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도와주세요
내가 이번에 담당하게 된 이주민 여성의 3자녀 중 둘째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아직 한글을 잘 모른다. 나의 목표는 이 친구가 글을 빨리 읽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마음과 달리 화장실 간다, 물먹고 싶다, 연필 깍는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수업시간에 다른 행동을 하면서 한글공부를 안하려고 한다. 색칠을 하고, 만들기를 하는 것 또 내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너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데 한글공부는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도 초등학생인데 한글을 모르고 살 수는 없으니 한글공부는 해야 한다. 엄마 아빠한테 야단을 맞아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어렵고 더디기만 하다. 내가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가서 열심히 해주어도 안하려고 하는 친구를 한다는 것은 너무 힘이 든다. 그래도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선생님, 선생님을 계속 부르는 모습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오늘 수업도 이 친구는 어떻게 하면 빨리 끝내고 놀까만 궁리하는듯하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은데 마침 친구한테 전화가 온다. 같이 ‘놀자’라는 말에 아이는 나가고 싶어 바닥에 누워버린다. 아무리 달래고 달래도 꿈쩍하지 않아 엄마를 불렀다. 엄마가 와서 야단을 쳐도, 끝나면 맛있는 것 사준다는 말에도 고집불통이다. 엄마가 안방으로 데리고 가서 혼내자 울음을 터뜨려 깜짝 놀라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한글공부는 어려울 것 같아 책을 읽어 주었더니 울음을 점점 그치며 책에 빠져든다. 이 친구는 책을 읽어주면 좋아해서 3권의 책을 준비해서 읽어준다. 이 친구가 한글만 읽을 수 있다면 이렇게 책을 읽어주며 수업을 하고 싶은데 그래도 한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또 한글 교재를 펼친다. 울고 나더니 컨디션이 조금 좋아졌는지 수업에 집중하는 정도가 조금 좋아져 남은 시간은 무난히 마무리가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엄마가 “선생님 도와주세요” 한다.
엄마는 이주민 여성이다. 큰아이가 3학년이니까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다. 귀화시험이 6월에 있는데 혼자 준비하다보니까 너무 어려워 지난번 시험에 떨어졌다고 한다. 나는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오늘은 이미 수업시간이 끝났는데 마지막 수업이어서 시간 여유가 있다. 그래서 문제집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30분정도 같이 했다. 내가 문제를 읽어주면 엄마는 외운 내용을 대답하는 방법으로 했다. 시험보기 전까지 수업시간 보다 1시간 먼저 와서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엄청 좋아한다.
난 귀화 시험 문제를 처음 보았는데 너무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 내용을 이해하고 외우면 쉬울텐데 내용은 이해하지 못한 채 외워야 하니까 혼동이 와서 뒤죽박죽이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역사와 인물이라고 한다. 인물을 어떻게 혼동 없이 외워야할까 고민하는 엄마한테 계백장군은 같은 백자가 들어있으니 백제장군, 김유신은 같은 신자가 들어있으니 신라장군 이렇게 외우라고 했는데 이순신이 나와 버렸다. ‘이순신도 신라장군이냐’라는 엄마의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귀화 시험, 이번 시험에는 꼭 합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다음에도 수업시간보다 조금 빨리 방문해서 엄마의 귀화 시험을 도와주려고 한다.
첫댓글 참 좋으신 박정선 선생님~~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좋은 선생님이십니다^^
좋은 선생님, 박정선 선생님!!!
그 어머님이 꼭 합격하시기를 바랍니다~
참 좋으신 박정선 선생님♡🥰
참 좋은 사람 박정선은 역시 소명의식이 있는 너무 훌륭한 선생님이시네요.
존경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 존경의 마음 전합니다. 끝까지 포기 않고 이루려는 마음다짐 응원합니다.
와~ 정말 힘드시겠네요. 기다려주시는 인내, 대단하시구요.
1학년 친구, 정선 선생님의 진심을 느끼기에 어느 순간 열심히 하게될 때가 분명 올 것입니다. 귀화시험 합격하시길 저도 함께 기도합니다.
대단하시군요.
존경합니다
정선언니가 아이와 함께 하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멋진 선생님, 선생님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