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이 올라오는 철이기도 하고 비도 잦고 주말은 집을 비우는 터라 한 2주 동안 텃밭은 방치 상태다. 열무나 얼갈이 배추 같은 엽채류를 파종해 놓고선 이렇게 방치해도 괜찮을까?
▲ 열무
▲ 20일 적환무
▲ 얼갈이 배추
깨끗하다. 떡잎 몇 개에 구멍이 난 정도. 작년까지 배추과 작물에 뿌리던 은행잎 발효액 한 번 치지 않았다. 솔직히 나도 놀랄 정도다. 이 밭에 처음 농사 지을 때만 하더라도 열무나 얼갈이 배추 뿌려서 제대로 수확해 본 적이 없다. 이맘때면 벼룩잎벌레가, 여름이나 초가을엔 청벌레나 좁은가슴잎벌레가 떡잎부터 난도질을 했으니까. 유인 작물로 청경채도 뿌리고 은행잎 발효액도 치고 해서 구멍 숭숭 뚫린 열무나 얼갈이 배추 먹는 것도 감지덕지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왜 이렇게 깨끗할까?
여기 온 지 올해 6년차니까 5년 동안 이 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근본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것도 안 주고 그냥 방치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울산에 가 있느라 1년 동안 통채로 놀리기도 했고, 첫해엔 퇴비공장에서 만든 유기질 퇴비를 조금 주기도 했지만 울산에서 돌아온 뒤로는 직접 만든 퇴비 외에는 넣지 않았다. 작물 키우면서 부족한 영양분은 바닷물 희석액, EM/쌀뜨물 발효액, 깻묵 발효액, 오줌 발효액 엽면시비로 해결했다. 그래도 벌레의 공격은 성가셨는데 작년부터 배추과 작물에 잎벌레 종류들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올해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완전 공짜로 농사 짓는 기분이다.
▲ 양배추 ▲ 브로콜리
▲ 케일 ▲ 부추
2주 전에 옮겨 심은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도 깨끗하다. 구멍 뚫린 게 있는 걸 보면 잎벌레가 전혀 없는 건 아닌 모양인데 이 정도면 뭐 한두 포기 먹어라고 적선하고 싶다. 이제 기껏 농사 시작인데 너무 좋아하다 된통 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벌레 무서워서 잘 안 심던 청경채도 한 번 파종해 보아야겠다.
양파, 마늘 알아서 잘 크고 있고 상추, 완두콩, 부추, 시금치도 제 스스로 크고 있다. 사람 손이 갈 게 별로 없다. 양파나 마늘 고랑 사이의 풀도 마늘 양파보다 크게 자라지 않는 이상 지금은 굳이 뽑아낼 이유도 없다. 아, 사진을 못 찍었는데 유일하게 사람 손이 한 번 가야 하는 게 당근밭이다. 이제 발아해서 자라고 있으니 풀 상태를 보아 가며 김매기 정도는 한 번 해 주는 게 혼자 크는 당근에 대한 예의일테니.
아마도 작물들이 자기들 걱정 말고 다음 주에 고추를 비롯한 가지과 작물 심기 전까지는 산나물 뜯으러 마음껏 돌아다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가끔씩 주인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 이 '멍청한' 봄이 삼순이보다 작물들이 훨씬 나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봄나물이 올라오는 철이기도 하고 비도 잦고 주말은 집을 비우는 터라 한 2주 동안 텃밭은 방치 상태다. 열무나 얼갈이 배추 같은 엽채류를 파종해 놓고선 이렇게 방치해도 괜찮을까? ▲ 열무 ▲ 20일 적환무 ▲ 얼갈이 배추 깨끗하다. 떡잎 몇
첫댓글 참으로 축하드립니다~~~^^
^^
정말 편하시겠어요~~^^
표현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그래도 할 일 많습니다^^
아직 벌레가 기승을 부릴 때는 아니고 수확할 때가 문제겠네요.
유기농이나 자연농에서 봄채소는 떡잎 시기에 문제 없으면 웬만한 벌레는 스스로 극복해냅니다.^^
비료를 주어서 연약하게 키운 게 아니라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유충알과 진딧물이 앉았던 자리 정도는 저도 구분할 줄 압니다.^^
저 반점은 진딧물이 앉았다 먹지 못 하고 스스로 사라진 자리입니다...
퐁퐁을 쓰시려면 직접 유기농 세제를 제조해서 쓰시기 바랍니다.
일반제품은 화학약품 덩어리니까 농약 치는 거랑 별 차이 없습니다.
그리고 진딧물 같은 벌레가 단번에 죽을 정도의 농도라면 작물도 호흡을 방해 받기에 생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상 진딧물 이외의 벌레들은 세제 희석액에 잘 죽지 않습니다.
만약 죽을 정도의 농도라면 그건 농약입니다.
저는 저 강세이가 제일 이뿌네요.
얼마전 까진 밭에 지심 하나 남기지않고 한곳에 모아서 썩였는데 ...이곳에서 어떤분이 올리신 글을 읽고 지금은 되도록 솔잎도 주워내지 않으려고 노력? 한답니다..ㅎㅎ 야채 잎사귀보다 땅위에 깔려진 것을 보았네요..저도 오줌 발효액을 쓰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