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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회자와 사회운동가로 30여 년을 살아온 50대 목사님이 택배 기사가 되었다. 2010년 경기도 광명에 교회를 개척한 구교형 목사는 빠듯한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교인들의 일상과 더 가까워지고자 택배 일을 시작하였다. 목회에는 베테랑이었지만 택배 기사로서는 왕초보였던 저자는 미로 같은 가리봉동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목사일 때는 미처 몰랐던 교회 밖 세상 치열한 삶의 현장을 온몸으로 느꼈다.
처음엔 한 집 배송하는 데도 30분이 넘게 걸려 일과를 마치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하루 종일 배송을 해도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주일예배를 마치고 양복 바람으로 물건을 찾아서 가리봉동을 헤매기도 했다. 교회에서는 성도들에게 ‘목사님, 목사님’ 소리를 들으며 대접받았지만, 택배 기사가 되니 ‘아저씨!’라는 호칭이 일상이었다. ‘그래도 내가 목사인데...’ 하는 자존심도 여러 번 접어두어야 했던 시간이었다.
구교형 목사는 택배 일을 통해 그간 알지 못했던 ‘진짜 세상’을 경험하며 종교와 종교인의 자리에 대해, 이웃에 대해, 땀 흘리는 노동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구교형 목사가 1톤 트럭 가득 택배 상자를 싣고 가리봉동을 누비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택배 일을 통해 깨달은 삶의 가치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목차
프롤로그_현역 목사, 나이 50에 왕초보 택배 기사가 됐습니다
1장 성경을 내려놓고, 택배상자를 들다
택배 기사가 가장 서러울 때는
택배 하며 깨달은 진리
택배 기사는 외과수술 전문의
미로 같은 동네에 택배를 배송하는 방법
택배 기사가 바라본 아파트와 택배 차량 갈등
공포의 절임 배추
택배 대리점에는 택배 기사만 있는 게 아니다
택배 하기 딱 좋은 신체 조건
목사인 나도 욕하면서 일한다
택배 기사를 어떻게 부르시나요?
2장 택배 기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가리봉동 골목을 누비며
달달구리 커피로 맺어진 사이
택배 기사의 지갑을 본 적 있나요?
택배 기사에게 명절이란
동네 한 바퀴에 음료수가 한가득 더보기
저자 및 역자소개
구교형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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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사회에 관심이 많아 중학생 이후 40년 넘게 신문을 탐독했다. 대학에서 철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하며 문제의식이 더 깊어져 자연스레 시민운동에 참여하였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함께 뿌리박은 목회를 하고 싶어 지역교회 개척을 했다.
50대에 접어들어 목회와 더불어 택배와 대리운전, 물류센터 일을 함께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이를 [오마이뉴스] 연재로 기고하였다. 가정과 다음 세대, 삶의 현장과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믿음의 공동체를 함께하려고 한다.
충북대학교 철학과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예장합동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 남북나눔운동 간사를 거쳐,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평화누리와 하나누리 사무처장을 역임했고, 6년간 성서한국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지금, 한국에서 하나님나라를 배우다』(대장간), 『하나님나라를 응시하다』(대장간), 『뜻으로 본 통일 한국』(IVP)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구로공단의 흔적이 남아 미로 같은 가리봉동 골목을 누비며
저자가 배송을 맡았던 동네는 서울시 구로구의 가리봉동 지역이었다. 한국 최초의 공장단지였던 구로공단이 만들어졌던 가리봉동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을 위한 벌집촌이 생겨났다. 2000년대 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뀐 이후에도 작은 공장들과 벌집촌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는 동네는 배송 난이도가 꽤나 높은 곳이었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에 한 집에도 여러 세대가 사는 주택 구조라 물건 주인을 찾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배송을 위해 트럭을 끌고 골목에 들어섰다가 같은 자리에 뱅뱅 맴도는 일도 허다했다.
택배 기사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마철에는 비에 젖어서 흐물흐물해진 박스가 오고, 여름철에는 아이스박스가 깨져 국물이 흐르는 경우도 많았다. 겨울철에는 공포의 절임 배추가 기다린다. 설날과 추석에 쏟아지는 명절 선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박스가 찢어져도, 물건이 아무리 무거워도 택배 기사는 어떻게든 배송을 해야 했다. 택배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본업인 주일설교를 위해 성경책을 펼치지만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고꾸라져 잠이 들곤 했다. 목회자로, 사회운동가로 살면서 관념적으로 이해하던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한 시간이었다. 교인들이 일주일 동안 어떤 일상을 살다가 주일에 교회당으로 나오는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종교인이 직업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세상과 너무 가깝지도, 너무 동떨어지지도 않는, 종교가 있어야 할 자리를 생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인이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갖는 것에 대해 그리 고운 눈길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교회 헌금만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목사들이 평일에 다른 일을 하는 경우는 드러내지 못할 뿐 흔한 일이다. 또한 종교가 현실과 너무 멀어져 버렸다는 비판을 받는 오늘날에 교회 안 온실 같은 삶, 성도들에게 존경과 칭찬을 받는 삶만으로는 성도들이 진짜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종교와 종교인이 진짜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일까? 구교형 목사는 목사가 현실 감각을 가져야 할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목사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세상 이치에 능한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실련, 남북나눔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며 명분 좋은 일을 해왔던 저자는 오히려 자신이 속한 집단 밖의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주일에는 양복 입은 목사로, 평일에는 조끼 입고 1톤 트럭 모는 택배 기사로 살았던 저자의 경험을 통해 한 종교인이 치열한 세상에서 깨달은 삶의 이치와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를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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