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교통사고, 어린이 36% 줄고, 노인 33% 늘어
지난해 교통약자 안전사업 예산 2.8%만 노인보호구역에 배당 ‘씁쓸’
최근 10년간 국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크게 감소했으나 노인 교통사고는 오히려 증가,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만 12세 미만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지난 2011년 1만3천323건에서 2020년에는 8천400건으로 37.0%나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는 같은 기간 2만6천483건에서 3만5천312건으로 33.3%나 증가했다. 사고 건수뿐 아니라 부상자 수도 어린이는 1만6천323명에서 1만500명으로 35.7% 줄었으나 시니어는 2만7천999명에서 3만8천147명으로 36.2%나 늘었다.
이런 변화는 어린이보호구역 설정과 2019년 말 제정된 ‘민식이법’ 등 제도적 단속 강화가 적용된 어린이에 비해, 시니어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미한 탓으로 보인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위반 땐 일반 도로의 배에 해당하는 12만 원의 범칙금과 30점의 벌점이 부과된다. 어린이 사망 사고시, 3년 이상의 징역부터 최대 무기징역까지 강력한 처벌이 이뤄진다.
이런 강력한 처벌 규정이 노인보호구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노인보호구역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처음 지정된 이래로 지난 2020년까지 전국 어린이보호구역은 1만6천896곳에 달하지만, 노인보호구역은 2천153곳에 불과하다. 거의 1/8 수준이다.
게다가 어린이보호구역은 도로교통법 제12조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CCTV를 의무 설치해야 하지만 노인보호구역은 해당하지 않는다. 어린이보호구역은 무인단속 장비와 스마트 횡단보도, 무단횡단 금지 펜스 등 각종 안전 시설물이 설치되지만 노인보호구역은 이런 시설 규정이 미흡한 현실이다.
규정 뿐 아니라, 예산 편성에서도 두 교통약자에 대한 편파적 보호 정책이 명백히 드러난다. 지난해 교통약자 안전사업 예산 2천165억 가운데 약 2천억원이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에 쓰이고, 노인보호구역 예산은 2.8%에 불과한 약 60억 원이 배당됐다.
이처럼 시니어의 교통 안전이 홀대받는 현실은 국가간 사고 통계 수치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도로교통공단 ‘OECD 국가 연령층별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수’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시니어의 보행중 교통사고 사망은 10만명 당 9.7명으로 OCED 국가 중 가장 많다. OECD 회원국 평균은 2.5명에 불과하다.
또, 2020년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3천81명 중 44.6%가 65세 이상 시니어다. 교통사고 발생 시 이들의 사망률은 3.8%로 0.3%인 어린이에 비해 13.5배에 달한다.
이에 대해, 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령층은 걸음속도가 느리고, 변별력이나 인지능력이 떨어져 사고 발생도 많고, 사망률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노인 보행환경 안전 강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광찬 대학생기자