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혜의 품에 안기려 화대종주(7) - 제석 하느님이여!
일찍 눈을 떴다. 새벽 3시 35분이다.
바로 기도문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 화대종주를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으나 천왕봉에 무사히 오를 수 있도록,
주일을 기억하며 예배하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의 어려움에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았다.
곧장 출발할 차림으로 밖에 나가니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
취사장엘 가보니 벌써 산행에 나서기 위해 행장을 수습하거나 식사를 챙겨 먹는 사람들이 눈에 여럿 보인다.
우리도 사과와 누룽지로 아침을 챙겨 먹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 되었고 다만 천왕봉에 오를 수 있게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천왕봉까지는 1.7km. 시간으로는 1시간 내외 걸릴 것이다.
일출을 볼 수 없다면 굳이 어두운 새벽에 출발할 이유도 없어서 좀 더 차분하게 출발하기로 하고 날이 더 밝아오기를 기다렸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는 중에 어슴푸레하게 앞을 겨우 분간할 정도가 되었다.
시계를 보니 5시 20분이다.
길을 나서기로 하였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이정표 입구에서 출발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었다.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면서 천왕봉 등정을 시작하였다.
운무가 진하게 끼어 있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사 급한 돌비탈 길을 따라 오른다. 곁에는 고사목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온몸으로 기도하듯 나신으로 서 있다.
원래 제석봉 일대는 아름드리 전나무와 잣나무, 구상나무 등이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하게 뒤덮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유당 말기 대규모 도벌로 무참하게 나무들이 잘려나갔고, 이것이 말썽이 되자 도벌의 증거를 없애려고 제석봉에 불을 질러 지금의 앙상한 몰골이 되어버린 것이란다.
그런데 이들 고사목마저 날이 갈수록 점차 쓰러지고 도벌(?)로 사라지고 있다. 근래 제석봉 일원에 다시 구상나무 묘목을 심고 씨앗을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원상회복은 멀기만 하다. 제석봉의 처참하고 황폐한 현장에서 문득 제석(帝釋)이라는 단어의 뜻이 생각났다.
“제석은 하느님이다”
그래, 여기가 하느님이 계신 곳이라니. 갑자기 두려움 즉 절대자에 대한 경외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제석 하느님께 기원하는 마음을 모았다. 마침 일요일이기도 하다.
‘새움, 국인이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도록,
새길이가 이름처럼 굳건하고 당당하게 새길을 가도록,
강하주가 건강하게 익어갈 수 있도록,
내가 교회와 하하, Y와 코라시아, 푸른꿈창작학교, 일움학교, 아름다운 가게, 의료사회협동조합, 품자주자, 건강타운, 여성인권지원센터, 북한 빵공장, 건강관리협회, 다시와 장흥 형제들과 그 자녀들 그리고 여러 친구들과 지인들 속에서 필요한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기도의 마음을 모아 머리를 조아렸다.
제석봉 이정표에서 철사다리를 타고 내려서는 곳부터 좌우로 암벽 비탈길이 얼마간 이어지고, 또다시 숲 사잇길을 오르노라면 통천문(通天門)에 닿는다.
통천문은 말 그대로 하늘로 통하는 문이기에 예부터 부정한 사람은 오르지 못한다고 한다.
‘나는 정한 사람인가 부정한 사람인가’
깎아지른 암벽 틈새로 통로가 나 있다. 가설된 계단을 통해 통천문을 오른다.
적어도 난 부정한 사람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후 다시 한동안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가 경사진 비탈길을 만나게 된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바람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비바람과 안개 속에 보이지 않는 천왕봉을 바라다보며 한 걸음씩 내딛는다.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다.
얼마나 올랐을까.
마지막 오르막길을 비바람을 헤치며 걷고 있는데 강두희가 소리친다.
첫댓글 강두희가 소리친다..왠지 긴박감을 유발하네요. 다음 이어질 이야기에 호기심 가득해집니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사모님 글에서 뭐 일치하는 일은 무엇일까..
결정적 순간에 끝나버리는 드라마 같네요. 사모님 외치신 ㅇㅇ이 무엇이었을까요? 궁금궁금
아마 너무 아름다움에 탄성을...
경외감. 하느님 하느님
아마 감탄사 ... 감사? 좋구나 ?
앞서가 맨 먼저 보이는 푸른하늘
무사히 오셨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