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하나님의 양자로 입양되는 날을 기도한다
철아, 네가 다섯 살 때 나주 이화영아원에서 처음 만난 이후 벌써 서른 살이 된 너는 지난 주 금요일(8월 19일)에 대학원 석사 졸업식에 참석하여 총장상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랑스러운 너의 모습에 감사를 드린다.
돌아다 보면 미안하고 슬픈 지난날들이 많았지. 네 형과 함께 세 명이 살던 우리 식구가 너를 입양하여 네 명이 되던 날부터 우리 가정에는 너무 큰 변화가 생겼다. 남현철이가 김은철이가 되고, 네 형은 일차적인 돌봄에서 밀려나고 온통 너에게만 매달려야 했으니 그것은 집단생활을 하던 네가 보여준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들이 계속되기에 잠시도 너를 조용히 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런 일을 생각하면서 너의 변화된 모습을 생각하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너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서 화를 내고 매를 때린 시간이 너무 많았고, 낮에는 바쁜 인문계 고등학교 영어 선생의 생활을 하다가 퇴근하여서는 종일 시달린 아내의 말을 듣고 너에게 사랑보다는 분노를 나타내기 일쑤였던 어리석은 나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너를 돌보던 아내가 극심한 우울증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 나의 삶은 얼마나 어려워졌던가. 2년 후에 이어진 재혼으로 너무나 이상한 결합이 된 내 가정은 나에게 참으로 벅찬 짐이었고, 꿈꾸는 것 같은 삶이 계속되었지.
자세한 이야기를 쓸 필요가 없겠다. 네가 지금은 너무 달라졌으니 그것만 생각하기로 하자.
너를 입양할 때에 우리는 네가 우리와 함께 지내며 자연스럽게 신앙생활을 하기를 기도하였지. 멀리 나가서 전도하지 못할망정 집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너에게 복음을 전하고 함께 교회생활을 하기를 소원하였지. 그래서 매일 가정예배를 드리고자 힘쓰고, 성경을 읽었으며, 심지어 고등학생인 너를 대전까지 데리고 다니며 예배에 참석하도록 하였지.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아직 네 마음을 완전히 굴복시키시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여러 가지로 “독립”을 한 네가 신앙에서도 독립했을 때 나의 마음은 정말 처절한 고통을 당했다. 그 시간은 몇 년간 계속되었지. 그리고 비록 신앙생활은 하고 있지 않아도 아들로 따뜻하게 대하자고 마음정리를 한 후에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고통을 털어낼 수가 없다.
네가 군대를 제대하고 주일에 설교 한 편을 보내주면 듣겠다고 하여서 지금까지 계속 보내주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겠다. 네가 듣는지 안 듣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묻지도 않으면서 기도하면서 계속 보내주고 있으니 주님께서 이것에 은혜를 주실 날을 기대한다.
올해 네가 입사한 회사가 기독교인들이 운영하면서 날마다 QT로 시작한다는 소식도 큰 기쁨을 주었다. 지금은 직원의 입장에서 그냥 참석하고 있지만, 어느날에 어떤 말씀으로 네 영혼을 깨우치시고 회개하게 하실지 알 수 없다. 어거스틴도 생각하고, 존 번연도 생각하고, 로이드 존스 목사님도 생각하면서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간에 확실하게 불러 주시는 것을 묵상한다. 말씀을 듣고 또 들어도 반응이 없던 그분들이 어느 정한 시간에 “주여, 내가 여기 있나이다”라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하신 하나님이다. 너에게도 그런 시간이 주어질 것을 믿음으로 기도하고 기도한다.
부모 된 우리가 믿음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 주었더라면 네가 이렇게 멀리 떠나 있지는 않겠지? 그리고 부모 된 우리가 속한 교회에서 문제들이 생겨나지 않았더라며 네가 결단하고 교회를 떠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
그런 점에서 네가 우리를 용납하고 사랑으로 존경하는 것이 너무 고맙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네가 스스로 앞길을 개척하려고 몸부림을 하는데도 부모 된 우리는 별 도움도 주지 못해서 그것도 미안하고 안타깝다. 이번에 서울에서 살 곳을 찾는 일에도 마치 남의 일처럼 관심을 보여주지 못하고 네 스스로 해결하게 한 것이 미안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잘못한 것만 생각나구나. 네가 행복하게 살도록 하고자 한 가족을 이루게 했지만 과연 너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생각할 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지금으로서는 네가 안정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박사과정 공부를 계속하고, 적당한 때에 혼인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인간적인 소망을 이루는 것이요, 하나님께서 네 영혼을 밝혀서 구원 얻는 믿음을 허락해 주신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은혜를 누리는 것이리라. 그러나 무력한 나로서는 무엇을 할 수가 있으랴? 오직 기도하고 또 기도할 뿐이다. 그리고 관심을 나타내고 마음의 교제를 계속하는 것이다. 내 아들이니까.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이 되기를 기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