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의 진정한 핵심가치 ◈
한국이 파리올림픽 대회 3일차에 금메달 3개를 획득했어요 펜싱, 사격, 양궁으로 이뤄낸 쾌거에 온라인상에서는 “전투의 민족이다” “무기의 나라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지요
28일(현지시각) 2024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대회 3일차인 이날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종합순위 5위를 기록중이지요
한국은 전날 펜싱 남자 사브르 오상욱이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데 이어 이날 사격 여자 10m 오예진, 양궁 여자 단체팀(임시현, 남수현, 전훈영)이 각각 금메달 1개씩을 추가해 금메달 3개를 따냈어요 여기에 사격 은메달 2개, 수영 동메달 1개까지 더해 메달 개수는 총 6개가 됐지요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한때 종합 순위 1위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일본이 이날만 금메달 3개를 추가하면서 자리를 내줬어요
온라인상에서는 메달 획득의 기쁨 만큼이나 우리나라에 메달을 안겨준 종목도 화제가 됐지요 검으로 상대를 겨누는 펜싱, 과녁에 각각 총과 활을 쏘는 사격, 양궁 등 모두 전투 무기와 관련된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이유에서이지요
이에 네티즌들은 “금메달 세개 땄는데 그게 칼, 총, 활이다. 무기의 나라다” “이래서 태극전사라고 하는 거다. 우린 전투의 민족이니까” “외세 침략으로 단련된 한국인 유전자 아닐까” “나라 지키는 종목에 특화된 민족”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한국은 구기 종목과 투기 종목이 지역 예선에서 대거 탈락하며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역대 최소 규모로 선수단을 꾸렸지요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 5개로 종합 15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어요
그러나 우려와 달리 대회 초반부터 메달이 이어진데다, 아직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많아 기대를 높이고 있지요
한편 앞서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는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9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13개를 획득해 금메달 수 기준 종합 순위 10위가 될 것으로 예상했어요
그레이스노트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양궁 남녀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안세영, 펜싱 남자 사브르와 여자 에페 단체전, 스포츠클라이밍 이도현과 태권도 서건우, 역도 박혜정이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분석됐지요 오상욱, 오예지 등의 메달 획득은 예상하지 못한 쾌거 였지요
그런데 덴마크 선수 리즈 하텔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 승마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냈어요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웠지요 첫째, 그는 여자였어요 남자 선수들과 경쟁해 이룩한 업적이지요 둘째,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었어요 말에 오를 때마다 남편 도움을 받아야 했고, 올림픽 시상대에 오를 땐 금메달을 딴 선수가 부축해줬지요 그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도 또다시 은메달을 거머쥐었지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핵심 가치를 탁월함(excellence), 존중(respect), 그리고 우정(friendship)에 두고 있어요 여기서 탁월함이란 일상이나 경기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게 공식 설명이지요 사견을 보태자면 실상 그 탁월함이란 운동 경기에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수 있어요 그런 투지는 때때로 기적을 만들고 감동을 부르지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일본 체조 선수 후지모토 슌은 단체전 마루 종목 경기를 하다가 무릎을 크게 다쳤어요 몹시 아팠지만 동료들이 걱정할까 봐, 그래서 팀에 지장을 줄까 봐 알리지 않았지요 의사는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말렸어요 약물 검사 때문에 진통제도 먹지 못했지요 그러나 그는 남은 링 종목 출전을 강행했어요 연기를 다 끝내고 마지막 동작. 멋지게 공중에서 몸을 뒤튼 뒤 착지했지요 순간 무릎에 극심한 고통이 왔지만 참고 자세를 유지했어요 9.7점. 그는 다리를 절룩이며 경기장을 빠져 나왔지요 그제야 동료들은 후지모토가 어떤 헌신을 했는지 알게 됐어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 셈이지요 일본은 그 종목에서 기어코 소련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올림픽을 위해 4년간 땀을 흘린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마지막 순간 환희 속에 지난 노력을 보상받고 싶어 하지요 그럼에도 승리가 전부는 아니지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마라톤에서 탄자니아 선수 존 스티븐 아쿠와리는 19㎞ 지점에서 다른 선수들과 부딪혀 넘어지는 바람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요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지요 57명 중 56명이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다음, 관중도 거의 빠져나간 경기장에 그가 기진맥진한 채 모습을 드러내자 남아 있는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맞이했어요 최종 기록은 3시간 25분 27초. 그는 “조국이 5000마일 떨어진 이 먼 곳까지 나를 보낸 건 단지 경기를 시작하라고 한 건 아닐 것”이라면서 “경기를 끝까지 마치고 오는 게 내 사명”이라고 말했지요 “최고가 된다는 건 반드시 가장 빠르고, 가장 높고, 가장 강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장애물에 상관없이 한 약속을 지켰다는 걸 의미합니다.”
4년에 한 번밖에 없는 올림픽. 선수들에겐 전부일 수 있어요 하지만 숨을 고르고 보자면 더 중요한 건 인생이지요 1988년 서울올림픽 요트 종목에서 참가한 캐나다 선수 로렌스 르뮤는 2등으로 달리고 있었어요 부산 앞바다 강풍과 거친 파도를 제치고 나아갔지요 그런데 갑자기 한쪽에 빈 요트가 눈에 띄었어요 싱가포르 팀 선수가 바닷속에서 팔을 흔들고 있었지요 예상치 못했던 파도 탓에 요트가 뒤집혀 물에 빠진 것. 르뮤는 주저하지 않고 방향을 틀어 이 선수를 구조했어요 그러고 나서 경주에 복귀했지만 메달권에서 멀어진 뒤였지요 그는 “항해의 제1 규칙은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면 돕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IOC는 르뮤에게 “스포츠맨십, 자기희생, 용기로 올림픽 이상에 걸맞은 모든 걸 구현했다”면서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했지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이런 감동과 희망을 품은 수많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왼쪽부터 펜싱 오상욱, 사격 오예진, 양궁 단체전 전훈영.
▲ 2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 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전훈영(왼쪽부터), 임시현, 남수현이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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