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투란도트’를 관람했다.
그 좋아하던 공연들도 이제 살짝
집에서의 편한 자세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100% 확신컨대 모든 공연은 언제나 좋다.
그 누군가들의 최선인데 안 좋을 이유가 없다.
알면서도 귀찮음이 생긴다는 것,
몸으로 하는 일을 즐겨야 한다니까....내안의 내게 말하기도 하고
싱싱한 규서에게 이끌려 그런 감정은 전혀 없다는 듯 따라 나선다.
참 올만이네....세종문회회관,
차 없는 거리의 광장, 그 광장의 사람들에게 해질 무렵과 약간의 바람이 서정을 덧입힌다.
서정의 색은,
수많은 낯선 그들과 나 사이의 빗줄기.... 아주 느리게 찍은 빗방울 같은 공간,
색이 아니라 빛의 줄기 같은....어떤 사이....평소에는 없던 갑자기 나타난 작은 틈 같은 것,
절대 서로 닿지 못하지만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신비로운 여백
그러니까 이런 표현은
그 때 광장속의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더라는 것,
베르그송은 기억을 여러 가지 갈래로 나누긴 하지만
요약해서 지각은 기억의 총체라고 했다.
그전까지 기억은 수학처럼 정교하지 않다는 아주 무시되어 왔는데
베르그송은 기억을 인간의 새로운 존재...로 부상시켯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기억이 내가 아닌가,
기억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것이 나가 아닌가... 자기 동일성./...쪽에서 생각을 하게 했으니,
실제 모든 기억이 불명확하다 할지라도
설령 그 불명확함이 내안의 어떤 인지에 의해 상승되거나 혹은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 자체조차
나라는 동일성을 견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지금 이순간이 사라지면 금방 과거가 되고
순간의 것들이 기억이 되듯이
수년 전 장예모 감독이 자금성을 배경으로 투란토트 공연 감독을 했다.
오페라 자체가 오래된 중국이 배경이니....
계림에서 장예모가 만든 인상유삼저 공연을 보며
공연의 상식을 깨는, 한도 없이 등장하는 사람사람사람들을 보며...
그 거대한 스케일에 다른 섬세한것들....이 전무해도 괜찮았다.
그 때 투란도트 생각도 했었다.
인터미션까지 합해서 2시간 20분 정도.
새롭게...(올만이니) 앞 의자에 모니터가 있어서
노래를 이해하는데 아주 좋았다.
번역도 약간....자유로운 의역을 한 듯, 좋았다.
문제는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새로운 이미지 출처로 삼았다는데
아마도 데이트 모던 미술관을 생각 했을 듯,
몇 년 전 실제로 신문에서 당인리 화력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
어쩌구 저쩌구 한다는 기사를 보긴 했는데 잠잠해졌다.
그러니까 오페라의 배경을 그런 오래된 과거가 아니라
황무한 미래...모든 것이 발전하다 멸망한 뒤.... 황막한 세상을 배경으로 하다는데
이런 무대가 가 오페라와의 상관 관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는 것,
생각해보니 오페라가 지닌 노래를 바꾸겠나. 스토리를 바꾸겠나,
내용을 바꾸지 못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옷을 입었다 한들
그게 새로운 형상이 될까,
설마 나만큼 생각지 못했을까, 싶어서 더욱 열심히 머리를 굴려 봤지만
새로움을 지향했지만 결과물이 결론에 못 다다르는...
냉혹한 여자 투란도트를 한순간에 사랑하게 된 칼라프
그 남자를 사랑하는 류
거의 모든 오페라가 약간의 막장드라마 취향 저격 속에서 이루어진다.
연기자의 연기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주인공들
연기자들의 미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프리마돈나.....
그러니 결국 오페라는 성악인 것이다.
류의 아리아....가 좋았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에 익숙한,
기대 잔뜩 하며 들었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힘은 있으나 그 힘에 의해 호흡이 무거운지 짧아서 내가 대신 숨을 길게 쉬었다. ㅎ.
어둡지만 역동적인 무대는 매력적이었고 군중으로 등장한 합창단들의 힘있는 노래도 좋았다.
이리저리 휩쓸리는 포장하지 않은 군중들의 변덕이라니,
생각해보니 아리아는 바꿀 수 없다 하더라도
군중들의 합창 속에 지문 비슷한 가사를 넣어
표현해내고자 했던 디스토피아를 엮어 냈다면 어쨌을까,
아, 어린이 합창단도 있었는데
그 아이들을 통해서라도 연결고리를 엮었다면....
규서와 가끔 식사를 하면 잘 안 먹어본 음식을 먹는다.
이제는 누구와도 거의 익숙한 음식들을 벗어나지 않으니까,
대림빌딩이라는 D타워 닥터로빈
‘엄마 대림도 갑질을 많이 하니까 안가야 되는데....’
'그러게 갑질 하니...그 소리 지르는 여자들 그게 사람 소리디?'
이제 겨우 설흔다섯의 젊은 아이가 내지르는 소리라고는 정말 믿을 수 없었다.
하긴 어미가 그랬으니까....딸도 그랬을것이다.
근데 어떻게 하면 그런 소리를 내나...
전라도 말을 좀 한다면
배 창시가 올캉올캉하게 내지르는소리.....짐승의 소리.
라코타 치즈 샐러드가 맛있었고
깻잎페스토 닭가슴살리조트.....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맨날 좋다고 먹는 한식...들 보다 새롭기도 했고 따끈한 게,
다시 광화문을 가로질러 규서와 걸으며 무수한 수다....
엄마랑 음악회 가면 얼마나 좋은지... 고백도 들으며
봄날
하루
좋은 기억의 시간들
첫댓글 넬슨 도르마~~^^ㅎ
투란토드 하면 바로 나오는 ㅎ
신촌에 살때 당인리가는 7번버스를
늘 타고 다녔지만 한번도
당인리까진 가보진 않았죠,
굉장히 멀거 같아서,
대림D타워는 일년에 꼭 한번씩
년말경에 방문하지요,
제법 꾸며놓은 로비를
잠깐씩 거닐기도 해요,
업무후엔 교보도 함 둘러보고~~
딸과의 데이트 부럽습니다.
딸과의 코드도 잘 맞으신듯,
나도 딸이 있음 조케다~~
늘 알차게 사시는 푸님! !
성희님은 딸이 없으시지....
딸이 아들보다 정말 훨씬 더 나아요. 아들은 재미없어요.
딸은 재미나죠.
지금약올리는 중이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