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혜의 품에 안기려 화대종주(1) - 다시 화대의 품을 향하여
우선 화대종주란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경남 산청군 대원사까지 지리산의 능선을 따라 여러 산봉우리를 걷는 것을 말한다. 흔히 산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알려진 산악 3대 종주가 있다고 한다.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대원사 46km), 덕유산 육구종주(육십령~구천동 32km), 설악산 설악종주(남교리~소공원 37km)다.
더 길고 먼 종주들은 없을까 하고 찾아보니 소개된 자료들이 상당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리산 태극종주(약 90.5km), 설악산 태극종주(안산~청대산-해맞이광장 58km), 영남알프스 태극종주(도상 100km, 실거리 110km. 울산 내사마을~밀양 활성유원지) 등이 그것이다.
그중 화대, 육구, 설악종주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욕심을 내보는 일이란다.
나는 산을 죽도록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등산애호가라기엔 지식과 경험과 지혜가 터무니없이 모자라 욕심을 내는 것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화대를 품은 사람은 많아도 화대의 품에 안긴 사람은 적다’고 말한다고 한다. 또 ‘화대를 하려거든 눈썹까지 밀고 가라’는 말도 있을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하는 말도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떤 말이든 화대종주는 쉽지 않고 준비가 세심하게 필요하다는 얘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번 화대종주는 마음과 몸을 세심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사위, 아들, 강하주 씨와 넷이서 계획을 세워 출발을 위해 화엄사 아래 팬션에서 1박까지 했으나 폭우로 인하여 출입이 통제되고 대피소를 이용할 수 없게 되어 무산되었다. 모처럼 큰맘 먹고 어렵게 시간을 내었고 가족 중 넷이서 일정까지 맞췄는데 못 가게 되어 실망스럽기도 했다.
물론 그로 인해 딸까지 5식구가 한방에서 처음으로 함께 자는 뜻깊은 부산물을 결실한 바가 있다. 화대종주는 기상으로 인해 무산되었지만 우리 가족이 한방에서 같이 잠자리를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나아가 오랜 기간을 가뭄에 시달리던 많은 사람들에게 갈증을 해소해 주는 단비가 내렸으니 무산된 화대종주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못지 않은 의의를 가질 수 있어 크게 실망스럽진 않았다. 또한 가족들이 다시 화대종주를 도모하기로 하였으니 금년 중 어느 때, 가령 가을쯤에 시간을 내어보려니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 아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석가탄신일에 연휴가 생기니 그때 다시 갈려고 하는데 함께 가시겠느냐고. 안 가신다면 혼자라도 가겠다고. 이미 대피소에 대기 예약을 신청해 놓았노라고. 선택지가 별로 없는 일방적인 통보라고 여기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혼자라도 가겠다고? 난 지금 다리도 상태가 별로 안 좋은데~.’
원래 같이 가기로 해 놓고 혼자만 가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다. 강하주 씨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더니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같이 가겠다’고 아들에게 전하고 준비하도록 했다. 준비라고 해 봐야 바로 얼마 전에 했던 대로 다시 하면 될 일이었다.
이렇게 엉겁결에 다시 나서게 되었고, 준비도 한번 해본 터라 별 긴장감 없이 임하게 되었기에 몸도 마음도 긴장감을 가지고 세심하게 준비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엔 사위가 시간을 낼 수 없어 함께 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웠다.
우리 가족의 화대종주의 역사는 아들 새길이가 2008년에 혼자서 여름에 진행하였고, 2020년에 아들과 내가 함께 겨울(2월 초)에 진행하였고, 이번엔 아들과 나 그리고 강하주 셋이서 준비하여 진행하게 된 것이다. 특별히 이번 산행은 아들이 엄마와 꼭 함께 갔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여 아들바라기(?)인 강하주 씨는 아들의 의지에 연합한 것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렇게 셋이서 화대종주에 나서게 된 것이다.
대장은 아들 이새길, 부대장은 나 이계양, 대원은 강하주.
2023년 5월 25일은 아침부터 부산하였다.
학교에 출근했다가, 오후 2시부터 남구청의 도서관 직원을 채용하는데 면접관으로 참여해야 했다.
그리고 귀가하자마자 등산에 필요한 용품들을 배낭에 넣고 버스터미널로 이동하였다.
5시 15분 구례를 향해 출발하여 구례터미널 도착, 택시로 팬션에 도착하니 저녁 7시다.
즉시 저녁 식사를 준비하노라니 아들이 7시 40분에 도착하였다.
아들은 맥주로 강하주는 소주로 나는 땅소주(?)로 만찬을 나누며 이번 산행의 안전과 성공을 다짐하였다.
얘기 중 아들이 엄마가 산행을 앞두고 있는데 기분이 좀 가라앉아 있는 것 같다며 기분을 끌어올리려 애쓰는 모습들이 고맙고 듬직하였다.
첫댓글 대장, 아들 이새길
부대장, 이계양
대원, 강하주
...화대종주원정대..좋아요.
지혜롭고 넉넉한 품에 안기신 세 분, 멋지고 행복해 보이세요^^ 산이 너무 맑아요!
지리산 화대종주를 그리도 꿈 꾸지만 쉬 허락되지 않는걸 보면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 여기고있답니다.
나이는 자꾸만 먹어가는데 언제나 그날은 올런지 아니 아예 안올수도있겠지요.
그저 다녀오신 분들의 후일담만 듣습니다.
요즘 교수님의 건강이 좋아뵈질않아 걱정이 됩니다.
모쪼록 건강 챙겨주시길요.
화엄사에서 대원사 46km
저같은 처지에선 스펙타클한
어마무시 긴장감 대리만족? 재밌어집니다
지혜의 품에서 3박 4일
歸家에 비하인드 스토리
버라이어티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사모님과 전혀 색다른
숨어있는 역사가
기대됩니다 ^^
칩거 위축된 행동반경이 줄어든
讀者로서(2), 그 궤적을
유머감있게 써주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