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불길 속을 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말은 믿을 수가 없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늦가을 밑동만 남은 수수밭에 불을 지르고 그 위를 걸었다. 그는 그 때문에 그곳에 갇혔으나 내게 마음의 짐을 가지지 말라고 말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는 매일 내게 편지를 보냈고 나는 그 편지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그에 관여했다. 그와 내가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을 때 나는 울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그게 진짜 사랑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이미 증명을 끝마친 수학자의 얼굴로 나에게 편지를 건넸다. 그는 나의 울음이 멈출 때까지 내가 울면서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었고 편지가 젖거나 구겨지거나 찢어지면 새로운 편지를 건넸다. 돌아가는 길, 문밖에 선 내 이름을 부르며 그는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고 있는 자동문 유리에 어깨를 부딪치고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부터 걸어 나왔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뒤로 돌았고 작아진 건물에 끼인 채 손을 흔들고 있는 그의 모습이 책상 위 모형처럼 보였다. 그는 뭔가 말하고 있었다. 그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일 거였다. 나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나도 모르게 그가 넣어둔 편지가 주머니마다 들어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한참을 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