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풍경이 거꾸로 흐른다 /박금희
역방향 좌석에 앉아
서울로 향하는 여정에 멀미가 동반한다
거꾸로 흐르는 모습에
내 삶의 앞날이 불안해지고 낯설게 느껴진다
거슬러 흘러가는 시간과 길 속에서
길가의 금계국과 개망초, 나팔꽃
평소에 지나치기 쉽던 꽃들이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축제는 음악과 시처럼 펼쳐지고
나는 즐겼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처럼
방향은 남들과 달랐지만, 비록 순탄하지 않았지만 나는 축제를 즐기며 목적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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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에게도 겨울이 머지 않다고./ 박금희
비는 한때 뜨겁고 무성했던
나의 젊은 날의 여름을 밀어내고
시들고 쇠락해져 가는데
비는 다그치듯 나를 때리고
내릴 때마다 내 안에 서걱거리는 것들이 바스락거린다
떨어지고 흩날리고
나무가 옷을 벗듯 그저,
비우고 놓아 줘야 하는가
몸부림치며
받아들이지 못한 검불 같은 순리
가을비가 들려주는 빗소리는
나에게도 겨울이 머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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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출을 꿈꾸다 / 박금희
어미의 젖을 갓 뗀 강아지를 데려왔다
키우는 목적은 식용이라고 했다
목적은 학대로 이어지고 주인은 입버릇처럼 "아직은 어리니까, 조금만 더 키워서, 이번 사료만 떨어지면, 잡아먹어야 겠네" 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주인은 시쳇말로 예전부터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고들 하는데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옹알옹알 낑낑거리며 사람한테 곰살맞게 구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새끼이거늘 이토록 귀엽고 예쁜 애의 이름을 노골적으로 '삼식이'라 지어 부르며 막 대했는데, 문제는 주인이었다
한쪽 눈의 시력 상실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주인은 늘 짖지 마라, 가만히 있어라, 늘 윽박지르고 때리기 일쑤였는데 어느 날은 주인이 때린 빗자루에 맞아 어린 아이 눈에 피멍이 들었다고 한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날이 가면 갈수록, 삼식이 몸이 커가면 커 갈 수록 학대는 심해질 터, 곧 잡혀 먹힐 것이 뻔한데 안타까운 현실을 앞에 두고 고민하던 중, 다행스럽다고나 해야 할까, 그만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강아지들은 다, 듣는다고들 하더니 주인이 했던 무지한 말들을 다 듣기라도 했을까
삼식이는 스스로 목줄을 끊고 집을 뛰쳐나갔다
사방팔방을 뒤지고 뒤져 삼식이를 찾아 헤매던 날, 나는 삼식이를 보았다
동네 어느 골목 언저리, 이리저리 날뛰며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다 놓아버리고 철부지처럼 뛰놀고 있는 그 애를 보고 말았다
즐겁게 노는 모습은 마치, 방실방실 춤이라도 추는 듯 행복해 보였고 나는 그러한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고 그러던 즈음, 삼식이는 나를 보고 잽싸게 달려와 나를 향해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내 주위를 맴돌았다 아무래도 내게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눈치였다
삼식이 머리를 쓰다듬고 나는 그렇게 그 애가 살던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잠시,
뒤를 돌아보니 자꾸만 나를 따라오는 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얼른 집으로 들어 가라" 쫓지 않았다 쫓고 싶지 않아 반칙을 썼다
이는, 아마도 내 마음 깊숙이 주인에 대한 불신이 너무나도 컷기 때문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 애를 형편없는 주인 손에서 떼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 갈 길을 가고.삼식이는 사람들 눈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돌아오지 않은 삼식이는 또다시 나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불길한 예감에 머리는 혼란스럽고 삼식이 주인을 볼 때마다 죄인처럼 나는 말을 아껴야만 했다
그렇게 말을 숨기고 있을 무렵, 살랑살랑 소문이 꼬리처럼 맴돌았다 소문은 즉, 강아지가 새 주인을 만나 잘 살고 있다는 거였다
새 주인의 말을 그대로 전하자면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게 생긴데다 사람까지 잘 따르니 더할 나위 없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하시며 이제는 학대에서 벗어나 삼식이가 아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 잘 키우고 있으니 앞으로는 제발 찿지 말아 달라는 부탁의 말과 함께 대문을 닫았다고 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박금희 선생님
* 2017.3월 ; 시에, 등단
* 2021.10월 ; 제 1집 "물들다"시집 발간및 출판 기념회 개최
* 2022.12월; 제 62회 목포 예술제 문화 예술상 수상
*2026.10월 ; 신안 문인협회 회원
* 2026.10월 현재; 목포시 노인복지관 생활지원사로 근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