻길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출발했다 하니, 자기 집이 리스본이라고 더 좋아한다. 자기 고향과 관계되는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가워 하는 건 국적불문 인지상정인가보다.
한국이 참 좋단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다정하고.친구들도 많고. 3개월 있을거라는데.
한국어가 더 많았던 간단한 대화 후 각자 할 일로 시간을 보내다가 기내식이 나오니
상냥하게 건네주고 난 후, 나를 보고
'잘 먹겠습니다' 하며 식사를 시작한다.'
두번째 기내식 먹을 때는 내가 먼저 우리말로 '맛있게 드세요' 말을 건넸다. 돌아오는 대답 '감사합니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친 후 다시 마주친 그 아가씨. '안녕히 가세요~' 하길래, '여행 즐겁게 보내세요.'하며 헤어졌다.
우리말을 잘하는 외국인을 만나 더 흐뭇한 마음을 안고 광주행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장거리비행으로 무리한 허리 때문에, 며칠간 한의원을 오갔지만 순간순간 여행지에서의 기분좋은 기억이 새록 떠오른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여러가지 우려되는 현실들이 있지만... 잘 극복하고 더 좋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바래본다.
첫댓글 언니~
이쁜 딸들 데리고 즐겁고 행복한 여행길이 되었으리라 생각드네요.~많이 부럽습니다.^^
요즘 편안하고 든든한 카페지기로 자주 만나니 반가워요.
우리 한국사람 신장 사이즈와 미모도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오시지 않았나 ᆢ언니도 애국하고 오셨네~~~^^
해외에서 우리 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직접 체험하신 재미난 아기편지 잘 읽었어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K문화산업을 키우는 데 바탕을 마련하신 故 김대중 대통령 생각을 저도 했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더 오랜 옛날 한글이라는 위대한 발명품으로 전 백성의 문자생활을 가능케하신 세종대왕(Great King 이라는 칭호가 딱 맞는)의 혜안, 뚝심에 새삼 감사합니다. 가족과의 즐거운 여행글 참 좋아요^^
오랫만에 가족 완전체로 행복한 시간 보내고 왔군요.
외국에 나가면 내 나라가 자랑스럽고 애국자 마인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아기편지와 감사글에 올리시는 하하님들의 생활을 통해서 더 잘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비채씨 없는 동안 하하가
공허했답니다.
여행후 받은 에너지로 더
행복하세요~
누구보다 영어에 능숙하니 여행 중 언어소통 문제는 어려움이 없었으리라 느낍니다. 더우기 외국인의 한국말로 한국의 위상을 피부로 체험했을 감동이 전해옵니다.
해외여행에 필요한 여러가지 것들을 직접 챙기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전 아직까지도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해결해 주거든요. 언어에 대한 두려움도 큰데 비채 님은 영어 선생님이시기에 별 문제가 안되구요.
아! *츄러스*
페루에서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길거리 음식, 그리워지네요.
딸 덕분에 만족한 여행 하고 오신 비채 님의 다정한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당황스런 기분좋음 ! 잘들었습니다
누에고치풀리듯술술~
해외여행으로 애국 고취하는 필력! 체험에 감칠맛나는 아기편지 고맙고
오지게 재밌는 글에서 크게
배웁니다. 감춰둔 매력을
훔쳐가도 될른지 ?
비채의 글을 오랜만에 본것같은데~?
그래서 더 반갑고,
가족여행의 포커스를 관광지 아닌 K문화에 맞춘 신선한 내용이 마음에 들어요~~
이렇듯 훌륭한 글솜씨를 여태 숨겨두고 있었다니 급 서운해지네요~
성실한 감사글 안내에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아기편지에서도 자주 만나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