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배는 왜 두 개에요?
긴 머리, 조그만 얼굴, 여리여리한 몸 이번에 내가 수업을 의뢰받은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다. 투박한 아들들만 키운 나는 이런 여자 친구들을 만나면 너무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남자아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여자 친구를 만나는 시간은 남자 친구들보다 더 재미있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는 주변에 관심이 너무 많아 나한테 수업과 관련이 없는 질문을 수시로 한다.
“선생님은 왜 화장을 안하고 다니세요?라고 묻는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데도 화장기 없는 나의 얼굴이 느껴지나 보나.
그래서 “난 마스크 안 쓸 때는 화장해”
그랬더니
“선생님은 왜 귀고리도 안하세요?”
“응 금속알러지 있어서 귀고리하면 가려워”
우리엄마는 언제나 주렁주렁 귀고리를 하는데……,
여자 친구 엄마는 젊고 날씬하다. 그러다 보니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여자 친구는 외모에 관심이 많고 외모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한다.
“선생님, 머리에 흰머리가 많아요”
염색할 시기를 놓쳐서 흰머리가 많이 보이는 나한테 그냥 넘어가지 않고 꼭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나 보나.
다음에 방문할 때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하고 방문했더니
“선생님, 미용실 다녀오셨어요. 오늘은 머리가 예뻐요”
여자 친구는 나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다.
나 보다는 공부에 관심을 조금 더 가졌으면 좋겠다. 난 여자 친구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이 집을 방문할 때는 거울을 더 여러 번 보고 방문한다.
때로는 오늘은 어떤 관찰을 하고 어떤 질문을 할까? 궁금할 때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 선생님 배는 왜 두 개에요?”라고 묻는다..
‘뭐라고 대답하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살며시 내 배를 봤더니 얇은 목폴라 위로 두 개의 배가 보였다. 다시한번 웃음을 지었다. 여자 친구는 나를 웃겼다는 만족감 때문인지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다.
나는 수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뱃살과의 전쟁을 스스로 선포하며 이 전쟁에서 꼭 승리하자고 다짐하며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 7시 50분 얼마나 배가 고픈 시간인가?
밥상 앞에서 고민을 하지만 돌아오면서 했던 뱃살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나의 다짐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스스로 타협하고 밥을 먹는다.
이 다짐을 한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나의 뱃살은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고 있다. 여자 친구가 선생님 배는 왜 두 개냐고 또 물을까봐 넉넉한 옷을 입고 다니는 나를 보면서 다시한번 다짐을 해보지만 이 다짐은 다짐으로만 끝날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나의 뱃살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할 동반자라는 생각이 더 들기 때문이다.
첫댓글 ㅋㅋ 넘 재밌어요. 너그럽고 자상하신 선생님과 귀엽고 예쁜 학생과의 대화 장면이 눈으로 보듯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인지 선생님은 배가 2개? ㅋㅋ
평소 배가 두개라고 느끼지 못했는데요.예리하고 귀여운 여학생 눈에 감지됐군요. 그저 식사 잘하시고 건강하세요. 재미있는 글에 또 감동합니다.정선 님.
저때만이 할 수 있는 그리고 해도 용납되는 그런 말들…ㅎ
선생님을 긴장하게 만드는 귀여운 친구네요~
뱃살은 극복 할 대상이 아니고 함께 할 동반자~라는 말에 유혹도 되네요
넘 재밌는 글에 원고료 받은
작가의 글 인 줄 착각 ^^
아기편지 입성 고맙고
감사감사,♡ 꽁뜨 작가로 강추 ^^
바쁘신 귀한 시간
유머 나눔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나의 절친인 두개의 배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그 말에 진심 공감합니다.
뱃살은 극복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할 동반자.
우리가 얼마나 시간과 애정을 다해 키운 공존인데요. ㅎㅎ
어린 제자를 향한 정선쌤의 따뜻한 애정 느껴집니다.
좋은 선생님, 정선쌤~
항상 건강하세요.
따스한 언니의 눈길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의 예상치 못한 질문.
그 시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듯.
뱃살도 지금 시기에 가질 수 있는거라고
나름 합리화^^
그리고 언니는 뱃살 없어요~~😁
꼬마속녀~덕분에 여러번 거울을 보게 만드는 좋은 일?입니다.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