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초보운전?
“여보, 내가 내 차를 아프게 해버렸어”
“뭐라고 알아듣게 이야기해”
“응, 내가 ◯◯아파트 들어가다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해 놓은 봉을 밀면서 들어갔나봐, 그래서 내 차가 아프대. 엄청 큰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는데 생각보다 살짝 다치기는 했어”
“그 차 산지 얼마나 되었지”
“아마도 10년”
“언제까지 초보운전인가?”
“아마도 평생”
얼마전 내가 남편과 전화로 주고받은 내용이다.
남편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파트 입구 들어갈 때는 언제나 크게 돌아야 한다고 했잖아”
나의 예상은 빚나가지 않았다. 잔소리 시작이다. 빠른 인정이 잔소리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난 네~ 한마디로 종결해버리려고 했다.
“내가 궁금해서 전화한 것이 아니라 보이는 곳에 상처를 내서 미리 말해버리려고 전화했구만”
“그라제 ㅎㅎ”
남편은 그날 집에 들어오면서 내 차를 봤는데 다친곳이 잘 안보인다고 했다.
어두운 지하 주차장과 노안의 힘이었나 보다.
저녁 6시 30분 모임이 잡혔다. 그것도 잘 가지 않은 곳 일곡이라고 한다. 난 그날 수완지구에서 일이 끝나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장소를 그것도 밤에 차를 가지고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수완에서 일곡까지 가는 것을 검색하는 나를 보면서 남편의 잔소리가 또 시작되었다.
밤이라고 차를 안가지고 가고, 처음 가는 곳이라고 차를 안가지고 가고, 비 온다고 차를 안가지고 가고, 눈 온다고 차를 안가지고 가고 이러면 운전이 늘지 않아 언제까지나 초보일 수밖에 없으니 차를 가지고 가라고 한다.
난 그래도 밤에 일곡까지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는 시원하기는 했는데 퇴근시간이어서 직장인들과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그리고 차까지 막힌다. 괜히 차를 두고 버스를 탔나 라고 후회하려고 하는 순간 버스가 일곡의 골목 같은 좁은 길로 들어간다. 좁고 복잡한 차도에 꽉 차있는 차들을 보면서 내가 내 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 차로 왔으면 아마도 30분이면 도착했을텐데 1시간 조금 더 걸려서 도착했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갈 일이 걱정이었는데 일행이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어서 집에 빨리 올 수 있었다. 집에 와서 오늘 대중교통 이용해서 일곡까지 다녀온 것을 남편한테 이야기 해 주었더니 남편은 웃으며
“아직도 초보운전이지?”라며 나를 쳐다보는데 그 눈빛이 한심하다는 눈빛인지 그래도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는 것이 기특하다는 눈빛인지 알 수 없었다.
난 앞으로도 초보운전자로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 마음이 편하다.
하하님들 오늘도 안전운전하세요~
첫댓글 운전하고 새로운 곳을 가려하면.
가는 길. 주차. 여러가지 생각들이
나를 소심하게 만들어요.^^;;;;
그래도 언니!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예요~🥲
차가 다치면 아프겠지요? 그래서 치료약도 발라주고 '호~' 언제까지나 초보운전.소심함 속에도 터득하는 안전운전의 길. 안전안전입니다.
언니의 자상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 다치지 않고 크게 티도 안 난다니 다행입니다. 남편 분 츤데레 같습니다. 아닌 척, 자상하신 성품 보입니다.
'초보' 딱지 붙이고라도 운전할 용기가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광주 대중교통수단이 참 좋긴해요.
생활얘기,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평생왕초보 나쁘지 않습니다^^
신중하시니 대형사고는 없음.
유머에 재치있는 말솜씨
남편의 상투에 앉은 정선님,^^
미소 주시니 감사합니다.^^
언니~~
초보운전자?
ㅎㅎㅎ
얌전히 운전 잘 하시게 봤는데 ᆢ두둥
놀라셨겠네요.~
아기편지 덕분에 알게 된 이모저모 잘 읽었어요.^^
굿밤요.~♡
글을 읽으니 정선인지 금방 알겠네~~
아기편지에서 만난지가 얼마만이지?
반갑고 자주 만날수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