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에 취해 있을 무렵인가? 아니ᆢ두꺼운 겨울옷이 들어갈 무렵인가 보다. 이유없이 오른쪽 발등이 가려워서 한번씩 긁고 지나갔다. 플랫 슈즈에 살짝 발을 넣을 때에도 발등 살빛이 어두워져 보여 갸우뚱거렸다. 나난히 앉아 네개의 발등이 이야기 꽃을 펼칠 때에도 맨 끝에서 우울해 있던 발등을 가리키며 '뭐가 물었나 ' 혼자말을 하며 내 발등에 관심을 가져보라 남편에게 복선을 깔아 놨었다. 내가 엄살이 심하다고 늘 생각하는 우리 남편은 가급적 놀래거나 걱정스런 말과 행동은 자제한다. 날 더 부추긴다고 나름 터득한 모양이다. 그럴수록 더 관심 받고 심은 마음에 언제나 더 과하게 나도 몸을 사린다. 유치하지만 은근히 재미있다. 그때도 서랍장을 향해 호랑이 크림을 바르라고 했다. 참을성이 너무 많은 남편은 피부질환의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있다. 이런 얘기를 큰 시누이와 함께 나눈적이 있는데 그 느낌이 그려지는지 눈가에 눈물이 나도록 박장대소한다. 언제 들어도 꽁냥꽁냥 재밌게 산다고 엄청 좋아하신다.
한번 생각이 가니 시도때도 없이 발등에 눈길이 간다. 오히려 조금 더 부위가 넓어진 느낌이다. 호랑이 크림이 아닌 처방전 연고를 안바른 척 아침 저녁으로 정성스레 발랐었는데 효염이 없다.
"괜찮해~ 암긋도 아니구만"
나를 다독여 주는 우리 남편 처방 말이다.
그래 이러다 말겠지. 죽고 사는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갔다.
어느날 해질무렵 부산의 귀가여성 돌려차기 뉴스에 가슴이 철렁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이런 세상을 경악하지 못하면서 오른손이 자연스레 무릅 안쪽 보드라운 살갗을 두어번 긁고 있었다. 한번 긁어 놓으니 또 가렵다. 모기가 물었나 물파스 찾아 바르려고 무릅 안쪽으로 고개를 숙이니 얜 뭐야~ 강낭콩 크기로 빨갛게 피멍이 나 있다. 세게 긁지도 않았는데 ᆢ작은 상처지만 예사롭지 않는 감이 왔다. 발등도 좋아지지 않고 신경쓰이는데 너까지 왜 그러니~요새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야.
그 생각도 잠시 더 좋은 기회를 얻은 것 처럼 의미심장한 기대감이 밀려온다. 제대로 관심을 받을 수 있겠구나! 놓치지 않고 남편 반응을 살피려 아픔과 놀람의 말투로 호들갑을 떨었다. 사삭스럽다는 의미로 눈 한번 감고 조그만 소리로 "왜그래? 내일 피부과 가봐" 아직도 암긋도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다독여 주는 걸로 알아차린다. 걸적지근 미지근한 이 반응 갖고서는 나도 움직일 마음이 안선다.
이것 같고 병원문을 두드린다는게 또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귀찮았다. 그런데 한달이 다가도록 피멍 자국이 그대로다.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인데 발등도 무릅 안쪽도 보기가 싫어진다.
병원문을 찾기 전 까지도 내가 의사다. 이제 나이가 먹어 호르몬도 줄기도하고 바뀌기도 했으니 면역력이 떨어진께 그럴거야~ 물을 덜 마시니 건조해서 그럴거야~ 피부과 약은 오랫동안 먹어야 하는데ᆢ 나는 약도 잘 못먹는데 속이 빵빵 해지는 답답한 약을 먹어야 한다면ᆢ참아보자.
그런데 숙제 남겨놓고 노는 애처럼 편하지가 않다. 문득 눈뜨자 탁 스치는 생각 그래 병원 가보자.
