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나’와 만나라 - 추리소설의 거장 시드니 셀던
<영원한 것은 없다>로 유명한 추리소설계의 거장 시드니 셀던. 그의 글은 한 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그는 인간의 애증과 음모를 대중적이고 감각적인 문체로 실감나게 묘사하는 재주가 탁월했습니다.
1917년 미국 시카고의 가난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문학과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가정환경 탓에 늘 배고픈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때문에 좋아하는 글이나 음악에 관심을 둘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한때 그는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무모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는 자살을 하기 위해서 약국에서 수면제를 훔쳤습니다. 그리고 위스키와 수면제를 같이 먹으면 치명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훗날 그는 자서전을 통해, 그 당시를 가리켜 “내 인생에서 잘못된 모든 것을 닫아 버려야 할 시간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당시 나는 절망의 끝에 다다라 있었다.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나는 매우 혼란스럽고 괴로웠다. 뭔가를 필사적으로 열망했지만 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젊은 시절 그는 로맨티하지도 자신감이 넘치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죽을 결심을 할 만큼 현실이 부당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 깊은 곳에는 문학적 감수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자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이유는 아버지에게 발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가난한 세일즈맨이었습니다. 자살을 하려는 아들과 이를 막으려는 아버지. 이 얼마나 슬프고 황당한 얘기입니까.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자살 계획을 알고 아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시드니, 왜 갑자기 그런 결심을 한 거니?”
아버지의 질문을 받은 시드니 셀던은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저는 뭔가를 갈망하고 밝은 미래를 원했지만 현실은 이와 달라요. 늘 부푼 희망을 안고 살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약국 배달부 신세를 면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도 대학에 진학하고 싶지만 우리 집 형편이 그걸 허락하지 않아요. 또 작가가 되고 싶어 수십 편의 단편소설을 써서 잡지사에 보냈지만 돌아오는 건 깔끔하게 프린트 된 거절 통지문뿐이었어요.”
그러자 아들의 생각을 읽은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시드니, 세상에는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단다. 넌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잖니?”
“그건 어제 얘기였어요.”
“그럼 내일은?”
“…….”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니. 인생이란 원래 소설 같은 거 아니겠니.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거란다.”
뜻밖의 말이었습니다. 이에 시드니 셀던은 아버지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봤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소설과도 같은 것입니다. 오늘 비록 힘들지만, 내일은 어떤 삶의 페이지가 열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나는 네가 너무 빨리 인생이란 책을 덮어버리는 걸 보고 싶지 않구나. 다음 페이지에 쏟아져 나올 숱한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너무 일찍 인생의 책을 덮으면 너무 슬프잖니. 네 삶의 페이지는 네가 직접 써나가야 한다는 걸 명심해라.”
그제야 시드니 셀던은 뭔가 얽혀 있던 매듭이 풀리는 걸 느꼈습니다. 이에 매일 최선을 다해 삶이라는 페이지를 한 장씩 열어가기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 노력은 곧 열매를 맺었습니다. 머잖아 유명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고, 첫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사실은 처음부터 그가 대단한 작품을 쓸 만큼 역량이 뛰어난 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의 아버지의 말대로 묵묵히 다음 페이지를 써내려갔을 뿐입니다. 하루하루 인생을 써내려가듯, 마치 그것이 자신의 일인 듯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 흔들리지 않는 과정이 있었기에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죽기 2년 전, 88번째 생일에 <시드니 셀던 – 또 다른 나>라는 자서전을 출간했습니다. 자서전에서 그는 “또 다른 나와 마주했기에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롤로코스터 같았던 스릴 만점의 내 인생을 무척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흥미진진하고 멋진 여정이었지요. 그러니 너무 일찍 책장을 덮지 마세요.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세요. 당신은 어느 페이지에서 ‘또 다른 나’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또 다른 나’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또 다른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에게는 화려하고 멋진 모습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폐하고 어두운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무수히 살아갈 날들이 있으며, 도전할 시간이 넉넉하기 때문입니다.
삶이 힘드십니까? 삶이 아프고 고달프십니까? 자신에겐 미래가 없다고 생각되십니까? 그렇다면 이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매일 삶이라는 페이지가 한 장씩 넘어간다는 것을. 그 페이지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결국 자기 자신에게 모든 것이 달려 있습니다. 누구도 자기 자신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첫댓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니. 인생이란 원래 소설 같은 거 아니겠니.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거란다.”
오늘 비록 힘들지만, 내일은 어떤 삶의 페이지가 열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아멘. 아멘. 아멘.~~
"누구도 자기 자신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