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잠긴 연천역
이 주 실
동두천에서 연천까지의 복선전철 건설에 따라 철도업무가 중단되었다. 그리고 새 건물을 짓고 있었다.
칙칙폭폭 뿌~~
역 건물 벽화의 ‘미카 3-244 증기기관차’가 달려 나올 것 같았다.
주춤 뒤로 물러나 강냉이를 꺼내 물고 원통형 급수탑이 있는 공원벤치에 앉았다.
아직도 헐겁고 따뜻한 재래시장의 온기가 남은 강냉이에 뭉클, 공짜라고 옆구리에 질러 줘 돈을 받으라 거니 아니라 거니....
서울도 이곳만큼 인심이 좋을 때 태어나 자란 70 끝 나이라 그럴까.
팍팍하고 폭폭한 정서가 싫어 내 시간만은 옛 대로 하려든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감사한다. 가늘고 긴 연기자 생활.
“요즘 어디 나오니?” 물으면 “있어. 그런 거” 할 정도의 비중.
하지만 그 일로 심신 건강 유지하며 여행도 하니 왜 아니 좋으랴.
오늘은 우리나라 최북단 연천군 신서면에서 촬영을 하고, 재래시장을 거쳐 연천역 급수탑을 보러 왔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품은 흑백사진 같은 기차역이다.
나는 경원선을 이용한 적은 드물지만 기차에 얽힌 추억은 많다.
OO역 대합실에서 O월 O일 O시에 만나자 약속한 첫사랑 남자.
그를 기다리다 까무룩 졸아 막차를 놓칠 뻔 했고, 일이 안 풀릴 때는 모퉁이를 도는 기차 길을 보며 삶이 곧은길이기만 하랴 깨닫기도 했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음이 답답할 땐 기차를 탄다. 빠른 KTX 보다 느린 완행열차를 타고 유야무야.....
뿌뿌우~~
급수탑 아래 전시된 ‘미카’가 시꺼먼 연기를 내뿜을 것 같았다.
얼른 한 알 남은 장터 강냉이를 입에 털어 넣고 일어났다.
급수탑(대한민국 국가등록 문화재 제 45호 지정)에서 물을 공금 받아 달리던 증기기관차 ‘미카.’ ‘미카’는 한국전쟁과 그 이전의 시간까지 담겨 있다.
일제 강점기 원산과 서울을 이었고 한국전쟁 때는 중공군의 전초기지로 급수탑에 총탄의 상처가 남아있다. 그리고 나라가 남북으로 분단, 더 이상 기차가 북쪽으로 달릴 수 없게 되었다.
6,25를 어찌 잊으랴. 초등학교 1학년 때 겪어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가슴에 박혀 있으니....
겸겸해서 잘 와 봤다. 연천역 새 역사가 완공되면 100년 넘은 구 건물은 없어진다니 연천의 볼거리 재인폭포, 호로고루, 당포성보다 이곳부터 오기를 잘 했다.
과거의 시간은 우리 민족 미래의 발판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의 시, 종착역이 되면 여고 동창 잼잼 친구들에게 와보자 해야겠다.
꼰대는 싫다, 구시대의 유물이 되지 말자고 일주일에 하루 만나 소통하는 친구들에게
말해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