다소 복잡한 마음을 안고 드디어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다. 아침 시간이지만 불편한 몸을 챙기기 위한 행렬로 벌써 대기실 의자는 만원이다. 한시간도 아니고 삼십분도 아니고 "사십분 정도 기다리세요.~" 창가에서 짹짹 거리는 참새 처럼 미성의 맑은톤으로 안내 해 준다. 좀처럼 피부과엘 갈 일이 없어 재작년에 처음으로 서너번 연달아 방문하고 지금이 두번째 진료가 되는것 같다. 그때 왜 왔었었지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봐도 안나더니 방금 기억이 난다. 초기에 난 목주위 작은 쥐젖을 연고로 녹여서 없앤다는 타병원 원장님의 말을 듣고 발랐더니 붉게 부어 올라 찾아 왔었다. 그때 여기 원장님왈 무슨 쥐젖에 연고를 바르냐며 전문의도 아닌데 이상하게 환자들을 많이 본다며 익히 들어서 아는 눈치였었다. 좋은 건물에 인상 좋고 친절하다 싶으면 믿어버리는 나도 문제였다. 오차범위를 제외하면 딱 맞는 40분이 지나자 내차례가 왔다. 자세히 두곳을 살피시더니 주사와 연고를 말씀하신다. '심하구나 주사까지ᆢ' "원인이 무엇인가요?" 접촉성 습진계열이라 말씀 하시며 그냥 놔두면 코끼리 살갖 처럼 두꺼워 진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발등이 더 오래 되었네요~" 딱 보면 압니다. 개그유행어가 떠오르는 한마디를 덧붙이신다. 그 이상은 아무 말씀도 없으신다.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생각해 나도 그냥 더는 물어 보지 않았다.
주사실로 미성의 참새 선생님이 안내한다. 방향까지 보여주며 누워 보라 해 놓고 정작 들어오신 원장님은 왜 누우셨냐 의아해 하신다. 엉덩이 주사 인 줄. 펴지는 자동양산 처럼 벌떡 일어나 앉았다. 발등에 주사를 놓으나 보다. "따끔따끔 해요.~" 그리고는 알쏭달쏭 콧노래를 한다. '과거 의료인인데 참아야지' 숨을 채 내뱉지도 않았는데 '으악~' 아프다. 진짜 아프다. 근육이 없는 곳이라 아팠지만 아무 미동도 없이 꾹 잘 참았다.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었다.
잘 맞으니 아프게 놓고 싶었을까? 허걱! 무릅 안쪽은 나도 모르게 "아~악" 소리가 나와 버렸다. "다 되어 갑니다." 얼굴은 안 봤지만 뭔가~개구진 모습이 느껴진다. 그 후로도 연달아 세방을 더 맞고야 일어났다. 순식간에 열방 정도의 주사를 아프게 맞았다.
병원 환자복을 입고 있으면 진짜 환자가 된다고 하는데 발등에 여러 주사를 맞고 나니 빨갛게 부어오른 모습으로 내비치는 모양이 제법 아픈 발 모양새다. 일찍 찾아 갔더라면 연고 만으로도 해결 되었을 지도 모르는데 병을 키워 가니 주사 까지 가게 된거 같다. 며칠 동안은 절뚝 거리며 지낼 내 모습에 웃음이 난다. 오늘 하하 아기편지 소식으로 우리 하하님들 건강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빠른 병원행 하시길 바라면서 올려 봅니다.
귀여움 뚝뚝! 남편과의 작은 시소게임도 재미있어요. 하얀 피부에 탈이 났네요. 원인 알고 처방, 치료했으니 곧 나아질 겁니다. 나도 쥐젖이 목 밑 보이는 곳 있어서 신경쓰이는데 가볼게요. 그리고 햇볕알레르기로 햇볕에 노출되는 부분 빨갛게 오돌토돌 핑크텃밭을 만들지요. 더워도 꽁꽁 싸맵니다. 글 읽으며 살며시 미소짓는 세담 생각나네요. 예쁜 피부 복원하세요.
첫댓글 남편 모르게 연고 바르고선 안바른 척, 귀여운 아내의 앙큼함을 남편께서 이미 눈치채지 않으셨을까요? 참 사랑스런 아내입니다.
호미로 막을 걸 삽으로 막게 됐네요. 뭐든 초장에 잡아야해요. 알콩달콩 재밌는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여움 뚝뚝! 남편과의 작은 시소게임도 재미있어요. 하얀 피부에 탈이 났네요. 원인 알고 처방, 치료했으니 곧 나아질 겁니다. 나도 쥐젖이 목 밑 보이는 곳 있어서 신경쓰이는데 가볼게요. 그리고 햇볕알레르기로 햇볕에 노출되는 부분 빨갛게 오돌토돌 핑크텃밭을 만들지요. 더워도 꽁꽁 싸맵니다. 글 읽으며 살며시 미소짓는 세담 생각나네요. 예쁜 피부 복원하세요.
긴 얘기도 평소처럼 차분히 말씀하시군요
큰병인줄 긴장으로
끝까지 보게 하는 글솜씨 ~^^
접촉성 습진. 잘 기억해 둘게요~
매번 느끼는 생각이지만
술술 풀어가는 글 솜씨.
재미나게 읽었어요~♡
ㅋ
난 아파서 병원 간 일도 별로 없고
남편한테 어쩌고저쩌고 하지도 않는데 참 잼나게 사네요~
어차피 사는거 그렇게 살아가야하는데 말이죠.
알콩알콩 이쁘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