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교의 역사와 구조, 유동식, 연세대학교 출판부, 1975.
오랜 동안 사람들의 문화 속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졌고, 더욱이 그것을 주재하는 사재(무당)가 존재하는 민속신앙을 일컬어 무속이라고 한다. 민속신앙을 문화의 관점에서 무속(巫俗)이라 지칭하지만, 그것을 종교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무교(巫敎)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문화에서 전통적으로 계승되던 민속신앙을 종교 곧 무교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그 역사와 의미를 점검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속은 대개는 ‘굿’이라는 형태로 의식이 행해지며, 굿을 주관하는 이를 일컬어 ‘무(巫)’ 혹은 ‘샤먼(shaman)’이라고 칭한다. 인류학에서 사재 역할을 하는 무당(샤먼)에 의해 주도되는 신앙 형태를 ‘샤머니즘(shamanism)’이라고 일컫는데, 학자들은 그 기원을 시베리아 지역의 퉁구스 부족에게서 찾고 있다. 우리의 무속 역시 그러한 문화가 전래되어 정착된 것으로 파악하는 관점이 일반적이다.
무속을 현대의 종교와는 다른 ‘미숙한’ 형태의 신앙으로 여기는 것이 통념이다. 하지만 그 역시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신앙 체계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종교로서의 역할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이해된다. 저자는 전통적인 무속신앙을 종교의 관점에서 파악한다는 점제로서, ‘한국 무교의 문화사적 의미와 연구 과제’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근원적으로 단군신화와 동명왕신화와 같은 건국신화에서 무교의 기원을 찾고 있으며, 그것이 공동체의 제의를 주관하는 사제에 의해 주도되었음을 강조한다. 다양한 기록을 통해서 ‘고대 제의의 구조와 신앙’의 성격을 논하고, 그러한 제의들에서 ‘무교의 원형’을 탐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대 제의에서 비롯된 무교의 형식은 고대국가인 신라에서, 건국시조를 기념하는 ‘시조제(始祖祭)’와 농사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농신제(農神祭)’ 그리고 절대자를 대신하는 존재로서 자연을 섬기는 ‘산신제(山神祭)’로 정립했음을 밝히고 있다. 더욱이 신라의 화랑도는 유불도(儒佛道)의 세 가지 종교가 복합적으로 관계하여 형성된 것으로, 그것 역시 무교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인간에게 많은 부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했던 바다와 강 등의 물에 존재했다고 여겨지는 ‘용신(龍神)’을 섬기는 문화도 무교 신앙으로 정착했다고 논하고 있다. 더욱이 종교 행사를 주관하는 이들을 일컬어 ‘무격(巫覡)’이라 칭하는데, 이는 여성인 ‘무(巫)’와 남성인 ‘격(覡)’을 아우르는 표현임을 서술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무격을 칭하는 다양한 용어가 존재하고 있으며, 지역적으로 달리 부르는 명칭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신앙 체계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까지 이어지고, 특히 조선시대의 왕실 역사 기록인 ‘실록(實錄)’에서도 ‘무풍(巫風)’의 성행과 그것을 억압하고자 했던 상반된 내용의 사례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는 먼저 무교와 관련된 역사적 존재 양식들을 조명하고, 현대까지 이어지는 ‘민간 신앙으로서의 무교’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무교의 특성과 무교문화론’을 제시하면서, 엄연히 존재하는 무속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신학자로서 저자는 무속이 분명한 신앙 체계를 갖춘 종교 행위임에 주목하여, 그것이 역사의 흐름에 존재했던 양상과 의미 그리고 당대 문화에 끼친 영향 등을 상세히 논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하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