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름날의 청사랑초>
학명은 옥살리스라는데 하트 모양의 잎 때문에
흔히 사랑초라 부른다.
꽃은 보통 연분홍인데 흰색과 노란색도 있다.

<보라 사랑초>
잎이 보라색인 것도 있다. 보라 사랑초.
물건에 특별한 의미를 두면 그 물건만큼 사랑스러운 것도 없고,
특별한 의마가 없더라도 연상작용으로 사랑스러워지기도 하듯,
이 꽃을 보면 그 이름 때문에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이 꽃을 처음 본 것은
어느 집 베란다에 핀 청사랑초 사진이었다.
꽃은 무엇이 됐든 다 이쁘지만
이 꽃은 사진으로만 봐도 여간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 지금은 책상 위에 두고 날마다 보며 기른다.
내가 가진 100여개의 화분 중 선택받은
유일한 식물이다.
꽃도 가풍에 따라 기품이 다른지
아무리 이쁜 꽃도 우리 집에 들어오면
그냥 꼬질해 보인다.
-니들은 글지 마~. ㅠㅠ
이 꽃은 특이한 점이 많다.
낮 동안에는 꽃과 잎이 활짝 펴 있다가 밤이나 흐린 날엔 모두 오무린다든가
번식력이 강해 웬만한 조건에서는 잘 자라는데 비해
줄기는 연약해 조금만 거칠게 다루면 쉬 부러진다는 점이
경계를 따지지 않고 조그만 충격에도 상처받는
우리네 사랑과 닮은 점이 많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 꽃이 신기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꽃을 보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것들,
그리고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은 어느 것이 더 행복한 일일까?
나도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랑받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것이 훨씬 낫다.
내가 내 부모로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랑받고 살아왔지만,
부모님이 원하는 일이라 해서 내 의지를 꺽어가면서까지 해 드린 적은 없고
내 능력에 벗어나는 것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로 대충 견디며 잘 살아온 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게 없는 것은 훔쳐서라도 가져다 주고 싶고
부모를 속인 적은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정직하지 않은 적이 없는 걸 보면
사랑받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것이 훨씬 위대한 작업임이 틀림없다.
내가 기르는 개들이 주인을 위해 맹목적 사랑을 하는 것 역시 분명하지만
나를 따르는 개들에게서 행복감을 느끼기 보다는
내가 개들을 보살피고 쓰다듬으며 느끼는 행복감이 훨씬 더 크다.
얻는 것은 때론 비굴해지게도 만들지만
주는 것은 떳떳하고 흐뭇하다.
사랑이란 묘한 것이다.
형체도 없는 것이 힘을 주기도 하고,
-그게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크면 밤에도 일을 하게 함.
(물론....낮에도 함. 대부분 불륜 ㅠㅠ. 그래도 나는 부럽드라.머.)
없으면 삶이 그렇게 무기력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사랑초를 애지중지 하는데
한달전부터 시들시들하더니 잎이 다 물러 떨어져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물을 너무 자주 준 것은 아닐까, 흙이 너무 연약한 것이 아닐까, 햇볕 양이 너무 많아서일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꼭 따라다니는 토가 있다.
-그거 아무렇게나 놔둬도 잘 살든됴?
-댔꺼등? 나도 알거등?
모르면 손 빼라.-바둑 격언이다.
너무 많은 관심은 오히려 역작용을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그냥 뒀다.
그런데 싹이 다시 돋아난다.

<다시 돋아나는 보라사랑초>
사랑.
그것은 비록 연약하지만
그가 가진 생명력은 무한한 것이다.
긍께 사랑하고 살자.
<음악은 Marco Antonio Solis y Los Bukis-Navidad Sin Ti
(멕시코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번역해 놨다ㅋㅋ -그대없는크리스마스.
더 자세한 것은 물어보지 마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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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랑초가 사랑을 받기 위해 환생했군요..저도 올 봄에 멕시코 소철이 죽어 풀밭에 버렸다가 장마후 풀을 뽑는데, 글세 바깥에서 몇 개월 동안 싺을 밀고 있었어요...그래서 그 후로 화분을 비울 때는 천성이 게으르기도 하지만 더욱 신중한답니다.
그게 참 신기하드라구요. 줄기가 다 삭아 없어져붓는데 싹이 새로 나오드만요.^^*
작은 식물체 하나를 보고도 그리 큰 생각을 품으시는 한낭님...뵌적은 없어도 글마음속에 담긴 세심함과 따뜻함이 보입니다...사랑...좋지요...그래요...우리 사랑하고 삽시다...
눼~~~.
작은것에 기쁨과 감사를 느끼고 소중히 여길줄 아시는 한낭님께서는 분명 큰 사랑을 나누실줄 아시는 분이시네요
^^
저는 통이 좁아서 큰 사랑은 못하구요, 자잘한 사랑만...ㅋㅋ
사랑초를 통한 님의 사랑론
잘 듣고 갑니다.행여나
주체하지 못할 사랑일랑 주지도 받지도 마소서

주고 받다 걸리면 구속될까요?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을 실천하시는 한낭님, 글 잘 보았습니다. // 보라 사랑초 - 보긴 봤는데, 초보는 잎만 보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꽃보다는 잎이 더 이쁘드라구요. 참사랑초도 있대요. 꽃이 두세배 더 크다드라구요. 청사랑초는 <바람녀>표 입니다.
참사랑. 이름이 기막히게 좋습니다.
식물 하나하나가 제게 주는 교훈이 너무 크기 땜에 그 작은 싹 하나를 보기 위해 스프레이 하듯 사랑을 뿌려봅니다.
화분 몇 개일 때는 스프레이로도 되든데 좀 되다 보니 심드러서 걍 조리대로 뿌리는디...ㅠㅠ
ㅋㅋ아직도 저모양입니까? 어휴,,,,,,제꺼랑 상태가 비슷하옵니다....^^
언니나 잘 하삼~~.
많은 것을 보고 느낍니다....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 생각해 주셔서.
아우님아! 얻는 것은 때론 비굴해지게도 만들지만, 주는 것은 떳떳하고 흐뭇하다. 제일루 가슴에 와 닿는 말씀입니다.
저는 댁에 가면 배우고 오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꽃이야 머 하나 더 기르나 덜 기르나 별 차이도 없지요.
사랑은 받아서 행복하고 줄때는 더 많이 행복하고 ~~~마음 녹여주는 글도 음악도 좋습니다 ^^*
음악이 더 좋지요? ^^*
사랑스러운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글 중 "아무리 이쁜 꽃도 우리 집에만 오면 구질 구질 해진다"가 아주 공감가네요.
아..공감하지 마사고요, 이쁘게 길러주삼~~. 화분이 이뻐야것드라구요. 근디 그게 넘다 비싸서리...
사랑초 꽃 예쁩니다...청사랑초랑 보라사랑초랑 꽃이 너무 예뻐요... 참 마중도 나와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